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아카데미 시상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시상식 최대 관전 포인트는 단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26년 연기 인생 동안 60여 개 이상의 트로피를 거머쥔 디카프리오지만 유독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다. 1994년 ‘길버트 그레이프’ 이후 지난 20년간 총 네 번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니 단 한차례도 수상자로 호명되지 못 한 디카프리오.
꽃미남 외모의 한계를 딛고 매 작품 스스로 한계를 넘어선 디카프리오지만 역시 신은 공평한가 보다. 매번 자신의 인생연기를 경신한 그는 또 다른 인생연기를 펼친 후보 앞에 번번이 쓴맛을 다셔야 했다. 운이 없으려야 이렇게 또 없을까. 최악의 대진운이다.
디카프리오는 오스카와의 악연이 시작된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지적장애인 아니 그레이프를 실감 나게 연기했다. 당시 남우조연상 후보는 ‘도망자’ 토미 리 존스, ‘쉰들러리스트’ 랄프 파인즈, ‘사선에서’ 존 말코비치’, ‘아버지의 이름으로’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갓 스무 살을 넘긴 디카프리오가 이들과 함께 노미네이트된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을 정도로 쟁쟁한 후보들이었다. 그해 트로피는 토미 리 존스에게 돌아갔다. 토미 리 역시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는 비운의 배우였는데, 우연찮게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후보에 오르자마자 오스카와의 질긴 악연에 종지부를 찍었다.
디카프리오는 영화감독이자 비행사였던 하워드 휴즈를 연기한 ‘에비에이터’로 10년 만에 오스카 트로피에 도전했다. 그는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실존인물을 연기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또 다른 실존인물, 시각장애인 뮤지션 레이 찰스를 연기한 ‘레이’의 제이미 폭스에게 트로피를 양보해야 했다. 레이 찰스가 환생이라도 한듯한 싱크로율 100%의 제이미 폭스의 맹인 연기라니. 거기다 제이미 폭스의 신들린 가창력 역시 오스카의 트로피가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다.
2007년 ‘블러드 다이아몬드'(에드워드 즈윅 감독)로 아카데미 삼수에 도전한 디카프리오는 또다시 수상 고배를 마셨다. 당시 남우주연상은 ‘라스트 킹’에서 독재자 이디 아민 역을 맡은 포레스트 휘테커에게 돌아갔는데, 흑인배우가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덴젤 워싱턴 이후 오스카 역사상 두 번째였다.
의지의 디카프리오는 2014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마틴 스콜세지 감독)로 생애 네 번째 오스카 수상에 도전했다.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디카프리오 역대 최고의 연기라는 극찬을 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 수상 기대감이 높아졌으나 이번엔 매튜 매커너히가 인생연기를 펼쳤으니 이거 원.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에이즈 환자를 연기한 매커너히는 무려 20kg을 감량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영화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아카데미 5수에 도전한 디카프리오.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디카프리오와 함께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고 있는 이는 ‘스티브 잡스’의 마이클 패스벤더, ‘대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이다.
특히 세계 최초의 성전환 수술을 한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 역을 맡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섬세한 열연을 선보인 에디 레드메인에도 수상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물론 그가 지난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기에 오스카가 2년 연속 그에게 트로피를 줄지는 의문이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에디 레드메인은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오스카는 디카프리오가 받아야 한다”라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지만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법. 뚜껑은 열어 봐야 안다.
과연 디카프리오가 올해는 받을 수 있을까. 88회 아카데미시상식은 한국시각 기준 29일 오전 10시 채널CGV에서 생중게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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