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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경이 우연을 운명으로 개척하는 방법…날 것의 매력 돋보인 ‘고백하지마’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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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배우 류현경이 특별한 도전에 나섰다.

타인의 연애를 엿보는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시대다. 모태 솔로, 헤어진 연인, 돌싱 등 다양한 출연진의 마음과 선택을 훔쳐볼 때면 시청자는 자신을 투영하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런 연애 프로그램 마니아라는 류현경은 촬영 중 있었던 뜻밖의 고백에서 영감을 얻어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 그녀가 만든 연애담은 어떤 이야기였을까.

‘고백하지마’는 류현경이 영화 촬영 현장에서 동료 배우 김충길에게 고백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고백받은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류현경과 어떻게든 마음을 얻고자 하는 김충길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고, 현장에 있던 동료들이 불편한 분위기를 감지하면서 둘 사이는 더 꼬여만 간다.

대본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한 ‘고백하지마’는 김충길의 갑작스러운 고백을 촬영한 뒤 살을 붙여 나간 작품이다. 류현경·김충길·김무건 외에는 연기를 해본 적 없는 일반인이 출연했고, 류현경은 이들에게 상황을 던져준 뒤 함께 신을 완성해 나갔다. 이런 열린 연출 방식 덕분에 ‘고백하지마’는 날 것의 매력이 잘 살아 있다. 정제되지 않은 에너지 속에 예측할 수 없는 대사와 행동이 튀어나와 웃음을 만든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김충길의 고백 이후 불편한 분위기가 스멀스멀 퍼져 나가는 전반부와 부산에서 우연히 만난 류현경과 김충길의 이야기를 담은 후반부로 나뉜다. 앞부분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설렘과 초조함이 불편한 상황을 만들고, 관객은 연애에 미숙한 인물의 행동을 목격하며 ‘제발, 하지마’ 등의 감정을 갖고 몰입하게 한다. 영화 속 불편한 기류가 객석 곳곳에 퍼지는 게 느껴질 정도로 재밌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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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 부산에서는 고백 후 어색해졌던 두 남녀가 우연히 같은 공간에 머물면서 감정을 쌓아가는 걸 볼 수 있다. 전반부와 비교해 세공된 세팅 속에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활기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 아쉬울 수 있다. 대신 그만큼 인물의 내면을 깊게 탐구하면서 영화는 뚜렷한 메시지를 전한다. 류현경 감독은 이 작품에서 우연이 쌓여 운명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삶에 지친 이들이 서로를 보며 웃는 장면에서는 따뜻한 온기도 느낄 수 있다.

‘고백하지마’에서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소화한 류현경은 본인의 실제 이미지와 배우로서 경험해 봤을 법한 순간을 극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와 몰입도 높은 에피소드를 만들어 냈다. 어디까지 연기이고 실제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리얼한 연기를 펼쳤다. 특히, 후반부 무례한 팬들에게 둘러싸여 무리한 부탁을 받는 장면은 배우들이 종종 겪을 수 있는 상황처럼 보여 더 민망하고, 긴장감도 높다.

류현경은 ‘고백하지마’를 극장에 걸기 위해 직접 배급까지 진행하는 열정을 보였다. 우여곡절 많았던 개봉과정 마저도 한 편의 영화 같은 작품이다. 영화 속 인물들이 우연에서 운명으로 나아갔다면, 류현경은 우연히 만난 하나의 신을 운명 같은 영화로 쟁취해 냈다. 영화 안팎의 에너지가 공명해 관객에게도 밝은 에너지를 전한다.

연애 프로그램이 가진 간질간질한 감성으로 시작한 ‘고백하지마’는 고독한 인물들의 서사를 통해 쓸쓸함을 느끼게 했고, 마지막엔 이들이 밝게 웃는 장면을 통해 묘한 위로를 전한다. 온도가 부쩍 떨어진 시기, 류현경이 가져온 귀여운 연애담을 통해 온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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