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가영 기자] ‘보좌관’이 오프닝 내레이션, 회당 부제, 강렬 엔딩으로 이어지는 치밀한 수미쌍관의 전개로 시간 순삭 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고도 오프닝과 부제를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되는 이유다.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극본 이대일, 연출 곽정환, 제작 스튜디오앤뉴)의 시청자들 사이에서 시청 꿀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오프닝 내레이션, 부제, 엔딩의 상관관계. 한 회를 여는 장태준(이정재)의 내레이션이 ‘엔딩 맛집’이라 불리는 강렬한 엔딩씬까지 치밀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걸 의심하라. 사람이 아닌 상황을 믿어라. 약점을 내어주지 마라. 끊임없이 생각하며 분석하라. 선택에 후회를 남기지 마라. 그리고 이 모든 걸 이용해 이상을 현실로 바꿔라. 이게 제가 가진 보좌관으로서의 신념입니다”라는 장태준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 1회의 부제는 ‘6g의 배지’였다.
이는 장태준의 언론 인터뷰를 음성으로 먼저 보여준 오프닝이었지만, 수석 보좌관 장태준이 어떻게 여의도에서 치열하게 생존해왔는지, 그리고 그가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단숨에 이해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리고 엔딩에서는 송희섭(김갑수)의 당내 라이벌인 조갑영(김홍파)의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이끌어내며, 4선 의원 원로회 모임에 입성했다. 영향력 있는 모임에 소개된다는 건, 국회의원 공천권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걸 의미했다. ‘6g 배지’에 한층 더 가까워진 것.
하지만 2회에서는 부제 ‘파열’. “우리 일은 의사와 같다. 찢어진 인생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가려진 것을 걷어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고 벌어진 틈을 메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라는 내레이션 역시 부제를 풀어냈다. 장태준은 이날도 국정감사 파행까지 막아내는 등 활약을 펼쳤지만, 자신이 여의도에서 유일하게 존경하는 인물인 이성민(정진영)에게 위기가 닥쳤다. 그의 지역구 사무실 간판이 추락해 행인이 다치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 것. 더군다나 지역구 보좌관인 오원식(정웅인)이 갑자기 여의도에 모습을 드러내며 관계의 파열을 예고, 긴장감을 증폭시켰다.
‘선택의 이유’라는 부제로 시작된 3회에서 장태준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조갑영(김홍파) 의원실에서 송희섭을 공격하기 위해 갖고 있었던 USB를 파기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송희섭에게 발각됐기 때문. “출발지점과 선택의 이유는 모두 다르다. 모두 자신의 세계를 찾기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로가 선 위치는 다를지라도, 모두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해 이곳에 있다”라는 내레이션처럼, 그의 모든 선택에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목적이 있었겠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처한 난관과 갈등의 고리를 풀어낼 수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USB로 인해 송희섭의 신임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한 장태준은 “인생은 작은 실수에서 무너진다. 하나, 둘. 지금껏 쌓아온 것들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다”라는 4회 오프닝 내레이션으로 전회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결국 지역구로 좌천된 장태준. 기지를 발휘해 다시 여의도로 돌아왔지만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기 위해서는 연인 강선영(신민아)을 무너뜨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내가 가진 카드를 하나 버려야 한다”라는 엔딩 대사는 ‘도미노’라는 부제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과연 그가 버릴 하나의 카드는 무엇일까.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김가영 기자 kky1209@tvreport.co.kr/ 사진=’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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