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깊은 우정을 그린 연극 한 편이 대학로 무대 위에 올려진다. 지난 15일 국내 초연을 시작한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가 그것. 60년 연기 경력의 배우 이순재와 신구, 젋은 여배우 김슬기와 박소담이 호흡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고집불통 앙리할아버지와 상큼발랄한 대학생 콘스탄스가 서로의 인생에서 특별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주제는 무거워 보이지만, 폭소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코믹하게 구성된 연극이다.
19일 오후 서울 대학로 대명문화공장에서 ‘앙리 할아버지와 나’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전막을 시연했다. 중반까진 이순재와 박소담, 조달환, 김은희가,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신구와 김슬기, 이도엽, 강지원이 극을 이끌었다.
김슬기는 ‘앙리 할아버지와 나’가 3년 여 만의 무대. 그녀는 “데뷔를 연극으로 해서 그리웠는데, 좋은 작품을 만나게 돼서 새롭고 설레면서 하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선배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 입 아플 정도로 기쁘고 행복하다”라고 무대에 오르는 기쁨을 표출했다.
‘괴물 신인’으로 불리던 박소담은 지난해부터 연극 무대에 집중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녀는 “연기를 연극으로 시작했다. 무대에 오를 때 부담감은 있지만, 신나고 행복하다. 좋은 선배들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 큰 고민이 없을 정도로 매일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순재와 신구는 손녀 뻘인 김슬기 박소담과 번갈아 무대에서 호흡한다. 이순재는 4년 전 ‘황금연못’으로 무대에 오를 때 “젊은 여배우와 멜로를 하고 싶다”고 염원한 바. 꿈을 이룬 셈이다.
이순재는 “싱싱하고 젊은 배우를 만나서 힘이 솟는 것 같다”며 “이제 사실 로맨스를 해도 가능하지 않나. 과거엔 금단이 많아서 하고 싶은 걸 못 했는데, 조금더 진하게 가도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농담을 던졌다.
더블 캐스팅이 연습 시간도 부족하고, 작품 내용의 부실을 가져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는다던 신구도 “젊은 여배우와 호흡해 좋아하셨다”는 조재현의 말에 파안대소했다.
이순재는 “신구와 경쟁 관계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연기해오다 보니 각자 구축한 영역이 있다”며 “배우 각자의 차별된 볼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런 창조성의 좋은 계기가 아닐까 싶다. 이번 연극은 두 번은 와야 한다는 이야기다”라고 강조했다.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프랑스 극작가 이반 칼베라크의 작품으로 2012년 프랑스에서 초연됐다. 2015년 바리에르 재단 희곡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같은 해 영화로도 제작됐다.
30년 전 아내를 잃고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78세의 전직 회계사 앙리 역엔 배우 이순재와 신구가 맡는다. 새로운 삶을 꿈꾸는 대학생 콘스탄스 역에는 배우 박소담과 김슬기가 캐스팅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인물이다.
이 밖에 이도엽과 조달환은 앙리의 아들인 폴 역으로, 프랑스 수다쟁이 아줌마 발레리 역엔 배우 김은희와 강지원이 나눠 맡는다.
이도엽은 “다음엔 5대 5 가르마를 해서 얼마만큼 외모적으로 망가질 수 있는지 탐색해보려 한다”며 “마지막 날에는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빵빵 터지는 캐릭터를 완성하겠다”며 조달환에 경쟁심을 드러내며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앙리 할아버지’는 내년 2월 11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계속된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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