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예능계에서는 ‘양아치’라 쓰고 ‘능력자’라 읽는다.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진을 치밀하게 속여 재미를 이끌어내는 PD들에게 양아치라는 다소 짓궂은 수식어가 주어졌다. tvN ‘꽃보다 청춘’의 나영석 PD, MBC ‘무한도전’의 김태호 PD, KBS2 ‘1박2일’의 유호진 PD는 양아치 PD의 시대를 연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장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을 11년째 속이고도 또 속이는 김태호 PD는 양아치 장인이다. 지난 2일과 9일 방송된 ‘무한도전’에서 김 PD는 눈을 가린 멤버들을 헬기를 가장한 승합차에 태웠고, 멤버들은 실제로 헬기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줄 알고 공포에 떨었다.
이내 헬기의 정체를 알게 된 이들은 김태호 PD에게 분노의 화살을 쏘았다. 특히 고소공포증이 있는 정준하는 김태호 PD를 양아치라 부르며 분을 삭이지 못 했다. 9일 방송에서는 유재석이 이미 당하고도 또 당해 웃음을 안겼다. 김태호 PD는 헬기에 함께 앉아서 능청스럽게 거짓 연기를 펼쳐 유재석을 감쪽같이 속였다.
김태호 PD의 라이벌 나영석 PD는 ‘납치 마스터’로 불린다. 그렇게 불리게 된 연유는 ‘꽃청춘-아프리카 편’ 때문이다. 지난 2월 19일 방송된 ‘꽃청춘’에서는 아프리카로 떠난 ‘응팔’ 브라더스 류준열 안재홍 고경표 박보검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영석 PD는 ‘응팔’ 편집에 한창인 신원호 PD를 찾아 포상휴가지로 아프리카 경유지 가운데 하나인 태국 푸껫을 제안했다.
나 PD는 ‘꽃청춘’을 3년간 함께한 스태프를 ‘응팔’ 스태프로 잠입시키는가 하면, 자신 역시 푸껫 호텔에서 14시간 동안 대기하는 등 주도면밀한 모습을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김성균 라미란 김선영을 스파이로 포섭했다. 나영석 PD는 이날 방송에서 “‘꽃청춘’ 납치를 위해 두 달 전부터 준비했다”고 밝히며 예능 베테랑으로서 타고난 DNA를 드러냈다.
유호진 PD는 김태호 PD와 나영석 PD를 위협하는 신흥 양아치 PD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지난 10일 방송된 ‘1박2일’에서 유 PD의 진가가 드러났다. 멤버들이 평소 만나고 싶어 한 게스트 한효주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반복하게 했고, 멤버들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초특급 연기력을 발휘했다. 얼굴색 하나도 변하지 않아 멤버들도 의심하지 않았다.
뒤늦게 사실이 밝혀졌지만, 멤버들은 한효주와 1박 2일 동안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뻐서 분이 금세 풀렸다. 그러나 유호진 PD가 멤버들을 그냥 행복하게 놔둘 리는 없었다. 조기 퇴근 복불복을 제시한 것. 최고로 행복할 때 최고의 불행을 느끼도록 한 유호진 PD의 치밀함에 멤버들은 치를 떨었다. 데프콘은 그런 유호진 PD에게 양아치도 그런 짓은 안 한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각각 느낌은 다르지만, 김태호 PD, 나영석 PD, 유호진 PD의 양아치 기질이 발휘될수록 시청자들의 재미는 배가 된다는 것만은 공통적인 사실이다. 멤버들에게는 온갖 욕을 먹어도 시청자들의 웃음 하나만을 위해 뛰어주는 양아치 PD들. 그들의 노력이 있어 시청자들은 마음놓고 웃을 수 있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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