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사나이 가는 길에 기죽지 마라”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도 그때 그 시절 들었던 음악들은 변함없이 우리 안에 살아 숨 쉰다. 그 모습 그대로 말이다. 어제 들은 것처럼 저도 모르게 따라 부르게 되는 후렴구. 음악은 늙지 않는다. 사람만 변할 뿐.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토토가 시즌2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첫 주인공은 90년대 말 가요계를 풍미했던 아이돌 그룹 젝스키스. 이들은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16년 만에 완전체로 뭉쳤다.
멤버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90년대 입었던 무대 의상에 안대를 착용한 채 이어폰을 끼고 무대에 오른 이들은 어떤 것도 보고 들을 수 없었다. 관객의 수를 조금도 헤아릴 수 없었던 것이다. 단 10명의 관객들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들은 내심 수많은 관객을 기대했으리라.
“거기 있어요?”
멤버들의 질문에도 관객들은 일제히 침묵을 지켰다. 모든 멤버들이 안대를 벗을 때까지 인기척조차 내지 않았다. 센스가 넘치는 관객들이었다. 젝스키스는 더욱 긴장했다. 관객 수가 너무 적은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멤버들은 일제히 안대를 벗었다. 어둠에서 벗어난 이들은 노란색으로 물든 객석을 바라봤다. 예상 보다 적은 관객 수 탓인지 펑펑 눈물을 쏟는 멤버는 없었다. 그렇다고 감동이 덜한 것은 아니다. 무려 16년 만의 만남이 아닌가.
대부분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젝스키스 사랑해, 돌아와줘 고마워’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을 메웠다. 김재덕은 눈물을 흘렸다. “여전히 울보네” 객석 어딘가에서 김재덕의 눈물에 웃음을 지었다. 상암을 채운 건 정(情)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감격스러운 장면은 젝스키스 재결합의 열쇠를 가지고 있던 멤버 고지용이었다. 그는 네번 째 무대에 깜짝 등장했다. 무대 의상을 입은 다섯 멤버와 달리 홀로 직장인 양복을 입고 있었다. 그에게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해체 후 한 번도 공식 석상에 오른 적이 없기에 표정은 어색하기만 했다.
나 홀로 다른 복장, 눈에 띄는 어색함에도 불구 그의 등장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고지용의 이름을 외치는 객석들은 한마음이 됐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젝스키스 완전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
이날 보여 준 젝스키스의 컨디션이 전성기 시절과 똑같았다면 그건 과장일 것이다. 멤버들은 나이가 들었다. 20대 시절과 같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열정은 업그레이드 됐다. 바쁜 스케줄에 시달리던 그 때와 다른, 절실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래서 부족함 마저도 완벽해 보이는 묘한 풍경이 연출됐다.
제작진은 애초 1만 5천 명 정도의 관객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관객 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5천808명. 그렇다고 이날 공연이 토토가 시즌1이나 가요제에 비해 덜 뜨거운 것은 아니었다. 오매불망 이들의 재결합을 기다려 온 팬들만 있었기에 현장의 온도는 뜨거웠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무대였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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