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단편영화 ‘몸값'(이충현 감독)은 지난해 독립영화계를 휩쓴 최고의 화제작이다. 원조교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흥정을 14분간의 롱테이크로 그린 이 작품은 짧은 시간 안에 치밀한 복선과 종잡을 수 없는 긴장감, 반전까지 선사한다. 이 괴물 같은 작품에서 괴물 같은 연기를 펼친 이가 있다. 바로 배우 박형수다.
‘몸값’에서 원조교제남으로 등장한 박형수는 사실 경제학도였다. ‘트레인스포닝’의 이완 맥그리거, ‘마스크’의 짐 캐리를 보며 배우를 동경하던 그는 졸업을 앞두고 자퇴를 결심했다. 99학번의 나이로 서울예대 05학번으로 입학해 연극 무대에서 ‘대학로 박신양’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동경하던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몸값’을 계기로 영화계에서 주목하는 신스틸러가 됐다. ‘공조’의 국정원 간부, ‘보통사람’의 기자, ‘원라인’의 서기관,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사관 등 분량에 상관없이 등장만으로 시선과 귓가를 잡아끈다. 귀에 쏙 들어오는 발성, 무슨 직업을 맡은 그 일을 오래 한 이처럼 능숙하게 녹아드는 유연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 ‘아리동’, ‘침묵’까지 개봉을 앞둔 작품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 배우를 주목한다면 앞으로 영화 보는 재미가 더해질 것. 충무로의 새로운 신스틸러, 박형수를 만났다.
■ 다음은 박형수와 일문일답
-‘원라인’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양경모 감독의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작품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그때 인연이 돼서 세 작품 정도 같이 하고, 이렇게 장편까지 같이 하게 됐다. 아무래도 친분이 있다 보니 대충 얘기하더라도 금방 알아듣는 건 있다. 가령 대사를 시나리오와는 묘하게 다른 뉘앙스로 바꾼다든지.
-서기관(박형수), 좌천된 검사(조우진), 정의감 넘치는 경찰(안세하)의 코믹 앙상블 타율이 높더라. 등장하는 대부분 장면에서 웃기더라
생각했던 것보다 더 웃기게 잘 나왔다. 시나리오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
-서기관이 대충 시간을 때우기 위해 탁구, 골프, 검도를 즐기는 장면은 원래부터 있던 설정인가
맞다. 아, 검도는 새롭게 추가된 거다. 스포츠맨 느낌으로 하나 더 추가해보면 어떨까 싶어 촬영 중간 추가된 아이디어다. 덕분에 단 한 장면을 위해 두 달 정도 탁구를 배웠다.(웃음)
-서울예대 05학번이다.
원래는 99학번 나이인데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스물여섯에 입학했다. 경제 학과를 3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가 연기가 하고 싶어 자퇴했다. 생각보다 어려운 결정은 아니었다. 막연하게 연기를 동경만 하다가, 군대 전역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준비했지. 예대 05학번 동기로는 이동휘, 조복래랑 친했다.
-단편영화 ‘몸값’이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게 해줬다.
그 작품이 이렇게까지 반향을 일으킬 줄은 몰랐다. 원테이크 영화였잖아. 리허설만 두 달 정도 했다. 감독님 사비 500만 원으로 하루 만에 찍은 작품이다.
-박형수 특유의 얄미운 말투가 있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든 조금은 내 스타일대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가령, 박형수가 검사를 연기하면 어떨까, 박형수가 서기관이 되면 어떨까처럼 나한테서 출발하려고 한다. 말투 역시 내가 원래 쓰던 말투에서 조금씩 변형을 준다. 동어반복이 되지 않기 위해 늘 고민하는데, 단 1퍼센트라도 바꾸려고 애쓰는 편이다.
-어쩌다 보니 전문직 전문 배우가 됐다. 사극영화인 ‘임금님의 사건수첩’에서도 사관이다.
상업영화에서는 아직까지 내 이미지가 그런 것 같다.(웃음) 그래도 조금씩 변형을 주고 있다는 데 만족하다. 기존의 검사 캐릭터, 기존의 국정원 간부 캐릭터와 차별점을 두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그 안에서 소모되지 않게끔 노력한다.
-개봉을 앞둔 차기작도 많다. ‘아리동’, ‘침묵’에서는 각각 어떤 캐릭터인가
‘침묵’은 1회차 촬영이라 굉장히 짧게 나오고, ‘아리동’은 스포일러가 돼 밝힐 수 없다.(웃음)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조성진 기자 jinphoto@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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