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올해로 데뷔 19주년을 맞은 젝키. 하지만 활동 기간은 고작 만 3년, 중단 기간은 무려 16년. 젝키는 그렇게 짧고 굵게 활동했다. 막강 H.O.T.를 상대로 라이벌로 맞섰고, 아이돌 그룹 1세대를 이끌었다. 그런 젝키가 2016년 4월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MBC ‘무한도전’을 통해 6인조 완전체를 이룬 젝키. 방송을 통해 과거 활동상, 히트 레퍼토리, 멤버들의 근황이 공개되자 포털사이트는 물론 음원차트에서도 제 지분을 확보했다. 젝키를 향한 오랜 사랑을 유지하고 있는 팬덤은 단단해졌고, 당시를 추억하는 대중은 그 시절을 공유했다. 미처 젝키를 알지 못한 어린 세대는 신기한 눈빛으로 동참했다.
그래서 준비했다. 젝키의 과거 활약상을 짚어보는 기회를. 연말 시상식 대상, 각종 음악프로그램 1위, 수백만 장의 음반 판매 등의 일반적인 기록은 제외했다. 다른 가수에게 없는, 젝키만 가진 특별한 기억을 압축해 꺼내본다.
◆ 블랙키스 & 화이트키스…유닛 시초
1997년 4월 15일 데뷔한 젝키의 풀네임은 젝스키스(sechs kies)다. 독일어로 여섯 개의 수정을 의미한다. 당시 젝키는 블랙키스와 화이트키스를 구분지어 설명했다. 랩과 퍼포먼스를 담당하는 블랙키스, 메인 및 서브 보컬의 화이트키스로 구성됐다.
지금 기준으로 본다면 유닛그룹의 시초였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상 젝키는 무조건 완전체 활동만 펼쳤다. 의상을 블랙과 화이트로 구분 짓거나, 미션 대결에서 팀을 나누는 기준으로 활용한 게 전부였다.
◆ 아이돌의 첫 뮤지컬 출연…멤버 전원
아이돌 멤버의 뮤지컬 출연은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메인보컬이 뮤지컬 주인공에 섭외되지 않으면 오히려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멤버 전원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없다. 일부 멤버 혹은 멤버 마다 다른 작품에 등장한다.
하지만 젝키는 1998년 뮤지컬 주연을 맡았다. 심지어 완전체 출연이었다. 1998년 4월부터 5월까지 MBC 어린이날 특집 뮤지컬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여섯 멤버가 나섰다. 메인보컬 강성훈이 알리바바 역으로 가수 진주와 호흡을 맞췄다. 젝키는 그해 어린이날 청와대 초청을 받아 특별공연도 벌였다.
◆ 청소년의 아픔을 그리다…영화 주연
1998년 젝키는 뮤지컬과 함께 영화에도 도전했다. 데뷔한지 1년도 미처 채우지 않은 시점에서 젝키는 영화 ‘세븐틴’에 발탁됐다. 앨범 활동과 영화 촬영을 병행했다. 방황하는 십대의 아픔을 그려낸 영화였다. 1부와 2부와 나뉜 구성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표방했다.
멤버들의 미숙한 연기력과 완성도 떨어지는 편집 등으로 ‘세븐틴’은 흥행에 실패했다. “젝키 팬들만 본 영화”라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다행히 영화 개봉의 아픔은 정규 3집 앨범의 성공으로 묻힐 수 있었다.
◆ 북한 평양에 다녀오다…핑클 동행
데뷔 3년차가 된 젝키는 아이돌 그룹 최초로 북한을 찾았다. 평양에서 열린 ‘2000 평화 친선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음악회는 1999년 11월 29일 진행됐고, 젝키는 엄격한 사전 검열과 통제를 받은 끝에 무사히 무대를 마쳤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젝키는 공연 전후 겪었던 경험을 공개했다. 한국과 상황이 많이 달랐던 현지 분위기와 시스템 탓에 놀랐던 일화를 방송을 통해 고백하기도 했다. 평양 공연에는 당시 젝키의 소속사 후배 핑클도 동행했다.
◆ 아이돌이 진행하는 라디오…6인 체제
젝키는 활동 중 라디오 DJ로도 활동했다. 일부 멤버가 아닌 완전체로 1999년 10월 18일 생방송을 시작했다. MBC 라디오 ‘젝키의 FM플러스’의 진행을 맡은 젝키는 팬덤은 물론 일반 청취자들과 소통에 나섰다.
하지만 여섯 멤버의 진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코너별, 요일별로 멤버가 나뉘어 진행했다. 덕분에 시끌벅적했던 라디오는 점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젝키의 FM플러스’는 2000년 4월 16일 마지막 방송으로 6개월간의 DJ를 마무리했다.
◆ 방송인 조영구 차 박살…아듀 젝키
라디오 DJ를 끝낸 젝키는 활동도 함께 마무리했다. 젝키는 2000년 5월 18일 공식 해체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섯 멤버는 더 이상 젝키로 하나가 아닌, 각자의 길을 걷겠다고 발표했다. 너무 빠른 이별 통보였다. 기자회견에서는 이틀 후(5월 20일) 드림콘서트에서 마지막 공연을 갖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무대에서 젝키는 고별 앨범에 수록되는 곡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공연직후 젝키의 해체를 받아들이지 못한 팬들은 주차장에 있던 조영구의 차량을 박살냈다. 당시 젝키의 소속사 대표 차로 오해했기 때문. 젝키 해체로 제2의 피해자까지 발생하는 안타까운 사고였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DSP미디어(前 대성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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