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이태원 터주대감 홍석천이 “경리단길을 살리겠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나섰다. 올초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밝혔던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Oh! 마이로드’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 20년 전 커밍아웃을 했던 당시의 진심, 그때와 비슷한 감정으로 나섰다는 홍석천의 눈물은 ‘Oh! 마이로드’로, 경리단길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홍석천은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tbs 본사에서 ‘홍석천의 Oh! 마이로드’ 제작발표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쾌한 웃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Oh! 마이로드’를 시작하게 된 이유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었다.
올해 초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자영업자들의 입장을 대변했던 홍석천. 그는 “이 프로그램이 시작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TV프로그램을 위해서 만드는 것보다 실제 상인, 건물주 더 나아가 용산에 있는 분들을 위해 ‘솔직하게 만들어 보자’ ‘좋은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데, 생각보다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홍석천은 오래 전부터 방송 외에도 외식사업가로 입지를 다졌다. 경리단길에서 그 시작을 열었고,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으며 지금도 그 가운데 있다. 한 때 200여 명의 직원들과 함께 일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상권의 쇠퇴와 함께 직원들의 월급을 위해 일부 가게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홍석천은 결국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홍석천은 “20년 전 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커밍아웃을 했다. 당시 대한민국에 동성애자들이 분명히 있지만,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에 화가 나고 답답했다. ‘희생되는 한이 있어도 한 번 싸워보겠다’는 마음으로 나섰던 것”이라며 “지금의 나는 20년 전의 그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말 뿐인 정책도 너무 많다. 전국의 자영업자를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버티고 있지만 어른들이 나서주지 않으면 힘들다. 전체적인 큰 문제들을 해결해 주셔야 한다. 힘이 있는 분들이 해결해주셔야 젊은 친구들이 희망을 갖게 된다. 그래서 내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생이나 젠트리피케이션, 자영업자, 일자리 창출 등이 다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답은 아주 작은 곳에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소통의 부재”라며 “같은 동네에 있지만 서로 인사도 지내고 있더라. 그렇다 보니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는 건 당연하다. 내가 경리단길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것처럼, 결국 다른 분들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런 생각들이 모이다 보면 결국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경리단길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홍석천이기에 그의 ‘경리단길 상생 프로젝트’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수도 있다. 이에 대해 홍석천은 “이 아이디어의 시작은 2년도 더 됐다. 고민을 거듭해온 것”이라며 “경리단길의 상징성을 봐 달라.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골목으로 꼽히며 전국의 OO리단길 열풍을 이끌어낸 주인공에서, 언제부터인가 찾는 이들이 뜸해지면서 대한민국 ‘젠트리피케이션’의 첫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본점인 경리단길을 살리고 해결책을 찾는다면 다른 곳들을 살리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론 내 건물이 경리단길에 있기도 하지만 경리단길 골목에서 안 보이는 곳에 숨어있다. 상권이 살아난다고 해서 내가 크게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여러 생각이 들었던 건 사실이나,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며 안 움직이는니 움직여서 무엇이라도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나서게 된 것”이라며 “지금은 경리단길로 시작했지만, 살려야 할 골목들이 무척 많다. 작은 아이디어들이 뭉치면 뭐라도 된다. 이후 전통시장도, 지방 지역 상권 살리기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상생을 위한 발걸음”이라고 자신했다.
특정 상권을 집중 조명해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비교 선상에 놓이는 것은 사실. 그러나 홍석천은 “하나 하나의 가게가 아닌, 상권 전체에 주목한다”며 ‘골목식당’과의 차별점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홍석천은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날 것 같은 맛이 또 있다. 프로그램적 장치가 별로 없고, 대부분은 상인들하고 동네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억지스럽지 않은 소소한 재미가 있을 거라 자신한다”며 ‘Oh! 마이로드’를 강조했다.
신개념 골목상권 부활 리얼 로드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홍석천의 Oh! 마이로드’는 MC 홍석천, 10년째 이태원에 거주 중인 줄리안이 함께 10주간 ‘경리단길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상인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담아낼 예정. 경리단길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해법이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곁들여질 전망이다. 경리단길에 앞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했지만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로 이제는 제2의 부흥을 꿈꾸고 있는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골목 사례도 함께 소개된다. 오는 16일 오후 11시 첫 방송.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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