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한석규, 김래원, 강신일, 이경영, 김성균, 정웅인, 조재윤, 신성록…. 진한 수컷의 향기가 느껴지는 영화 ‘프리즌'(3월 23일 개봉, 나현 감독). 남자 배우 일색인 이 영화에 유일한 여배우가 있다. 바로 첫 장면에 등장해 죽음을 맞이하는 여인, 그녀를 연기한 연송하가 그 주인공이다.
청순한 외모, 나근나근한 몸매, 한들한들 긴 머리카락, 다정다감한 목소리, 연송하를 처음 본 인상은 그러하다. 매 맞거나 죽음을 당하는 작품 속 캐릭터와는 괴리감이 있는 사랑스러움이 몸에 배어있다. 갓 데뷔한 듯한 이미지이지만, 배고픈 극단 생활부터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연기에 목이 말라있는 배우 연송하를 만났다.
◆ ‘프리즌’ 노출 장면, 촬영 당일 바뀌어 다행
‘프리즌’에서 연송하는 등장하자마자 죽음을 당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매우 짧은 장면이지만, 영화가 시작하는 장면이어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 장면은 시나리오에서 파격 노출로 영화 관계자 사이에서 화제를 모은 바. 연송하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여자가 아예 없다가 오디션을 보고 뒤늦게 확정이 돼서 생긴 역할이라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노출이 심한 걸로 알았는데, 촬영 당일 샤워하고서 옷을 걸치고 나오는 장면으로 바뀌었고요. 노출에 대한 부분은 걱정하지 않았는데, 없어져서 다행이고, 고맙다고 생각하긴 했어요.(웃음)”
‘프리즌’에는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러나 연송하는 초반 외롭게 죽음을 당하는 역할이어서 고사 현장과 쫑파티를 제외하고 배우들과의 호흡은 없었다. 그녀는 “영화 홍보팀에서는 여자가 없는 걸로 홍보를 하려고 했는데, 한석규 선배님이 작은 역할이지만 여배우가 나오지 않느냐며 반대했다고 들었다. 정말로 감사했다”며 인사만 나눈 사이인 대선배의 배려에 감동한 일화를 공개했다.
◆ 송하, 스님인 작은父가 작명…연봉 80만 원 연극배우 삶
연송하의 본명은 권나영. 송하라는 이름은 스님인 그녀의 작은 아버지가 지었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연송하는 “배우로 활동하려면 3대 절경인 소나무 바위 강이 있어야 한다면서 송하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성은 이름과 어울리는 성을 찾다가 붙여봤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라고 답했다.
포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연송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홀로 서울로 올라왔다. 외동딸의 타지 생활을 연송하의 부모는 걱정했지만, 딸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한국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경기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외동딸에다 코스모스같이 여린 이미지이지만, 연송하는 의외의 내공을 소유했다.
27세 때까지 연봉 80만 원의 배고픈 극단(골목길) 생활을 했다는 그녀는 “배우도 하고, 스태프로도 활동했다. 극단 생활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냥 연기가 좋아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방송, 영화 같은 대중 매체의 문을 두드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연송하는 “매니지먼트에 상처를 많이 받아서 연극만 했는데, 20대 후반이 되니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염치없어서 매체 쪽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라고 전했다.
◆ 죽음 신 원샷 세 번, 뜬다는 속설 실현될까
하지만 아직 그녀의 일이 생활비를 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 연송하는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오디션을 소화 중이다. 보기와 다르게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며 입을 야무지게 다문다. “고깃집, 대리운전 콜센터, 백화점 행사, 지금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무명 배우의 고된 생활 때문에 한때 연기를 포기하겠단 생각을 하기도 했다는 연송하이지만, 극단 선배들의 조언이 그녀를 버티게 했다. 엄효섭 황영희 윤제문 박해일 고수희가 극단 골목길 출신이다. 연송하는 특히 박해일과 대화를 나눈 일을 떠올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좋아하지 않으면 이 일은 할 수 없어요. 20대 때는 너무 힘들어서 다시 돌아가라 하면 못 견딜 것 같지만, 지금은 즐거워요. 극에서 죽을 때 원샷을 세 번 받는 배우는 뜬다는 속설이 있는데요, 제가 ‘프리즌’으로 세 번을 채웠거든요. 속설대로 될지, 아니면 유일하게 못 뜨는 배우가 될지, 지켜봐 주실래요?(웃음)”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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