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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미래…참혹한 디스토피아를 경고한 ‘지느러미’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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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근 미래의 한국을 배경으로 독특한 이야기를 전개한 영화가 관객과 만났다.

우리가 만나게 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급격한 과학 기술의 발전을 보고 있으면 지금껏 할 수 없던 많은 것이 가능한 시간이 올 것만 같다. 그러나 급증한 전쟁과 이상 기온 등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만 같아 우울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 ‘지느러미’는 후자의 미래를 배경으로 어두운 이야기를 전개한다.

‘지느러미’는 배경부터 특이하다. 오염된 바다를 4,000km 장벽으로 막고 있는 근 미래의 통일 대한민국에서 기이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이 사회엔 지느러미를 갖고 있는 ‘오메가’라는 돌연변이가 있고, 인간은 이들을 감시하고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어 사회를 유지 중이다. 영화는 인간의 감시를 피해 달아난 한 명의 오메가와 이를 뒤쫓는 공무원의 추격전 속에 망가진 대한민국 곳곳을 들여다보며 씁쓸함을 맛보게 한다.

영화 속 대한민국은 지금과 거의 모든 것이 정반대다. 우선, 현 인류에게 익숙한 아름다운 자연은 자취를 감추었다. 바다는 인간이 갈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고, 그 탓에 장벽을 쌓아 내륙에 고립된 사회가 형성돼 있다. 이 사회를 유지하는 시스템 역시 지금과 많이 다르다. 영화 속 한국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이 됐으나 막강한 정부가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어 지금의 자유로움을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지느러미’는 현실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설정을 통해 신선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었고, 동시에 관객이 발 딛고 서 있는 세계를 더 잘 보이게 했다.

‘지느러미’의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는 기이한 미장센을 통해 한층 강화된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물, 낡고 쓸모를 다한 것 같은 도구들로 채워진 공간, 악취가 풍길 것 같은 거리 등은 희망 없는 인물들의 절박한 서사를 더 돋보이게 한다. 주인공 미아(연예지 분)는 나른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그가 마주한 현실을 묘사하는데, 극의 우울한 서사에 단번에 이입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여기에 붉은 톤이 장악한 ‘지느러미’의 색감은 삭막하고 절망적인 극의 톤 앤 매너를 극대화한다. 숨이 막힐 듯 갑갑하고 우울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묘하게 매혹적인 미장센은 ‘지느러미’만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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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빗방울을 비롯해 오염된 세계는 환경에 관한 경각심을 갖게 한다. 오염된 바다와 돌연변이는 핵무기가 가져올 경고로 읽을 수 있다. 또한, 강압적인 공권력과 집단화된 광기는 전쟁이 남긴 흔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비참한 사회 속에서 인간은 진짜를 대체한 가짜에서 대리 만족을 얻는다. 실내 낚시터에서 고기를 잡으며 낚시의 재미를 대리 체험한다. 낚시터 속 물고기는 잡혔다 풀려났다를 반복하는데, 이는 장벽 안에서 통제된 삶을 사는 이들을 은유한 대상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지느러미’는 참혹한 세계를 제시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의 가치를 돌아보게 했다.

이 피폐하고 낯선 세계 속에서 유독 기시감이 느껴지는 요소가 하나 있다. 영화 속 오메가를 대하는 인물들과 사회의 시선은 낯선 이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오메가는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고, 소통이 가능한 존재다. 그리고 망가진 세계 내에서 그들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똑같이 장벽에 갇힌 존재임에도 인간들은 우월성을 인정받고자 하고, 오메가를 철저히 배제하고 혐오하며 도구적으로 이용한다. 이는 약자 및 소수자의 목소리가 작은 우리 사회의 모습과 권력 양상을 보여주는 듯했다. ‘지느러미’는 절망 속에서도 연대가 아닌 균열을 택한 인물들을 보여주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어리석음과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었다.

‘지느러미’가 보여준 미래는 불쾌했고, 끝날 때까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제대로 봉합하지 못할 때 도래할 세계를 미리 보여주는 잔혹한 예언서 같기도 했다. 지독한 비주얼과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감독의 뚝심 덕에 강렬하고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던 영화였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에무필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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