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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 돌아갈 곳을 찾는 우리, ‘하나 코리아’ [씨네:리포트]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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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 기사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인생이란 결국 돌아갈 곳을 찾는 여정일까. 

낯선 곳에 발을 내딛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기까지, 사람에게는 몇 번의 응원과 얼마만큼의 온기가 필요할까. 새로운 삶의 경계에 선 한 사람을 통해 우리 모두가 돌아갈 곳을 묻는 영화 ‘하나 코리아'(감독 프레드릭 쇨베르·배급 ㈜트리플픽쳐스)다. 

한국과 덴마크 공동 제작으로 8일 개봉한 영화 ‘하나 코리아’는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로 활약한 최성재(샤론 최) 작가가 공동 각본으로 참여했다. 영화는 실제 탈북민 여성인 간호사 최효린 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북에 남아 있는 어머니에게 쓴 혜선(김민하)의 편지는 내레이션이 돼 영화를 끌고 간다. 이 내용 역시 실제 최효린 씨가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토대로 구성됐다. 

영화는 영화이지만, 동시에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결로 한 사람의 생을 따라 흘러간다. 허구와 실재의 경계를 흐리는 데에는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가 있다. ‘파친코’를 통해 세월을 연기한다는 평을 받은 김민하부터 김주령, 안서현까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은 스크린 위에 누군가의 삶을 재구성했다.

▲ 경계 너머의 시선으로 바라본 적응…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탈북민을 다루는 기존의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극적인 서사나 처절한 탈북 과정은 영화 속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대신 ‘하나 코리아’는 담백한 시선으로 그 이후의 ‘진짜 삶’에 주목한다. 

서슬펐던 시간도, 북에 두고 온 숙희의 아들도, 죄책감으로 가득 찬 혜선의 과거도 모두 대화 속에서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로운 삶의 문턱에 선 이들의 현재를 통해 지나간 시간을 묵도하게 된다.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 하나원은 두 세계 사이의 경계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고향과 가족을 두고 온 이들은 가슴 한쪽의 빈자리를 안은 채 낯선 땅에 정을 붙일 준비를 한다. 혜선 역시 그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두고 온 어머니를 향한 걱정과 떨치지 못한 과거의 잔상을 품은 채 익숙하지 않은 도시로 발을 내디딘다. 

그럼에도 혜선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하나원을 떠나 도시로, 도시에서 다시 학교로 향한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건네진 작은 응원과 위로, 진심은 천천히 혜선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하나원 원장과 나눈 대화가, 보미(안서현)가 건넨 풍선껌이, 숙희(김주령)가 챙겨온 피자가 혜선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작은 울타리를 만든다. 

무엇보다 ‘하나 코리아’가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모든 과정이 긴 대사나 신파적인 장치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은 경계 밖에 서 있기에 오히려 한발 물러선 시선으로 인물들을 바라본다. 누군가의 상처를 과장하거나 쉽게 재단하지 않고, 새로운 삶 앞에 선 인간의 시간을 담담하게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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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이라는 것은 다를 게 없다…돌아갈 곳을 찾는 우리

탈북민을 떠올렸을 때 쉽게 가지게 되는 인상이 있다. 편견일 수도, 차가운 시선일 수도, 무관심이나 동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 코리아’가 바라보는 혜선의 삶은 우리의 것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발걸음을 뗄 용기를 내고, 혼자만 이방인이 된 듯한 외로움을 견딘다.

새 학기를 앞뒀을 때,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을 때, 낯선 사람들 사이에 홀로 놓였을 때. 삶의 수많은 순간 속에서 우리 역시 한 번쯤 비슷한 자리에 선다.

혜선 역시 그곳에 섰을 뿐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우니까. 물론 우리가 감히 헤아리기 어려운 혜선과 숙희, 보미의 아픔은 존재한다. 영화는 그 차이를 지우거나 이들의 삶을 쉽게 우리의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삶에서도 외로움과 두려움,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음만큼은 맞닿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하나 코리아’는 탈북민의 정착기를 넘어 낯선 세계에 발을 내디뎌 본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혜선이 결국 한국을 돌아올 곳을 느끼는 순간이 오기까지 함께한 관객은 비로소 우리에게, 혜선에게 박수를 보낼 용기를 얻게 된다.

‘하나 코리아’는 극적인 사건이나 자극적인 장면으로 관객을 붙잡는 영화가 아니다. 대신 우리가 미처 바라보지 않았던 누군가의 시간을 조용히 스크린 위에 옮겨놓는다. 

화려하지 않지만 덴마크 감독의 시선으로 포착한 한국의 풍경은 단정하고 아름답다. 그 안에서 서툴더라도 자신의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혜선과 숙희, 보미의 삶은 더욱 오래 마음에 남는다. 

누구에게나 낯선 곳에 홀로 선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그때 다시 발을 내디딜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거창한 희망이 아니라 누군가 건넨 풍선껌 하나와 피자 한 조각, 짧은 응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자신이 돌아갈 곳을 만들어간다. ‘하나 코리아’는 그 조용한 여정을 오래 바라보는 영화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들려오는 김민하의 목소리는 참 좋다.

7월 8일 개봉. 러닝타임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마지막 한마디.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

강지호 기자 / 사진= 영화 ‘하나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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