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함께 쓴 쿠아론 父子, 첫 방한…서로에게 배운 두 감독의 영화 세계 [31th BIFF]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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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세계적인 거장과 그의 뒤를 잇는 영화감독. 알폰소 쿠아론과 호나스 쿠아론 부자가 나란히 부산을 찾았다. 영화에 대한 애정은 같았지만, 각자가 영화를 바라보는 방식은 달랐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만들어온 시간을 돌아봤다.
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호나스 쿠아론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영화 ‘그래비티’로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과 편집상을 수상했으며, ‘로마’로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등을 거머쥔 세계적인 거장이다. 아들 호나스 쿠아론 감독 역시 ‘그래비티’의 각본을 공동 집필하며 이름을 알렸고, 이후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 왔다.
두 사람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대표작 ‘그래비티’는 특별상영됐으며, 호나스 쿠아론 감독의 신작 ‘가바초 챔피언’은 월드 시네마 부문에 초청됐다.
부산을 찾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곳에 오게 돼 기쁘다. 부산이 정말 좋다”고 인사했다. 호나스 쿠아론 감독 역시 자신의 신작을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된 기쁨을 전했다.
이날 두 감독은 부자 관계를 넘어 영화적 동료로서 쌓아온 시간을 돌아봤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아들이 자신과 다른 영화 언어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호나스 쿠아론 감독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에 강점을 지녔다며 “나와 전혀 다른 자신만의 영화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호나스 쿠아론 감독의 작품이 관객과의 연결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주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낸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아들의 작업이 자신의 영화 언어를 발전시키는 데도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한 대표작은 ‘그래비티’다. 우주에 홀로 남겨진 인간의 생존을 그린 이 작품은 부자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출발했다.
호나스 쿠아론 감독은 당시 협업 과정에 대해 “굉장히 자연스럽게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처음에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스릴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대화가 자연스럽게 브레인스토밍으로 이어졌고, ‘우주로 가면 어떨까’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고, 나에게도 배움이 많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함께 영화를 만드는 순간만큼은 가족이라는 관계를 내려놓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협업할 때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차치하고 연출자와 작가가 협업하는 것”이라며 “함께 밥을 먹을 때는 다시 아버지와 아들이 되는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두 사람은 관객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도 각자의 생각을 전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나는 관객을 믿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영화를 만들기 전에 나 역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었다. 각본을 쓰거나 작업할 때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모든 이야기를 자신이 연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이야기는 내가 연출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와 감독으로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야기를 구분하는 태도를 강조했다.

호나스 쿠아론 감독은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는 생존을 다룬 이야기에 반복적으로 끌리는 이유에 대해 “극한 상황에서는 인물의 심리가 투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비티’에서는 우주에 홀로 남겨진 여성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슬픔을 직면하고 이를 극복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며 “생존 이야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심리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신작 ‘가바초 챔피언’에서도 발견된다. 미국 뉴욕에서 살아가는 멕시코 이민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호나스 쿠아론 감독은 낯선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 안에서 이어가는 삶에 주목했다.
그는 “이민을 단순한 개념이나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얼굴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또 “등장인물들은 역경을 겪고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더 나아지고 싶다는 열망과 사랑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주인공의 성장과 주변 공동체가 함께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 역시 아들의 신작이 이민자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에 주목했다. 그는 “이민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연약함과 비극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많은 비극이 존재한다”면서도 “그 안에는 인간적인 즐거움도 있다”고 밝혔다.
또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상상하고 꿈꾸고 즐거움을 만들어낸다.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열망도 있다”며 “‘가바초 챔피언’은 그런 모습을 담아낸 영화”라고 평가했다.
영화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기술의 발전이 영화에 미치는 영향과 새로운 세대의 관람 방식에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기술이 영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새로운 세대가 영화를 경험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장에서 관객들이 함께 영화를 보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런 경험들이 어떻게 공존하고, 새로운 세대가 이를 예술에 어떻게 적용할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강지호 기자 / 사진= 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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