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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단편 ‘지리멸렬’을 시작으로, 영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만드는 작품마다 한국영화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봉준호 감독. 그는 영화 ‘옥자’로 제 영향력을 충무로를 넘어 세계 영화 시장까지 뻗어냈다.
560억 원 제작비가 투입된 ‘옥자’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가 슈퍼돼지 옥자를 구하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트리밍용 영화로는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그 여파로 영화제 규정까지 바꾸며 상반기 세계 영화계를 들썩이게 했다. 국내에서는 멀티플렉스의 보이콧으로 개봉에 난항을 겪었으나, 때아닌 개인극장 호황에 일조(?)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기존의 대형 스튜디오들이 꺼리는 내용이 있잖아요. 알폰소 장면, 도살장 장면이 그렇죠. 대규모 제작비를 전액 지원해주면서도 제게 영화를 100% 컨트롤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해주는 곳은 넷플릭스가 유일했습니다. 스트리밍 기반 회사와 일한 거니까 예측되는 일이긴 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어요. 생각보다 복잡한 여러 가지 일이 얽혀 있었던 거죠.”
봉준호 감독은 주말 무대인사를 마치자마자 미국 LA로 향했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소유한 LA 뉴베벌리시네마에서 ‘옥자’의 GV(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뉴베벌리시네마는 LA에서 가장 오래된 재개봉관으로 이곳에서 ‘옥자’는 35mm 필름으로 상영된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자신의 극장에서 상영할 먹잇감을 늘 찾아다니거든요. ‘옥자’는 그 양반 입장에서도 흥미로웠을 거예요. 디지털 4K로 찍은 영화를 필름으로 바꾼다니. 광란의 수집가로서는 ‘옥자’의 전 세계 유일의 필름 프린터를 가질 기회잖아요. 영화광다운 멋진 인생인데, ‘옥자’가 그곳에서 상영됩니다.”

‘옥자’로 국내외를 오가며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봉준호는 차기작은 조용히 찍고, 조용히 개봉하고 싶단다. 그의 다음 작품은 ‘기생충’. 100% 한국영화이고, ‘살인의 추억’과 ‘괴물’, ‘설국열차’를 함께 한 송강호가 검토 중이다.
“2013년쯤 누군가를 붙잡고 얘기했던 것을 2015년 ‘옥자’를 준비할 때 20페이지 정도의 트리트먼트로 썼어요. ‘철원기행’의 김대환 감독이 제 스토리 라인을 받아서 초고를 썼고요. 내년 초 촬영이 목표예요. 시공간적으로 굉장히 압축된 영화예요. 영화 주요 장소가 몇 군데 안 돼요. 독특한 가족의 이야기예요. 세균 나오고 그런 영화 전혀 아닙니다.(웃음)”
그는 물리적, 육체적인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처럼, 영화의 행간을 분석하는 복잡한 해석보다 명징한 육체적 쾌감을 안기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그래비티’는 엄청난 물리적 체험을 선사하잖아요. 요즘은 그런 영화를 찍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있어요. 확 육체적으로 겪는 영화들. 보고 나면 할 말이 없는 영화들. 살갗에 남는 영화들. ‘그래비티’에서 산드라 블록이 지구로 돌아와 흙바닥에서 일어서잖아요. 끝까지 육체적인 영화거든요. 물론 스튜디오와 갈등이 많았다고 해요. 산드라 블록의 가족 이야기를 회상 장면으로 넣어야 한다 말아야 한다고.(웃음) 그 와중에 알폰소 감독은 끝까지 강단을 지켜서 결국엔 강렬한 쾌감, 전율을 안기고 말죠.”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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