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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영화 ‘호프’가 흥행과 함께 극단적으로 평이 갈리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개봉한 ‘호프’가 무서운 기세로 박스오피스를 질주 중이다. 개봉 5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고, 높은 예매율을 바탕으로 이후의 흥행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온라인에서는 ‘호프’를 향한 평이 갈리며 뜨거운 토론이 펼쳐지고 있다. ‘추격자’·’황해’·’곡성’의 나홍진 감독다운 작품이라며 극찬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사회를 통해 ‘호프’를 꽤 일찍 봤으나, 그간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웠다. 엄청난 걸 본 것 같은데, 하찮은 표현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홍진 감독은 타협을 모르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었고, 호불호가 갈릴지라도 연출작 내에서 어설프거나 허술한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의도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집요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감독이란 인상을 받아왔다. 그랬기에 이번에도 지독한 작품을 만들었을 거라 기대했다.
극단적으로 갈린 반응 속에 ‘호프’가 역대급 흥행 질주를 펼치는 걸 보면 나홍진 감독은 이번에도 관객의 마음을 흔드는 데는 분명 성공한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 첫 관람에서 ‘호프’는 좋은데 어딘가 이상한, 혹은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였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가득 찬 초반부와 홍경표 감독의 촬영으로 빚은 액션신은 나홍진 감독의 집요함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어 즐겁고 놀라웠다. 그러나 이 몰입을 깨는, 혹은 나홍진 감독답지 않아 보였던 부분들이 곳곳에 보였다.

‘호프’가 도입부에서 비범한 존재를 예고하며 관객을 범석(황정민 분)의 시점에 이입시키는 연출은 압권이었다.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건의 일부만을 목격하는 범석을 통해 공포감을 키워가는 초반부 전개는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보이지 않는 괴물의 존재와 그것이 나타난 이유가 미치도록 궁금했다. 성기(조인성 분)의 파트에서도 기묘하고 위협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들이 더 위험한 것을 대면했을 때의 반응을 빨리 보고 싶었다. 또한, 성기 일행을 뒤쫓는 남자들도 뭔가를 아는 것 같이 행동하며 궁금증을 높였다
‘호프’를 보며 처음 스크린에서 시선이 이탈했던 순간은 외계인의 얼굴이 처음 드러났을 때다. ‘진격의 거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괴물은 어마무시한 파괴력과 섬뜩한 외형으로 공포심을 조성하지만, 동시에 당혹스러운 CG로 충격을 줬다. 이 외계인은 프레임 내에서 따로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질감을 느껴져 이입이 어려웠다. 홀로 프레임 설정값이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영화의 중심축을 잡아주는 캐릭터였음에도 이렇게까지 몰입감이 떨어지게 구현했다는 건 ‘호프’에게 엄청난 결점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국내에서 이런 VFX 기술을 구현해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할리우드 퀄리티에 비해 부족하지만, 한국에서 만들어진 CG 중에서는 월등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을 밝혔다. 할리우드와 비교해 적은 예산 속에서도 성취를 이뤄냈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존의 것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의지와 도전 정신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관객에게 국내 영화와 외국 영화를 수용하는 기준을 바꾸라고 할 수는 없다. ‘국내 영화’를 조건부로 언급한 지점부터 CG의 한계와 부실함을 인지하고, 어느 정도 타협을 한 것 같아 나홍진답지 않아 보였다.

다음으로 의아했던 건 ‘호프’가 추구했던 유머다. 영화의 어둡고 무거운 공기를 환기하고, 현실을 풍자 비판하는 의도가 담긴 장면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우선, 범석이 비겁한 면을 노출하는 신을 비롯해 대부분의 유머가 예상되는 패턴으로 진행돼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제발 그 상황만은 아니길 바랐던 장면이 그대로 이어지며 허탈함을 맛보게 했다. 외계인을 해부하는 신에서도 담당자는 과장된 행동으로 코믹한 무드를 형성하는 데 이 역시 기이했다. 인간의 잔혹함과 폭력성을 보여주는 의도를 가졌던 신이지만,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만 보여 집중이 어려웠다.
해솔(임현식 분)이 외계인 목격담을 털어놓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웃음을 유발한다. 그럼에도 너무 장황해 힘이 부족했다. 만담꾼 같은 임현식이 영화가 감추고 있던 존재를 묘사하는 대사는 흥미롭게 진행되며 관객을 빨아들인다. 배설과 관련된 장면은 특히 재밌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예상되는 상황과 대사가 반복되며 이야기의 전개를 지연시킨다. 나홍진 감독은 외계인에게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인간도 배설 이야기를 하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신을 넣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장면 역시 감독의 의도가 과잉 반영돼 유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호프’에서 가장 이상한 부분은 마지막 외계인들의 대화에 있다. 러닝타임 내내 입을 닫고 있던 이들은 엔딩을 앞두고, 자신들이 지구에서 겪었던 일과 그들의 상황을 긴박하게 털어놓는다. 외계인의 정체에 관한 의문을 일부 풀 수 있었고, 영화의 제목이기도 했던 희망과 관련된 메시지도 엿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영화 속 그들의 목적과 동기를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만약, 나홍진 감독이 이 대화 속에 그 정보를 모두 담았다고 해도 그 답지 않은 선택이었을 거다. 러닝타임 내내 보여주지 못한 걸 뒤늦게 말로 설명하는 건 결코 영화적이지 않으니까.

다행히 나홍진 감독은 언론시사회 당시 이 대화에 관해, 앞선 서사와 전혀 관계없다며 에필로그적인 성격이 있는 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동시에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진다. 영화 내에서 특별한 기능이 없는 이 신을 굳이 넣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 의문은 개봉 후 공개된 인터뷰를 통해 일부 해소할 수 있었다. 나홍진 감독이 ‘호프’ 이후의 이야기를 구상해 뒀다고 한다. 아마도 뒷 이야기와의 연결고리를 구축하기 위해 이 대화신을 넣었을 것으로 보인다.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이 대화신을 비롯해 다양한 요소가 재평가받을 시점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인터뷰 내용을 통해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호프’는 완결성을 가지기 힘든 영화였고,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으며, 그래서 아쉬운 영화였다는 거다.
‘호프’는 폭력에 관한 은유를 담았고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영화라고 한다. 폭력적인 상황이 전개되며 외계인과 인간 모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는 건 보여줬지만, 희망에 관한 메시지는 끝내 읽기 어려웠다. 이처럼 한 편의 영화로 완결된 서사와 메시지를 전하지 못했다는 것은 가장 나홍진감독 답지 못한 결정들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자연스러운 장면들은 그 자체로 나홍진감독의 의도가 숨어 있을 거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런 의견에 설득력이 있을지, 아니면 그들의 희망사항일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라도 언젠가는 ‘호프’를 한 번 더 집중해서 봐야 할 것 같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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