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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미술감독 “사용된 흙만 20톤…이게 세트야? 싶은 모든 것 만들었다” [인터뷰]

작성자 아바타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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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연주 기자] 올해 첫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린 ‘파묘’. 꺾이지 않는 흥행 기세와 화제성으로 영화의 면면이 모두 화두가 되고 있다. 

영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다. ‘K-오컬트 장인’라는 타이틀을 가진 장재현 감독이 연출을 맡은 새로운 오컬트물로 배우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이 각 캐릭터를 완성도 높게 소화해 이른바 ‘묘벤저스’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탄탄한 스토리,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연출, 배우들의 연기 등 ‘파묘’가 인기를 견인한 데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게 미술이다. ‘파묘’의 미술을 총괄한 서성경 미술감독은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영화적 재미를 위해 변주를 주었다기보다는 진짜처럼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초현실적인 소재이다 보니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리얼하게 만들어야 이입할 수 있을 거라는 감독님의 의견에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 ‘사바하’를 통해 장재현 감독과 한차례 호흡을 맞췄던 서 감독은 ‘파묘’에서 날개를 단듯 생생한 미술을 구현해냈다. 서성경 미술감독의 감각을 바탕으로 탄생한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과 실감나는 소품 등 ‘파묘’의 전반적인 색채부터 디테일한 요소는 영화의 큰 재미다. 

이하 ‘파묘’ 서성경 미술감독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파묘’가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흥미로운 소재라 생각했지만, 이 정도의 흥행은 예상하지 못했다.(웃음) 제작 과정에선 미술이 얼마나 보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데 배우들이 영화 홍보를 하면서 미술팀을 비롯해 스태프들의 노고를 언급해 주셨다. 덕분에 “정말 세트로 만든 게 맞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흥행 요인으로 미술을 빼놓을 수 없다. 

CG작업을 최대한 배제했다는 사실에 특히 놀라움을 표현하는 분들이 많다. 매의 눈으로 이스터에그(영화 속 숨겨진 메시지나 기능)같은 세팅을 찾아내는 재미 또한 관객들이 파묘를 N차관람하는 데 한 몫이 돼서 뿌듯하다. 

-‘파묘’에 합류한 계기가 궁금하다.

장재현 감독님과 ‘사바하’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독특한 소재를 공부하는 게 쉽지 않지만 흥미로웠다. ‘파묘’ 또한 비슷한 기대감이 있어 함께하게 됐다. 풍속과 무속, 핏줄이라는 한국적인 소재가 합쳐진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번 작품에서 장재현 감독의 주문은 무엇이었나?

‘사바하’와 ‘파묘’ 모두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초현실적이니 미술도 조금 더 영화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오히려 공간이 리얼해야 관객들이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하셨다. 그 말을 믿고 따랐다. 곁에서 본 장 감독님은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직접보고 실제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시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전문분야에 대한 디렉션이 정확하고 디테일 표현도 좋은 연출자다.

-전반적으로 어떤 톤을 가져가려고 했나? 

이번 작품도 진짜처럼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또한 풍수와 무속, 음양오행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컸다. 양지와 음지, 오향 요소들의 질감을 어떻게 극대화시켜서 보여줄 수 있을지,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결의 고민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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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흙, 관 등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의 디테일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풍수지리, 무속, 귀신과 도깨비 등 관련 서적을 보면서 작품의 세계관에 조금씩 다가갔다. 우선 흙은 양지와 음지에 따라 빛깔이 다르다고 하더라. 여러 가지 샘플을 수집하고 양지에는 황톳빛 흙을, 음지에는 검은빛의 흙을 가져가려고 했다. 약 20톤에 달하는 검은 부엽토를 로케이션지 흙과 섞어 원하는 색감을 만들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두 개의 관은 전혀 다른 이미지로 구상했다. 초반에 등장하는 관은 고급스럽고 귀한 느낌을 내기 위해 금속 장식과 정교한 조각을 넣은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쌍현무 형태를 모티브로 디자인해서 관뚜껑에 조각했는데 현무는 거북이와 뱀이 합쳐진 형상으로 물을 관장하는 신이다. 불의 기운을 가진 ‘험한 것’을 물의 기운으로 덮어놓은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였다. 두 번째 ‘험한 것’의 관은 방향성을 잡는 것부터 난제였다.(웃음) 일본은 매장 문화가 아니라 고증 자료가 많지 않았다. 자료를 최대한 모아 두꺼운 나무로 제작한 관을 선택했고, 앞의 관과 다르게 크기도 형태도 재질도 투박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묫자리와 보국사 등 공간이 세트인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초반에 감독님은 실제 산꼭대기에 묘를 만들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수차례 헌팅을 거친 후 세팅과 촬영 여건을 고려해 평지에 만드는 방향으로 변경했다. 산꼭대기 묘는 2미터 정도로 지대를 높이고 100그루가 넘는 나무들로 조경작업을 거쳐 오픈세트로 만들었다. 예전엔 양지의 명당처럼 보였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악지에 음지인 곳이다. 봉분 자체는 소박하지만 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나무들은 좋은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왕가 무덤의 형태를 참고했다. 동시에 음지의 표현은 잎의 색이 붉게 변한 죽은 나무의 컬러감, 검은 빛을 띠는 흙의 색감, 오랫동안 방치된 채 쓰러져 있는 나무와 덤불 등의 룩으로 보여주려 했다. 보국사는 법당과 창고, 스님이 사는 별채까지 무주에 오픈세트로 지었다. 토목공사부터 3개월 가까이 소요됐다. 당초 밭이었던 자리에 세트를 지어서 비가 내리는 날엔 돌담이 무너지기도 했다. 세트팀과 작화팀이 추운 날씨에 고생을 많이 했다. 

