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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한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연출가 고(故) 안판석 감독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생전 그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배우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함께 작품을 완성한 배우부터 단 한 번의 오디션에서 힘을 얻었던 배우까지, 저마다의 기억 속 안판석 감독을 꺼내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배우 정려원은 14일 자신의 계정을 통해 “감독님, 아직 믿기지 않는다. 마음의 준비를 해오긴 했지만 아직도 어떤 기분인지 잘 모르겠다”며 고인을 향한 장문의 글을 남겼다. 두 사람은 지난 2024년 tvN 드라마 ‘졸업’을 통해 호흡을 맞췄다.
정려원은 “많은 배우들의 마음속에 스파크를 일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감독님이 해주시는 그 ‘1등’ 도장이 너무 받고 싶어서 배우들이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모르시죠. 그런 마음으로 촬영 내내 지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고인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배우로서 배운 점도 되새겼다. 그는 “글을 가까이하며 살아야 한다고 일러주셔서 감사하다. 더하는 것보다 덜하는 것에 더 집착해주신 덕분에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doing’보다 ‘being’에 더 집중해주신 이유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현장에서 어떤 것들은 끝까지 타협하지 않아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끝으로 정려원은 “정말 잘 참고 있었는데 빈소에서 들린 비틀즈 노래에 그만 많이 울었다. 감독님, 평안하세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김희애 역시 같은 날 안판석 감독과 함께한 촬영 현장 사진을 공개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김희애는 안 감독이 연출한 JTBC ‘아내의 자격’과 ‘밀회’ 두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며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모니터를 보며 다 같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던 것 같다”며 “감독님 덕분에 좋은 작품을 두 편이나 함께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 연기를 인정해 주시고 소중한 기회를 주신 감독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존경한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졸업’에 이어 ‘협상의 기술’까지 안 감독과 두 작품을 함께한 차강윤은 하루 앞선 13일 “존경하는 스승님이자 아버지 같으셨던 안판석 감독님”이라며 고인을 떠올렸다. 차강윤은 안 감독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도 공개해 먹먹함을 더했다.
공개된 메시지에서 안 감독은 “힘든 촬영인데 꿋꿋하게 잘하고 있다는 소식 듣고 있다. 훌륭하다”며 촬영 중인 차강윤을 격려했고, “나도 너도 촬영 다 끝나고 나면 맛있는 밥 같이 먹자. 힘내서 끝까지 촬영 잘하도록”이라고 따뜻하게 응원했다.
차강윤은 “늘 스스로를 믿고 나아가라며 백숙 위에 깍두기를 올려주셨던 기억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며 “개인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게 참 많았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더 이상 아프지 마시고 꼭 지켜봐 달라. 훌륭한 배우가 되겠다. 감독님 좋아하시는 백숙집 나중에 또 같이 가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작품으로 직접 함께하지 않았던 배우 이서환의 추모도 이어졌다. 그는 13일 자신의 계정을 통해 “고 안판석 감독님과 작품을 같이 한 적은 없지만 오디션 때 폭풍 칭찬으로 내 배우로서의 자존감을 높여주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때 처음으로 내가 실력이 없어서 떨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며 “오디션에서 준비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됐고 정확히 6년 후 ‘오징어 게임2’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안 감독과의 짧은 인연이 자신의 배우 인생에 남긴 영향을 돌아봤다. 그는 “언젠가 현장에서 뵙게 되면 꼭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버렸다. 편히 잠드세요. 다음 현장에서 뵙겠습니다”라고 애도했다.
안판석 감독은 지난 7월 말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12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4세. 1987년 MBC에 입사한 그는 ‘하얀거탑’,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졸업’, ‘협상의 기술’ 등을 연출하며 한국 드라마를 대표하는 연출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하얀거탑’과 ‘밀회’로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연출상을 각각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멜로부터 사회극까지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인물의 감정과 관계를 세밀하게 포착하는 자신만의 연출 세계를 구축했다.


고인의 마지막 연출작은 오는 10월 방송 예정인 ENA 새 드라마 ‘연애박사’다. 작품은 촬영과 후반 작업까지 마친 상태로 알려졌으며, 안판석 감독이 남긴 마지막 이야기가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강지호 기자 / 사진= TV리포트 DB, 정려원, 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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