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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경이로운 항해가 이어지고 있다.
가벼운 표현일 수 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늘 멋있었다. 아이맥스 촬영을 지향하는 웅장한 영상미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야기를 조립하는 방식과 천재적인 디테일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고, 비장한 분위기로 화면을 장악하는 연출력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매 작품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꼭 있다는 점도 크리스토퍼 놀란을 더 특별한 존재로 보이게 했다.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를 스크린에 이식한 영화다. AI 촬영까지 나온 시대에 여전히 아날로그 촬영 방식을 지향하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작품을 맡았다는 점에서 케미가 기대됐고, 클래식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란 예상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영화에 등장하는 꽤 많은 요소가 CG를 지양한 채 현실의 질감을 갖고 있었고, 모든 장면이 아이맥스로 촬영돼 스펙터클한 이미지도 마주할 수 있었다. 방대한 모험을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압도적인 화면은 OTT 시대에 영화관의 존재 이유를 보란 듯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꾸준히 해왔던 작업이기에 크게 놀랍지 않았다. ‘오디세이’는 그가 새로운 영역에서 작업을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 흥미로웠다. 영화가 편집의 예술이라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편집을 마술의 경지로 올려놓은 감독이다. 시간의 순행과 역행을 교차하며 퍼즐 같은 이야기를 만들었던 ‘메멘토’, 꿈과 현실을 오갔던 ‘인셉션’, 시간의 상대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인터스텔라’, 세 개의 시간대를 한 데 모이게 했던 ‘덩케르크’ 등은 정교한 편집 아래 완벽한 플롯을 갖추고 있었다.

이후 ‘테넷’까지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야기를 조립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학자 같은 모습을 보였다.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복잡한 서사를 전개했던 이 영화는 찬사와 함께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랬던 크리스토퍼 놀란은 ‘오펜하이머’를 통해 한 인물에 집중하는, 그의 작품 중에서는 비교적 무난한 소재와 형식을 가진 영화를 내놓았다. 여러 시간 축이 교차되는 편집이 수려했으나 이전 작품보다는 한 인물의 삶과 심리에 더 집중한 듯했다. 이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추구하던 영화와 교집합이 많았고, 덕분에 크리스토퍼 놀란은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번 ‘오디세이’ 역시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의 방대한 여정 이면에 있는 고민과 갈등을 중심축으로 삼았다.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10년의 방대한 여정을 단 한 편으로 압축해 냈다는 것부터 놀라운 작업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모험 속에 트로이 전쟁 전후의 주요 사건을 플래시백과 교차 편집을 통해 간결하고 임팩트 있게 전달한다. 관객은 그와 동행하며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가 가졌던 죄책감과 불안감을 엿볼 수 있다. ‘덩케르크’와 ‘테넷’ 등의 작품과 비교하면 형식보다는 인물이 부각됐던 영화다.
드라마가 강화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영화를 보며 감정이 고양됐던 장면이 크게 두 개 있다. 먼저, 오디세우스와 그의 사냥개 아르고스가 재회하는 신이 있다. 노쇠한 아르고스가 오랜 기다림 끝에 주인을 마주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뭉클한 장면 중 하나였다. 다른 하나는 이타카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활시위를 당기는 장면이다. 활시위를 튕길 때의 효과음은 귀향을 향한 염원, 긴 항해 동안 쌓였던 한, 적들을 향한 분노를 응축하고 있었다. 영화가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짜릿한 전율을 맛볼 수 있었다. 이처럼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화돼 인물에 더 이입하고, 감정적으로도 풍성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오펜하이머’에 이어 ‘오디세이’도 인간 자체를 더 조명한 영화였다. 전기 영화와 영웅물이었기에 유독 이런 부분이 잘 보였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연이어 이런 작품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세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메멘토’로 시작해 ‘테넷’으로 영화적·형식적 실험을 끝냈고, 이후엔 인물을 중심으로 새로운 영화적 탐구에 들어간 것 같다. 이에 관객은 역대급 흥행 성적으로 화답하며 그의 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보여준 스펙터클한 영상과 매혹적인 서사, 마술 같은 편집은 우리를 늘 설레게 해 왔다. 그리고 오디세우의 여정처럼 크리스토퍼 놀란의 대서사시도 분명 영화사에 오래 기억될 거라 믿는다. 신화가 될 길을 걷고 있는 그의 시간을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이 시대 관객에게 더 없는 행운 아닐까.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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