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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주연 배우의 논란 속에 OTT 플랫폼에서 재조명되며 화제가 된 영화가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블랙 머니’가 차트 상위권을 지키며 화제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부문 2위에 올랐던 ‘블랙 머니’는 6일에도 6위 자리를 지키며 화제성을 이어갔다.
지난 2019년 개봉했던 ‘블랙 머니’는 24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당시 개봉 12일 만에 손익분기점 177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스크린에 이어 OTT에서 흥행 질주를 이어갔지만, 이 작품은 최근 주연 배우의 논란과 함께 언급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블랙 머니’의 주연이자, 영화계에서 굵직한 활약을 해왔던 조진웅은 지난해 12월 소년범 논란이 불거져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또한, 성인이 된 이후에도 폭행과 음주 운전 전력이 있다는 의혹도 보도됐다. 이후 조진웅은 하루 만에 일부 사실을 인정하며 연예계를 은퇴했다.
조진웅을 향한 대중의 반응이 싸늘한 상황 속에서도 ‘블랙 머니’는 넷플릭스 영화 차트를 휩쓸며 작품이 가진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 영화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잊혔다고 믿었던 사건은, 어느 순간 다시 현재가 된다. 숫자로만 남아 있던 기록, 뉴스의 헤드라인 뒤로 밀려났던 이름들, 그리고 이미 끝난 일이라 치부되던 선택들이 어느 순간 우리 앞에 서 있을 때가 있다. ‘블랙 머니’는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스캔들을 스크린 위로 소환해 아픈 시간을 떠올리게 한 작품이다.
2019년 개봉 당시, ‘블랙 머니’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극화하며 이목을 끌었다. 영화는 수사 앞에서는 거침없는 ‘막프로’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금융이라는 소재는 높은 진입 장벽 탓에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블랙 머니’는 실화를 스크린에 옮기면서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추적의 리듬으로 풀어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이 작품은 관객을 대변하는 화자로 양민혁을 내세웠고, 범죄 드라마 형식을 가져와 영화적 재미를 더했다.
‘블랙 머니’는 관객을 경제·금융 전문가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 대신, 사건을 따라가는 목격자 위치에 두고, 직접 영화에 질문을 던지게 한다. 영화가 전개되며 거대한 범죄의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이 구조는 누구를 위해 설계된 것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은 어디까지 저항할 수 있는가”를 묻게 된다.

과거의 사건을 다뤘음에도 ‘블랙 머니’는 현재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따시 꺼내볼 이유를 제시한다. 금융 권력과 관료 집단, 이른바 ‘보이지 않는 카르텔’에 대한 문제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모피아(재경부 인사들이 퇴임 후 정계, 금융권 등에 진출해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을 마피아에 빗댄 표현)를 비롯해 IMF 이후 한국 사회를 관통해 온 금융 권력의 민낯, 그리고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이해관계의 얽힘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문제로 다가온다.
때문에 ‘블랙 머니’는 과거를 돌아보는 걸 넘어, 여전히 우리가 같은 구조 안에 있는 것이 이 아닌지 경계하라는메시지를 던진다. 연출을 맡은 정지영 감독의 시선은 늘 시대의 사각지대를 향해왔다. ‘부러진 화살’ 이후 다시 한번 실화를 기반으로 한 금융 스캔들을 정면으로 끌어온 ‘블랙 머니’는 단순한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권력과 자본,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작동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를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조진웅과 함께 ‘블랙 머니’의 중심에 있던 이하늬는 단단한 결을 가지 캐릭터 김나리 역을 맡아 당찬 매력을 뽐냈다. 김나리는 국내 최대 로펌 소속 변호사로 확고한 소신을 가졌고, 감정이 아닌 논리로 움직이는 캐릭터다. 영화는 김나리의 논리가 흔들리는 순간을 포착해 이야기를 흥미로운 지점으로 끌고 간다.

이하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던 김나리의 세계가 균열을 일으키고, 믿었던 시스템을 의심하게 되는 과정을 절제된 감정으로 쌓아 올렸다. 영화 ‘극한직업’과 드라마 ‘열혈사제’를 통해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보여줬던 그는 ‘블랙 머니’에서 새로운 이미지로 긴장감을 배가시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블랙 머니’는 하나의 사건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을 마주하게 했던 영화다. 그리고 영화가 던진 씁쓸한 질문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다시 찾게 하는 힘이 있다. 조진웅과 관련된 논란 속에도 OTT 차트를 휩쓸며 경쟁력을 입증한 ‘블랙 머니’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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