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정태원 대표는 승부사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인천상륙작전'(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은 이야기의 특성상 그 태생부터 할리우드 배우 캐스팅이 필수요소였다. 하지만 출연료, 분량, 모든 면에서 캐스팅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만만치 않게 험한 길을 정태원 대표는 “두드리면 언젠간 열린다”라는 마음으로 돌파했고, 그 결과 할리우드 톱스타 리암 니슨을 평균 출연료 1/12에 캐스팅했다.
영화 ‘가문의 영광’으로 충무로에 코믹 프랜차이즈 성공시대를 열고, KBS2 드라마 ‘아이리스’, SBS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을 통해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 새 장을 연 정태원 대표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와 승부사 기질로 ‘인천상륙작전’ 역시 흥행에 성공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리암 니슨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인 그와 만나 캐스팅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어봤다.
■ 다음은 정태원 대표와 일문일답.
-인천상륙작전을 영화화하게 된 계기는?
‘포화속으로’를 제작한 뒤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영웅이 많단 것을 알게 됐다. 그분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처음 ‘인천상륙작전’을 기획한 건 2009년이었다. 원래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처럼 TV시리즈로 만들고 싶었는데 제작비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포화속으로’를 제작하며 전쟁영화의 어려움을 이미 겪어서 알고 있을 텐데, 또 전쟁영화에 뛰어든 이유는 뭔가
누군가는 해야하는데 그 누군가가 나인 거지. 제작비 많이 든다고, 고생 많이 한다고 해서 티켓값을 더 받는 건 아니잖아. 그런데도 나도 모르게 이 고생 길을 택하게 되더라고.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이끌린 것 같다.
-취재 과정도 만만치 않았겠다.
논문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공부했다. 취재를 하다 보니 정말이지 끝이 없더라. 그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건,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건 민초들이더라. 숨겨진 영웅들이 한반도가 열강들 사이에서 버텨오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대단한 국민이다. 뭉칠 땐 확실히 뭉치는 민족 아닌가. 축구, 금모으기만 봐도 그렇지.
-필연적으로 맥아더 장군의 역할이 중요했던 기획이다. 맥아더 역의 캐스팅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나.
맞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다. 계속 두드리면 문이 열릴 것 같았다. 할리우드 에이전시에서 리암 니슨, 콜린 퍼스, 해리슨 포드, 알렉 볼드윈을 제안했다. 개인적으론 리암 니슨과 콜린 퍼스 중 한 사람이길 바랐다. 재밌는 게 두 사람의 에이전시가 같았다. 같은 에이전시를 통해 두 사람에게 동시에 시나리오를 건넬 순 없는 노릇이잖아.(웃음) 사실, 처음부터 염두에 둔 건 리암 니슨이었다. 맥아더가 환생한 것처럼 똑같이 생겼거든. 그래서 리암 니슨에게 시나리오를 전했지. 중간에 한 번 캐스팅이 무산될 뻔했는데 그땐 정말 그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더라. 두드리고 또 두드렸지.
-결정적으로 리암 니슨을 섭외한 비결은 뭘까
평면적이지 않은 캐릭터였다. 맥아더는 굉장히 다혈질이었거든. 대권의 야망도 굉장했고, 언론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드라마틱한 순간을 어떻게 해서든 언론에 노출하고 싶어했다. 우리가 맥아더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진들도 모두 그에 의해 연출된 장면들이다. 만약 사진기자가 명장면을 놓치면 다시 불러 찍게 하곤 했다더라. 그러면서도 아랫사람들에겐 한없이 따뜻했다고 한다.
-리암 니슨의 출연료를 놓고도 루머가 많다.
꼭 밝히고 싶은게, 리암 니슨은 출연료를 떠나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했다. 물론 리암 니슨의 소속사에서는 개런티 때문에 출연시키기 싫어했지.(웃음) 계약서에 개런티를 밝히지 않겠단 조항이 있어서 간접적으로 말하자면, ‘테이큰’의 1/12 정도 출연료를 받았다.(리암 니슨의 ‘테이큰’ 출연료는 2500만 달러, 한화 약 273억 원이다. ‘인천상륙작전’의 순제작비는 150억 원)
-리암 니슨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루머도 있다.
전혀 사실 무근이다. 다만 시나리오 수정 요구는 몇 차례 있었지. 리암 니슨도 맥아더 장군 연구를 엄청 공들여 했다. 맥아더가 생전 가장 존경했던 인물이 링컨과 조지 워싱턴인데, 두 사람의 초상화가 맥아더의 방에 걸려있길 바랐다. 또, 너무 긴 담배 파이프가 아니었으면 좋겠고, 필리핀 사령관 모자를 소품으로 준비해달라는 디테일한 요구 사항이 많았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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