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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 감독 밝힌 카메라밖 임수정·전지현·손예진(인터뷰)

김수정 기자 조회수  

[TV리포트=김수정 기자] 곽재용 감독만큼 멜로를 오랫동안 꾸준히 만들어온 이도 드물다. 데뷔작 ‘비 오는 날 수채화'(89)를 시작으로, 로맨틱 코미디 교본과도 같은 ‘엽기적인 그녀'(01), 정통 멜로 ‘클래식'(03), 그리고 12년 만의 충무로 복귀작인 ‘시간이탈자’까지. 멜로가 사라진 충무로에서, 곽재용 감독은 존재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곽재용 감독은 ‘시간이탈자’를 통해 멜로와 스릴러의 이종교배를 시도했다. 그 시도가 100% 성공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지만, 적어도 곽재용 특유의 따뜻한 멜로 정서만큼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는 1983년과 2015년 두 시대를 사랑이라는 정서와 꿈이라는 영화적 장치로 묶어내며 여전히 녹슬지 않은 로맨틱 장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다음은 곽재용 감독과 만나 나눈 영화와 그가 함께 한 여배우들에 대한 솔직한 일문일답.

Q. 12년 만의 한국영화 복귀다.

A. 스스로 세 번째 데뷔로 여기고 있다. 1989년 ‘비 오는 날 수채화’가 첫 번째 데뷔였다면, 두 번째 데뷔는 ‘엽기적인 그녀’, ‘시간이탈자’가 바로 세 번째 데뷔다. 얼리어답터라 새로운 장비나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정이 낯설진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시스템, 제작 환경이 새롭게 느껴진다.

Q.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 완성된 다음 합류했다.

A. ‘시간이탈자’는 CJ ‘광해, 왕이 된 남자’ 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타임 코드가 녹아든 멜로라서 반가웠다. 2013년부터 각색만 3년 정도 걸렸다. 처음엔 과거 주인공들의 직업이 선생님이 아니라 경찰이었다. 평범한 인물이 사투를 벌이는 과정이 더 드라마틱할 것 같아서 경찰로 바꾸게 됐다.

Q. 공교롭게도 개봉 직전 비슷한 소재의 tvN 드라마 ‘시그널’이 방영됐다. tvN도 CJ 계열 채널인데, 내부에서 전혀 공유가 없었을까.

A. 그렇다더라. 솔직히 맥빠졌던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영화는 멜로 감정과 반전에서 오는 쾌감이 ‘시그널’과 다르다. 히치콕 영화에서 봤던 맥거핀도 영리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여하튼 타임리프는 우리 영화나 ‘시그널’뿐만 아니라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본다.

Q. ‘시그널’이 무전기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켰다면 ‘시간이탈자’는 꿈을 통해 두 세대의 주인공이 이어진다. 무전기라는 눈에 보이는 소재가 아닌 꿈으로 관객을 설득시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A. 오히려 꿈을 디테일하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다. 흔히 꿈꾸는 장면 하면 떠오르는 아련하고 판타지적인 장면을 지양했다. 대신 현실감이 느껴지길 원했다.

Q. 꿈으로 연결된 조정석과 이진욱의 연기 톤을 맞추는 것도 관건이었겠다.

A. 맞다. 두 사람이 영화에서 딱 한 번 만난다. 이진욱이 촬영하는 날엔 조정석 촬영본을 보여주고, 조정석에게는 이진욱 촬영본을 보여주는 식으로 연기 톤을 맞춰갔지.

Q. 곽재용 감독의 영화에는 각 작품을 대표하는 명장면이 하나씩 있다. ‘엽기적인 그녀2’야 워낙 많지만 그중에서도 전지현의 “견우야” 장면이 떠오르고, ‘클래식’은 조인성 손예진의 우중 런닝신이 지금까지 회자된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힘준 장면은 뭔가

A. 오프닝이다. 실제 12월 31일 보신각 타종 현장에서 촬영했다. 배경만 촬영한 다음에 배우들을 나중에 합성한 거다. 영화를 보니 합성한 티가 안 나서 만족스럽더라. 배우들의 동선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했다. 12월 31일 하루 동안 단 몇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여러모로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Q. 대강당 화재 사건은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더라. 의도한 각색인가

A. 맞다. 영화에서는 학생들이 살아돌아오잖아. 세월호 참사 학생들도 돌아오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았다. 우리도 꿈을 통해 미리 알았으면 아이들이 죽지 않았을 텐데…. 강단을 배라고 생각했다. ‘사이보그의 그녀’에서는 씨랜드 화재 사건을 영화에 녹여내기도 했다. 

Q. 임수정이 “이렇게까지 사랑받은 촬영장은 처음”이라고 고마워하더라. 확실히 여배우 다루는 노하우가 남다른가 보다.

A.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1인 2역을 소화할 여배우가 임수정 말고는 없었다. 손예진이 과거의 이미지, 전지현이 현재의 이미지라면 임수정은 과거와 현재 모두를 관통하는 어떠한 매력이 있다. 대상화된 캐릭터가 아니냐는 지적도 간혹 있던데, 임수정이 잘 받쳐주지 않으면 두 남자의 고군분투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었다. 중요한 캐릭터였단 뜻이다.

글쎄 노하우랄 것까진 없고, 진심을 보여주는 게 최선인 것 같다. 최대한 여배우 당신을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그려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감독을 비롯해서 남자배우, 스태프까지 나서서 보여줘야 한다. 처음엔 경계하고 의심하던 여배우들도 스스로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 마음의 문을 연다. 사실 감독들이 편집본을 배우들한테 잘 안 보여주는 편인데, 나는 여배우들에게 수시로 보여준다. 

Q. 전지현, 손예진은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을 넘어서는 데 꽤 오래 걸렸다. 연출자로서 자신의 작품이 배우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

A. 얼마 전 손예진을 만났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클래식’ 얘기만 해요’라고 하더라.(웃음) 배우가 다층적인 이미지를 갖는 게 꼭 좋은 일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제임스 딘은 반항아 이미지 딱 하나였고, 주윤발도 아직까지 ‘영웅본색’이 대표작 아닌가.

가령 전지현도 ‘엽기녀’ 이미지를 부러 벗으려 애쓰다 보니 오히려 성과가 좋지 않았던 것 아닌가. ‘도둑들’이 성공한 게 전지현이 잘 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전지현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때 빛을 발하는 배우다. ‘엽기녀’ 때도 첫 만남에 “내추럴하게 연기할게요”라고 당돌하게 얘기하더라.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걱정부터 앞섰는데 연대에서 차태현과 하이힐 바꿔신는 장면에서 다들 깜짝 놀랐지. 전지현이 저렇게까지 무장해제될 줄이야! 

Q. ‘엽기적인 그녀2’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A. 글쎄, 그건 나와는 완전 별개의 프로젝트다.

Q.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A. 현실과 완전 다르 세계의 삶을 그리고 싶다. 이를테면 시대극 같은 것들. 난 영화 세트 안에 들어설 때 행복하다. 그 세트 안에서만큼은 온전히 우리만의 세상이거든. 글쎄, 아직 구체적으로 정리된 차기작은 없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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