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박세리-김상중이 AI 골퍼 엘드릭과의 대결에서 2대1로 패했다.
30일 오후 방송된 SBS 신년특집 ‘세기의 대결! AI vs 인간’에서는 박세리 감독이 AI 골퍼 엘드릭과 대결을 펼쳤다.
이날 AI 개발자 진은 AI 골퍼 엘드릭을 소개했다. 최고를 자부한 진은 “31년 전만 해도 볼만 치면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기술이 발전해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엘드릭은 어떤 골퍼의 샷을 모두 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1만7천명의 골퍼를 학습한 엘드릭은 골프 지형 파악, 바람 풍속 판단은 물론 200가지 넘는 샷을 0.03초 만에 구사할 수 있다고.
스튜디오에서 보던 광희는 “제가 세리 누나 팬인데 이번 게임을 질 것 같다”면서 “저도 요즘 골프를 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골프는 멘탈 게임인데 AI는 감정이 없으니까”라고 예상했다. 김이나는 “기대가 되지만, 기계는 자리 잡는 것도 공 놔주는 것도 사람이 해줘야 한다”면서 한계를 지적했다. 과학자는 “두발로 걷는 로봇을 이제야 조금 보게 됐고, 움직임을 복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경기를 기대했다.
AI 골퍼 엘드릭의 도전장 영상을 확인한 박세리 “나 공 안치는 거 알고 있네. 약간 자존심 싸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인간의 무모한 도전인 것 같다. 사람이 불리하다”고 단호하게 말한 그는 “일정한 스피드로 해도 기계는 지치지 않는다. 또 정확성이 높을 거다. 나는 스윙을 매일 하지 않아 유연성이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냉정하게 판단했다.
하지만 박세리는 “골프를 하기에 AI가 터무니없이 부족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힘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며 거리와 힘에서 인간이 질 수는 있겠지만 나머지는 미지수라는 것. 사전 미팅을 마치고 박세리는 파트너로 ‘골프 열정맨’ 김상중을 영입했다. 신나게 아재 개그를 선보인 김상중은 “골프가 멘탈 게임이라고 하는데 멘탈 강하지 않다”면서도 날카롭게 분석해 “AI는 환경적 요인에 약할 거”라고 예상했다.
연습 중인 두 사람을 찾아간 전현무 “긴장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세리는 “기계여서 그런지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스윙하는 건 맞는데 긴장은..”이라고 덤덤하게 반응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 캘리포니아에서 온 엘드릭은 미리 무주 골프장을 오가며 지형과 환경을 파악했다. 하지만 높은 산에 둘러싸인 한국 골프장은 미국과 완전히 달랐다. 엘드릭은 바람을 감지해 샷을 날리는데 공이 받는 저항까지 계산하지 못했고, 개발자 진은 “모든 골프 코스에 바람 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박세리에게도 무주 골프장은 첫 방문이었다. 그린으로 이동하며 연습하는 엘드릭을 본 그는 “혼자 너무 많이 치네. 반칙 많이 쓰네. 몸은 내가 풀어야 하는데”라며 경계했다.
이날은 박세리의 은퇴 4년 만의 경기. 1라운드 ‘롱 드라이브’ 대결에서 박세리는 자신의 경기는 물론 엘드릭의 특징까지 파악했다. 김상중은 정확한 예측과 해설로 놀라게 했다. 전현무가 “골프 채널에서 섭외 들어오겠다”고 하자 김상중은 “불러주면 가겠다”고 망설임 없이 답했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 결과 236미터를 기록한 박세리가 승리했다. 엘드릭은 마지막 샷에서 223.2미터를 기록했다. 소감을 묻자 박세리는 “저는 제가 이길 줄 알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상중이 참가한 2라운드는 ‘홀인원 챌린지’로 진행됐다. 앞서 엘드릭과 대결한 박세리는 “엘드릭은 힘이 강점이다. 일정한 힘으로 스윙해서 유리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첫 샷부터 그린에 공을 올린 김상중이었지만, 점점 샷이 불안정해졌다. 이에 박세리는 “같은 샷을 날리면 인간은 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간과 AI 모두 홀인원에 실패했다. 하지만 홀컵에 35cm 붙인 엘드릭 승리했다. 김상중은 3.8m까지 거리를 좁혔다.
마지막 라운드는 ‘퍼팅 대결’이었다. ‘멘탈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퍼팅에서 박세리는 난항을 겪었다. 연습 때 만해도 홀컵으로 빨려들어가던 공이 계속 우측으로 휜 것. 엘드릭은 2점을 선취했지만, 곧 비거리가 짧아졌다. 진은 “우리가 설정할 때는 잔디가 이렇게 젖어있지 않았다”면서 급변하는 상황에 빠른 대응은 불가한 것을 나타냈다. 하지만 엘드릭은 두번 실수는 하지 않았고, 최종 승리를 거뒀다.
한편 전현무는 “연습할 때는 박세리 씨가 거의 다 성공했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6억원 몸값의 AI 골퍼 엘드릭은 궁극적으로 골프 교육용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슬펌프에 빠진 선수들이 AI가 복제한 샷을 보며 잘못을 보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김상욱 과학자는 “AI의 인간 영역 침범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100년 전 우리 실생활로 들어온 것이 냉장고 세탁기다. 그 전에는 수많은 하인, 하녀들이 하던 일이다. 이제는 왜 그런 일까지 인간이 해야하지? 싶을 거”라며 “무섭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접근할 것은 아니다. 발전하는 AI에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방송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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