-주요 캐릭터 4인의 이미지 구상 과정도 궁금하다. 

젊은 무속인 설정인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이 고민이었다. 전문적인 무속인들의 프로페셔널한 모습과 젊은 감각을 함께 보여주는 게 관건이었다. 세련된 고급 캐리어 안에는 사용감 많은 오래되고 낡은 무구들을 용도에 맞게 가지런히 정돈해 세팅했다. 봉길 북에 달린 엽전, 화림의 무구 장식들, 부적 등 무속 관련 소품들은 실제 무속인 선생님들께 자문 받아 제작했다. 

-‘험한 것’ 이미지는 어떻게 구현됐나?

일단 도깨비에 관한 자료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접근했다. 키가 8척 이상 되고 머리에 뿔이 있고 송곳니가 도드라졌다는 문서 자료와 몇 장 안되는 옛 민화에 묘사된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일본도깨비 ‘오니’와 사무라이 무사를 접목시켜 ‘험한 것’이 탄생했다. 일본민화에서 보여지는 불을 내뿜고 있는 도깨비 그림에서 붉은 피부의 모티브를 가져왔고 옛 사무라이 무사의 투구와 갑옷 착장을 더했다. 투구에는 지네 장식을 디자인해서 부착했는데 지네는 후진을 못하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는 용맹함의 의미로 일본 무사들이 투구의 장식으로 많이 썼다는 연출부의 자료조사에서 착안됐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장면을 꼽으면? 

대살 굿 장면이다. 공간보다는 화림의 칼춤과 봉길의 경문 소리, 파헤치는 흙에 집중돼야 하는 장면이었다. 화려한 색감의 설경과 오방색 굿 세팅은 최소화하고 음식도 정갈한 제사상이 아닌 생고기 덩어리를 비롯해 최대한 투박하게 차리려고 했다. 드럼통에서 올라오는 불길, 돼지의 상흔과 함께 드러나는 붉은 피, 파면 팔수록 드러나는 흙의 검은 빛깔, 거기에 봉길의 북소리가 어우러져 집중도가 높아진 거 같다. 

-관객들이 알아봐 주길 바라는 디테일이 있나?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처음 생각나는 키워드가 땅, 뿌리, 핏줄이었다. 뿌리 없이 나무가 존속할 수 없듯이 조상이 없다면 인간 또한 존재하지 못한다. 초반에 등장하는 미국 LA 소재 박지용 집에 뿌리나 핏줄을 연상시키는 소품들을 의도적으로 많이 세팅했다. LA는 강렬한 햇빛에 싱그러운 야자수들이 즐비한 풍광이지만 박지용의 집 내부는 뿌리나 핏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집처럼 보였으면 했다.

-서 감독에게 ‘파묘’는 어떤 작품으로 남았나?

사실 이 작품에 임하는 동안 나무의 모양이나 흙의 색감, 돌의 텍스처 같은 여느 영화들과 다른 고민들을 하면서, 과연 이런 고민들을 사람들이 미술로 생각해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파묘’는 미술의 영역에 대한 생각의 폭을 조금 더 확장시켜준 작품이 됐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주)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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