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지옥 끝까지 끌고 갈 돈이 저한테는 있다”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오는 10일 파트 2 공개를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학교폭력을 다룬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딸이 던진 질문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딸이 “엄마는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는 게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아? 아니면 반대로 죽도록 맞고 오면 마음이 더 아플 거 같아?”라고 물었다. 김은숙 작가는 딸의 질문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더 글로리’를 쓰면서 “가해자들을 지옥까지 끌고 갈 돈이 있기 때문에 차라리 (딸이) 맞고 왔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김은숙 작가는 “‘더 글로리’에서 동은이는 그렇지 못하다. 이 세상의 동은이들은 거의 그렇지 못하다. 저처럼 돈 있는 부모를 만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런 가정 환경이 없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응원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은 너무 반대니까 그래서 동은이의 복수가 성공하는 쪽으로 많이 많이 가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쓴 ‘더 글로리’에서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은 돈 앞에서 무너진 경험이 있다.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 부모는 자신의 딸이 저지른 잘못을 덮기 위해 문동은의 부모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제안한다.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없었던 문동은의 부모는 이를 받아들인다. 문동은은 부모로부터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
문동은은 20대를 바쳐 돈을 모은다. 그가 악착같이 돈을 모으게 된 배경엔 가해자에 대한 복수가 큰 부분을 차지했겠지만, 복수만큼이나 돈 때문에 흔들리거나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문동은의 계산이 맞았다. 박연진은 학창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문동은에게 거액의 돈을 요구하지만, 문동은은 조금도 동요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용서를 하든, 가해자에 대한 합법적인 처벌을 요구하든, 개인적인 복수를 하든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한다면 뭐든 시도해볼 수 있다. 끝까지 가해자의 삶을 조종할 수 있는 키를 갖게 될 테니 말이다.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경제적인 여유를 언급하면서 중요한 포인트를 짚는다. 차라리 딸이 피해자이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 문장 속엔 돈으로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지만, 돈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더 글로리’의 박연진이 그랬듯 가해자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직면하게 된다. 피해자와 달리 말이다.
한편, ‘더 글로리’ 파트 2는 오는 1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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