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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진 “연예인 피 없다고 생각…여전히 불안하다” [인터뷰]

박귀임 기자 조회수  

[TV리포트=박귀임 기자] 이른바 ‘혼술’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 있다. 배우 하석진이 그렇다. 캐릭터가 아닌 인간 하석진은 어떤 모습일까.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명수현 백선우 최보림 극본, 최규식 정형건 연출)에 출연한 하석진의 인터뷰가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하석진은 ‘혼술남녀’에서 잘 나가는 노량진 강사 진정석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진정석은 이기적이고 독설도 서슴지 않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인물. 박하나(박하선)를 만나면서 점점 변했고 사랑꾼 면모까지 드러냈다. 이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혼술남녀’는 자신 있었어요. 시놉시스를 읽고 매니저한테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을 정도였죠. 드라마 흥행을 떠나서 진정석 캐릭터를 살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에는 욕먹을 수도 있겠지만, 진정석을 이해하고 좋아하면서 연기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혼술남녀’를 통해 하석진은 다양한 매력을 발산했다. 이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 하석진도 애정이 컸다.

“‘혼술남녀’ 작가가 대본을 정말 재미있게 써줬어요. 하다 보니까 대본에 없는 부분을 채우고 싶더라고요. 등산 장면에서 손동작을 능구렁이처럼 한다거나 이런 아이디어가 막 생각났어요. 코미디가 많았고, 아이디어를 쓸 수 있는 기회도 많았죠. 메인 캐릭터가 9명이니까 그 분량이 어느 정도 나눠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책임감도 컸어요. ‘혼술남녀’ 오프닝과 내레이션을 제가 맡았거든요. ‘안주를 맛있게 먹어야 시청자들이 유입된다’라는 부담감이 있었죠. 내레이션 고민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이 했어요. ‘나는 혼술이 좋다’ 이 문장도 어떤 말투로 해야 할지, 어떤 표정에서 내레이션을 해야 할지 고민되더라고요. 집 밖에서 혼술 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배우의 길을 걷다 보면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는 법. 의도하지 않게 악플을 받기도 한다. 하석진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악플에 연연하지 않았다.

“악플만 보이더라고요. 사실 별게 없고, 저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지만 고치려고 노력을 하게 돼요. 연연하지는 않는데, 참고는 하려고 해요. ‘나를 안 좋게 본다면 이런 부분을 안 좋게 보는구나’ 싶거든요. 조심해야 할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따로 해명하고 싶은 부분은 없어요. 사람들마다 한 인물을 파악하는데 좋은 부분은 부풀려서 생각하기 마련이니까요. 욕하는 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댓글 달리는 것에 감사하죠.”

하석진은 ‘혼술남녀’에서 연애 초보로 등장했다. 실제로는 어떨까. “어릴 때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처럼 차갑고 이런 게 멋있는 줄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자상한 남자가 되려고 노력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여자 친구가 없어서 모르겠는데, 연애를 다시 시작하게 된다면 그런 남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점점 나이가 들면서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이 중요해졌어요. 같이 있을 때 휴대전화를 안 보게 만드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양대학교 공대 출신인 하석진은 2005년 연예계에 데뷔했다. 공대와 배우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하석진도 배우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우연찮은 기회에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이제는 배우를 선택한 것에 후회가 없다.

“2005년 중학교 친구가 매니지먼트에 취업했는데, 그 때 기회를 얻었어요. 연예인의 피가 없다고 생각해서 회의적으로 시작했죠. 데뷔 후에도 배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2011년까지는 돈을 버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죠. 어느 날 자잠이 안 오더라고요. 친구들이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직업의식을 갖기 시작하니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혼자 유럽 여행을 떠났어요. ‘내 인생에 위기가 온다면 지금부터 오겠구나’ 문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불안하기도 하지만 10년 동안 큰 사고 없이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해요. 별문제 없다면 배우로서의 삶이 아쉬움 없는 죽음일 것 같아요.” 

하석진은 배우의 삶에 만족했지만, 연기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다. 연기 폭도 넓히고 싶고, 욕심나는 역할도 생겼다.

“자신의 몸을 망쳐가면서 캐릭터에 몰입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실 있어요. 나를 버렸을 때 내가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연기는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제 또래 배우들 봐도 ‘어떻게 대사를 맛있게 치지?’라는 생각도 하고요. 요즘 잘하는 90년대 젊은 배우들 보면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했으면 지금 더 잘했을 텐데’ 이런 생각도 들어요.”

‘혼술남녀’로 인생작을 추가한 하석진.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배우의 길을 달릴 예정이다. 언제나 연기를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하석진의 앞날을 응원한다.

박귀임 기자 luckyim@tvreport.co.kr / 사진=마루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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