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7년 차 루키. 무대에 선 경험은 많지만 아직 관객에게 새로운 얼굴이다. 조급할 법도 한데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걷는다. 그만큼 발걸음에는 힘이 있고 지나간 자리에 흔적을 남긴다. 그동안 쌓아온 시간은 빛을 발했다. 찰나의 스포트라이트도 놓치지 않고 실력으로 자신을 각인시키며 관객의 뇌리에 잔상을 남겼다. 뮤지컬 ‘테레즈 라캥’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선사한 배우 김민강의 이야기.
김민강은 뮤지컬 ‘테레즈 라캥’에서 선천적으로 병약해 몸도 마음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청년 ‘카미유’ 역을 맡았다.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이 격정적으로 휘몰아치는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 된 소설 ‘테레즈 라캥’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2019년 초연 당시 도발적인 소재와 독특하고 고풍스런 분위기의 매혹적인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바, 이번 재연도 호평받고 있다.
지난 2016년 뮤지컬 ‘곤 투모로우’ 앙상블로 처음 뮤지컬계에 발을 디딘 김민강은 올해로 데뷔 7년 차 배우다. 뮤지컬 ‘앤 ANNE'(2018)을 비롯해 ‘전설의 리틀 농구단'(2022) ‘리차드 3세: 미친왕 이야기'(2022)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 2019년에 이어 열일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9월 20일 개막한 ‘테레즈 라캥’도 벌써 중반을 넘어선 상황, 김민강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Q. ‘테레즈 라캥’도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소감은?
– 너무 행복하다! 보통 밝은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카미유를 만나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며 스스로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찾게 된 것 같다. 지금도 계속 찾아가는 기분이 들어서 매회 설레고 행복하다.
Q. 카미유 배역을 어떻게 맡게 됐나?
– 전에 ‘바톤콘서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배우 세 명이 원하는 노래를 선정해서 하루 공연을 올리는 형태였는데, 고민하다가 뮤지컬 ‘테레즈 라캥 ’넘버 중 좋아했던 ‘카미유의 회상’을 불렀다. 당시 한소영 대표님이 콘서트를 보러 오셨는데, 그때 불렀던 김광석의 노래와 같이 아주 좋아해 주셨다고 들었다. 그 순간이 한다 프로덕션과 ‘테레즈 라캥’의 시작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Q. 카미유와 처음 마주했을 때 첫인상은 어땠나? 또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어갔는지?
– 설렘? 하하.. 이 검은색의 친구를 어떻게 긁어서 다양한 색깔을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캐릭터를 만들 때 중점적으로 생각을 했던 건, 카미유를 중심으로 이야기나 캐릭터를 펼쳐 나가기보다, 카미유라는 인물이 테레즈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할지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서 테레즈를 중심에 두고 밖에서부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테레즈를 대하는 카미유의 말투, 테레즈에게 하는 행동이 하나씩 만들어지면서 캐릭터가 조금씩 더 구체화됐다.
Q. ‘카미유와 테레즈’의 관계가 궁금하다. 먼저 카미유의 테레즈를 향한 마음은 집착 혹은 사랑?
– 사랑이다! 카미유는 테레즈를 사랑한다. 누군가 보면 집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카미유가 사랑하는 방식이고, 카미유가 알고 있는 최선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좋은 표현들이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카미유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말 노력하고 테레즈를 아껴주려고 했다고 생각한다.
Q. ‘원래 내 것’이던 테레즈와 어떤 미래를 꿈꿨나?
– 평범한 삶을 꿈꿨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테레즈와 결혼해서 건강한 아이도 낳고 출근해서 퇴근하면 함께 따뜻한 밥을 먹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행복하게 잠들 수 있는 삶. 몸과 마음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평범하고 온전한 삶을 꿈꾸지 않았을까?
Q. 배에서 밀려나며 테레즈를 응시했다. 어떤 마음이었는지?
– 테레즈가 제 손을 뿌리쳤을 때 배신감을 느꼈지만 끝까지 믿고 싶었다.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테레즈는 날 구해줄 거라고 그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테레즈는 나를 꼭 구해줄 거라고 다시 내 손을 잡아 줄 거라고.
Q. 이번에는 ‘카미유와 로랑’의 관계에 관한 질문이다. 갑자기 나타난 로랑을 보고 카미유의 진짜 마음은 어땠나?
– 너무 반가웠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 와서 적응도 못 하고 앞으로 일하는 데 있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어릴 적 알고 있었던 로랑을 만나서 너무 반갑고 의지를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Q. 카미유는 ‘테레즈를 향한 로랑의 시선’을 알아차렸을까?
– 로랑의 시선보다 테레즈가 조금씩 바뀌면서 의심을 하게 된다.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테레즈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테레즈의 행동이나 기분 등 평소와는 다른 것을 눈치챘다. 마침 엄마도 로랑을 좋아하는 게 너무 보였고, 혹시 테레즈도 로랑을 좋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했다. 로랑의 시선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테레즈에게 결혼 프러포즈 하기 전, 로랑에게 ‘테레즈랑 다시 베르농으로 돌아갈 거’라고 말하며 로랑을 떠본다. 하지만 로랑이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하니 로랑과 테레즈는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Q. 배에서 날 밀어내던 형제 같던 로랑, 그의 옷소매를 꼭 잡고 버티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 너무 슬프고 너무 무서웠다. 믿었던 친구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테레즈에게 버려졌다는 이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냥 이 모든 게 한낱 악몽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카미유가 귀신(영혼)이 되어 테레즈-로랑 곁을 맴돌았을까?
– 괴롭히기 위해서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 같고, 테레즈가 보고 싶어서 나타났을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테레즈가 보고 싶어서 나타났어도 테레즈는 고통스러웠겠죠…
Q. 라캥家에서 카미유만 유일하게 다른 이의 손에 파멸(죽음)당하게 된다. 카미유에게 ‘파멸’이란 어떤 의미일까?
– 카미유에게 파멸이란 억울함인 것 같다. 카미유 방식대로 살았고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 미움 받고 심지어 죽임까지 당하게 되잖나. 억울함이 굉장히 클 것 같다. 사실 따지고 보면 카미유는 왜 죽임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한다.
Q. 카미유에게 어머니의 존재란?
– 어릴 때는 저의 세상이고 전부였다. 엄마가 없으면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Q. 관찰자의 입장이 된 카미유가 본 테레즈-로랑의 파멸은? 그들을 보며 중얼거렸을 법한 말이 있다면?
– 극 중 나오는 가사와 비슷하다.“이제 너희들도 고통과 인사해, 테레즈. 로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터뷰②로 이어짐)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한다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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