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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를 향한 관심을 독특하게 비튼 작품이 관객과 만났다.
지난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한 마디가 세상을 들썩이게 했다. 한 팟캐스트에서 “외계인은 존재한다”라는 발언을 했고, 이는 논쟁으로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기밀을 유출했다며 비난했고, 동시에 연방 기관에 UFO 등 미확인 항공 영상(UAP)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 지시했다. 외계인의 존재는 음모론의 단골 소재였고, 늘 흥미롭게 소비되어 왔다. 물론, 과학적으로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우주 관련 기술과 관측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주를 향한 의문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음에도 공식적으로 이 존재가 인정된 적은 아직 없다.
버락 오바마의 발언 이후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는 광대한 우주에 우리만 지성을 가졌을 리 없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리고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에서 이 입장을 더 확고히 했다. 이 영화는 정부의 기밀을 관리하는 워덱스라는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빼돌리려는 자들과 이를 막으려는 이들의 갈등을 담았다. 외계의 도구로 궁금증을 자극한 영화는 이후 폭로하려는 인물들과 은폐하려는 국가 기관의 추격전으로 팽팽한 추격극을 전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미지와의 조우’, ‘이티’, ‘우주 전쟁’ 등의 작품으로 꾸준히 외계의 존재를 향한 탐구를 이어왔다. 미지의 존재가 주는 호기심을 중심으로 다양한 온도를 가진 장르를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이들과 결이 조금 다르다. 만약, 외계인이 중심에 있는 영화를 기대했다면 ‘디스클로저 데이’는 조금 아쉬울 수 있다. 기상천외한 현상이 몇 차례 등장하고 지금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술도 흥미를 자극하지만, 정작 외계의 존재는 전면에서 활약하지 않는다. 대신, ‘디스클로저 데이’는 충격적인 정보와 이를 대하는 인간의 반응을 카메라에 담으며 재미를 쌓아간다.

초반부 워덱스가 감추고 있는 진실에 다가갈 때의 몰입도는 상당하다. 알 수 없는 도구와 현상, 그리고 이 숨겨진 정보 앞에서 경외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인물들의 반응은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여기에 기괴한 증상을 겪고 있는 기상 캐스터의 등장은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무의식 중에 인간의 것이 아닌 언어를 뱉으며 관객을 오싹하게 하고, 그를 매개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 음모론과 고전 미스터의 분위기가 극대화된 중반부까지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력에 감탄하며 서사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인을 두고 대립하는 과학과 종교의 시선을 통해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외계인은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며 우주를 향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존재이지만 종교계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수습 수녀였고, 현재는 종교 밖에 있는 제인(이브 휴슨 분)은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외계의 존재를 입체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외계인의 존재가 신의 위치를 흔들 수 있어 인류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정보의 공개가 옳은 것인지 갈등한다. 영화는 노아 스캔런(콜린 퍼스 분)이 사용하는 외계의 도구와 제인이 손에 쥔 십자가를 대비하며 과학과 종교의 대립 양상을 시각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디스클로저 데이’의 힘은 폭로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떨어진다. 영화가 마지막까지 감췄던 진실 자체가 관객에게 큰 충격을 주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후반부 드러나는 미공개 영상은 음모론의 조각들을 나열한 듯했는데 시각적 자극이 초중반부보다 덜하다. 영화 속 대중에게는 충격을 줄 수 있겠지만, 이미 추격전 중에 외계의 존재를 경험했던 관객에게는 그리 놀랄 만한 것이 아니었다. 외계인이 마지막에 전한 말 역시 통역되지 않은 채 열린 결말로 마무리돼 허무함을 느끼게 했다. 영화의 추격 양상은 분명 흥미롭지만 ‘디스클로저 데이’의 메인 요리가 될 수는 없었다. ‘외계인’에게 초점을 맞춘 서사가 후반부 큰 활약 없이 증발하는 탓에 관객을 만족시키기 어려웠고, 이는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외계의 존재로 관심을 유도한 영화 내부에는 정보의 독점을 우려하는 시선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영화는 워덱스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면을 부각하며 소수의 권력이 정보를 독점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이는 정보를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힘을 앞세워 시민을 통제하려는 세력들에게 던지는 일침으로 보였다. 동시에 우리가 세상을 흔들 진실을 받아들일 자세를 갖췄는지 묻기도 했다. 제인은 외계의 종교에 위협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그를 가르쳤던 수녀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제인 역시 정보를 먼저 판단하려 했다는 점에서 워덱스와 유사한 면이 있었고, 영화는 이를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디스클로저 데이’는 진실은 누구에게도 귀속될 수 없고, 모두의 손에 진실을 쥐어주는 게 어떠한 가치보다 중요하며, 이를 판단하는 건 모두의 몫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외계의 존재마저 힘으로 눌러버리는 영화 속 정부의 모습은 대중의 상상력마저 통제하려는 이들의 행동으로 읽히기도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평생 사랑했던 소재를 활용해 그런 세상을 향한 저항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건 아닐까.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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