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지호 기자] “내 연기만 생각하고 현장에 갔을 때 깨져 본 적이 되게 많거든요”
자신의 몫을 해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수많은 작품에서 서로 다른 인물을 살아온 배우 서현우는 어느 순간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현장에는 후배들이 늘어났고, 자신의 연기를 완성하는 것만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중요해졌다.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그가 오래 품어온 고민에 조금 더 구체적인 답을 찾은 작품이었다.
서현우는 23일 진행된 tvN 드라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종영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봤다. 그는 “객관적으로 시청자로서 보면서 너무 재미있게 봤다. 자화자찬을 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는데 그 분위기에 정비례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서 신기하고 감사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서현우가 연기한 양준호는 뛰어난 실무 능력을 갖췄지만 진급에서 누락된 영업 5팀 직원이다. 직장 상사 공은태(이준혁)에게 반기를 들던 그는 갈등과 화해를 거쳐 한 팀의 구성원으로 거듭난다.
서현우는 양준호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진급이나 성과만이 아니었다고 해석했다. 그는 “양준호라는 사람이 일터에서 상실한 것이 바로 팀워크라고 생각한다. 정말 가족처럼 일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나 역시 배우로서 작업할 때 즐겁고 끈끈함을 느끼고 싶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와 자신의 삶이 닮았다고 느낀 장면도 있었다. 극 중 양준호는 2팀 팀장에게 동료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서현우는 “그 말이 나한테는 시야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내가 지금 고민하고 시도하는 작업과도 연관이 있더라”며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내 연기만 생각하고 어떻게 표현할지만 생각하고 현장에 갔을 때 깨져 본 적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서 내 대사보다는 장면을 보려고 하고, 그 장면의 전후에 어떤 장면들이 붙는지까지 시야를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우로서 연차가 쌓이면서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촬영팀과 기술 스태프들이 모두 형, 누나였지만 어느 순간 자신보다 어린 동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현우는 “어느 순간 활동하다 보니 현장에 후배들이 엄청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시야가 좁았던 것 같다”며 “주어진 장면을 담당하는 것뿐 아니라 선배로서 팀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데도 계속 주저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행동이 자칫 강압적으로 비치거나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까 걱정했다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고민을 조금씩 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준혁과 함께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두 사람은 촬영장에 도착하면 서로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까지 살피며 현장의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서현우는 “이준혁 배우와 부부 케미로 스태프들을 섬세하게 살피면서 작업해 보니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 감이 잡히더라”며 “밤샘 촬영으로 모두가 지쳐 있을 때 어떻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을지 고민이 구체화된 작품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서현우는 “어떤 캐릭터로 사랑받으면 그 모습을 계속 활용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작업의 즐거움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며 “어디선가 해본 것과 비슷하고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는 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자신이 구상한 외형을 고집했다면 이제는 분장과 의상, 미술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현우는 “같은 대본을 보고 여러 전문가가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로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인데 왜 그동안 제 생각만 고집했을까 싶었다”며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면서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는 서현우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이번 작품을 거액의 당첨금보다 꾸준히 힘을 주는 ‘연금복권’에 비유했다.
서현우는 “몇 억, 100억, 200억이라는 느낌보다는 매달 지급되는 연금 같은 필모그래피가 될 것 같다”며 “‘악의 꽃’이나 ‘헤어질 결심’처럼 힘이 빠지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다시 떠올리면 힘이 되는 작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자신의 연기에서 장면으로, 장면에서 함께하는 사람들로. 서현우는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통해 조금 더 넓어진 시야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저스트 엔터테인먼트, tvN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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