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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공식 개봉 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이후 배급지원상, CGV상, 왓챠상, 배우상까지 주요 4개 부문 상을 석권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퀴어 영화가 화제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받는 이 작품은 제68회 샌프란시스코 국제 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 상영을 성황리에 마쳤다. 독립영화임에도 이례적으로 이탈리아 세일즈사의 선택을 받아 전 세계에 선보여지기도 한 이 영화는 박준호 감독의 첫 장편 영화 ‘3670’이다.
영화 ‘3670’은 지난 3일 개봉 이후 실관람객 평점 9.42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다. 순위 역시 입소문을 통해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눈길을 끈다.
관람객들은 “어쩌면 2025년도 최고의 로맨스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는 영화였다”, “퀴어 영화라기보다 이 세대 전체를 아우르는 영화 같았다”라며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 퀴어 영화 그 이상의 작품…현대인의 외로움과 고독에 대한 공감
자유를 찾아 북에서 내려온 철준(조유현)은 친형제처럼 의지하며 살아가는 탈북자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나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그의 삶에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깊은 비밀이 있다. 바로 자신의 게이 정체성이다. 가족 같은 친구들 앞에서도 이를 고백하지 못한 채 철준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듯한 고립감과 외로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생애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남한의 게이 커뮤니티에 발을 들인다. 그곳에서 우연히 동갑내기 영준(김현목)을 만나게 되면서 철준의 삶은 전환점을 맞는다. 영준은 술 번개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철준을 이끌어 주었고 그가 낯선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덕분에 철준은 커뮤니티 안에서 또래 친구들과 빠르게 가까워지고 그동안 눈여겨봐왔던 현택(조대희)과도 관계를 진전시키며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한다.
하지만 작은 오해가 불거지면서 철준이 어렵게 쌓아온 관계와 공동체의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이 정성을 다해 애정을 쏟았던 자리에서 배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은 그를 다시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다. 철준은 어렵게 얻은 관계를 지킬 수 있을까.


▲ 소수자의 투쟁이 아닌 소수자의 일상…”종로3가역 6번 출구, 저녁 7시에 만날 사람”
영화 제목 ‘3670’은 종로3가, 6번 출구, 저녁 7시를 뜻한다. 이는 단순한 지명이자 시간 표시가 아니라 영화 속 모든 이야기가 출발하는 공감각적 무대이자 철준이 용기를 내어 세상과 맞닿는 첫 순간을 상징하는 지점이다. 나아가 철준이 공동체 속으로 발을 들이고자 하는 의지와 결심이 담긴 의미심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탈북자와 성소수자라는 소재를 교차시켜 풀어낸다. 박준호 감독은 대학 시절 탈북 청소년을 가르치는 봉사 활동을 통해 영화적 영감을 얻었다. 그는 특히 탈북 과정이나 북한에서의 삶이 아닌 한국에 정착한 이후 탈북민의 삶에 주목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가 바라본 것은 비극적 과거가 아닌 새롭게 이어지는 관계와 정체성의 이야기였다.
주인공 철준은 탈북자이자 게이라는 소수자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만 영화는 그를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존재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누구나 겪는 외로움과 관계에 대한 갈망을 안고 살아가는 ‘보통의 청춘’으로 묘사된다. 그의 이야기는 사회적 소수자에 한정된 특수한 서사가 아니라 결국은 더 깊이 연결되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작품 속 대사인 “우리 다 행복하려고 여기 온 거 아니겠냐”는 관계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상처를 주고받으며 이해하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결국 누구나 품고 있는 욕망이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결코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준은 자신의 출신 배경과 성 정체성이 주는 무거운 굴레를 안은 채 틀을 깨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의 모습은 영화 속 서사를 넘어 관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결국 ‘3670’은 소수자의 이야기인 동시에 관계 속에서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용기를 담은 영화로 보는 이들에게 묵직한 공감과 응원의 여운을 남긴다.

강지호 기자 khj2@tvreport.co.kr / 사진= 영화 ‘3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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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