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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남편vs첫사랑’, 그녀의 선택은?…사후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색 로맨스 ‘영원’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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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사후세계를 배경으로 독특한 질문을 던지는 로맨스 영화가 스크린에 찾아왔다.

“삶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는 명언이 있다. 인간은 많은 선택을 만나고, 그를 통해 인생의 가치를 만들어간다는 걸 말하는 문장이다. 늘 좋은 선택만 할 수는 없다. 우리는 꽤 많은 선택에 후회하고, 선택하지 않았던 것을 상상하며 씁쓸한 감정에 빠진다. 그런데 가지 않았던 길이 훨씬 더 좋은 길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영화 ‘영원’은 로맨틱한 상황을 던져 주고, 이를 고민하게 한다.

‘영원’은 사후 세계의 환승역에서 영원의 시간을 함께할 동반자를 선택해야 하는 조앤(엘리자베스 올슨 분)의 이야기다. 조앤은 환승역에서 자신보다 며칠 먼저 죽은 남편 래리(마일즈 텔러 분)를 발견하고 안도하지만, 자신의 첫사랑이자 사별했던 전 남편 루크(칼럼 태너 분)와도 재회하며 혼란에 빠진다. 래리와 루크는 조앤과 함께하기 위해 원수처럼 싸우고, 조앤의 고민은 커져만 간다. 그 사이 선택의 날이 성큼 다가온다.

사후세계는 아무도 본 적 없어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이다. 대중문화에서는 다양한 톤 앤 매너, 그리고 설정으로 그려왔다. ‘신과함께’처럼 인간을 벌하는 공간으로 무섭게 묘사되는가 하면, ‘코코’처럼 가족이 다시 만나는 따뜻한 공간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영원’은 죽음을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라 말하며 밝은 분위기를 풍긴다. 주무대가 되는 환승역은 망자들과 이들을 안내하는 사후 코디네이터, 그리고 각자의 사후 세계를 어필하는 캐릭터들이 섞여 시장처럼 북적거리고 에너지가 넘친다.

가지각색의 콘셉트를 가진 사후 세계가 경쟁을 펼친다는 설정이 특히 신선하고 흥미롭다. 영화 속 ‘영원의 관광 박람회’에서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처럼 첩보원으로 살 수 있는 ‘스파이 월드’, 행성에 닿을 수 있는 ‘우주 월드’, 의술 경력 없이도 의사처럼 살 수 있는 ‘메디컬 월드’ 등 망자들이 생전에 꿈꿨던 것들이 투영된 사후 세계가 준비돼 있다. 이처럼 ‘영원’은 사후세계를 무겁고 슬프게 표현하는 대신 엉뚱하고 익살스러운 공간으로 구축하며 웃음과 재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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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설정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원’은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현실적인 고민을 전개하며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조앤은 전쟁으로 세상을 떠난 루크를 평생 잊지 못했고, 맺어지지 못했던 것에 아쉬움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랬던 조앤은 완벽했던 첫사랑과 재회하고 한을 풀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루크를 택하면 자신과 행복한 가정을 꾸렸던 래리와 헤어져야 한다. 한평생 의지했던 부부의 관계를 한 번에 등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이는 현실 속 연인 관계에 관한 은유이기도 하다. 많은 대중문화에서 오랜 연인, 혹은 부부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주인공이 옛 연인과의 로맨스를 그리워하는 서사를 다뤄왔다. 설렘이 없는 현재의 연인과 결핍을 채워줄 것만 같은 옛 연인을 비교하는 구도는 낯설지 않다. 여기서 ‘영원’은 캐릭터들을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돌려두고, 제대로 경쟁하게 한다. 65년 간 곁을 지킨 현 남편과 함께한다면 행복은 보장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길을 또 걸어야 한다. 반대로 자신을 67년 동안 기다린 첫사랑을 선택한다면 도파민 터지는 삶을 살 수 있지만,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른다.

‘영원’은 루크의 매력을 과시하며 선택하지 못했던 길에 관한 로망과 환상을 부정하지 않는다. 루크는 더 로맨틱하고 열정적인 사랑으로 조앤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다. 또한, 조앤을 챙기는 래리의 섬세함도 성실히 카메라에 담았다. 조앤을 꼼꼼하게 챙기는 래리를 통해 익숙해서 잊게 되는 사랑의 소중함도 돌아보게 했다. 영화는 두 캐릭터의 장단점이 팽팽히 대립하며, 조앤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못 가본 길을 대리해서 걸으며 쾌감을 전한다. 동시에 우리가 선택한 삶과 지금 이루고 있는 것들을 긍정하고 사랑하게 하는 힘도 가지고 있다. 영화 속 조앤의 선택과 별개로 관객이 그의 딜레마를 체험하며 자신의 삶과 인간관계를 돌아볼 기회를 얻는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워터홀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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