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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하루 전 멈춰버린 기차역…고립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서스펜스 ‘폭설’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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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배우 김윤석·구교환의 재회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30일 영화 ‘폭설’이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오는 18일 개봉을 확정한 이 작품은 폭설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산속 간이역 ‘설오역’을 무대로 전개된다. 한평생 자리를 지켜온 역장과 이제 막 도착한 후임 역무원 앞에 의문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의 메가폰은 ‘소리도 없이’로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의 문법을 비틀며 평단과 관객에 강렬한 충격을 안겼던 홍의정 감독이 잡았다. 퇴직을 단 하루 앞둔 시점에서 몰아친 이례적인 폭설, 그리고 아무도 찾아올 수 없는 극한의 고립 속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의 의심과 사투는 관객의 오감을 집요하게 자극한다.

고립된 공간이 주는 클래식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위에 절박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뜻밖의 아이러니를 더해 희비극의 묘미를 선사할 ‘폭설’의 핵심 관람 포인트를 다각도로 해부해 봤다.

이름만으로 확실한 영화적 신뢰를 주는 두 배우, 김윤석과 구교환의 완벽한 호흡은 ‘폭설’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영화 ‘모가디슈’ 이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한평생 설오역을 지켜온 역장 갑수(김윤석 분)와 폭설을 뚫고 도착한 후임 현택(구교환 분)으로 분해 극을 이끈다.

김윤석은 평생의 터전이자 삶의 전부였던 공간을 떠나야 하는 인물이 품은 미련과 씁쓸함, 그리고 자부심을 섬세한 표정으로 짚어내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반면 구교환은 특유의 리듬감과 유연한 어조를 더해 독보적인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는 천진함 뒤에 예측 불가능한 서늘함을 품은 현택의 다층적인 면모를 세밀하게 표현하며 김윤석과 이색 케미를 구축했다.

갑수와 현택의 기묘한 대립은 화면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과 끊임없는 호기심을 불어넣는다. 선임과 후임이라는 경계 속에서 두 인물은 서로의 의중을 탐색하고, 작고 낯선 행동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현장에서 실제 선후배이자 친구처럼 깊은 신뢰를 쌓았다는 김윤석과 구교환은 완벽한 앙상블로 ‘폭설’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소화하며 장르적 재미를 높였다.

극단적인 고립 상황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본능적인 모순과 유머를 포착해 낸 홍의정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은 ‘폭설’을 더 특별하게 한다. 영화는 외딴 기차역 선로 위에 쓰러진 의문의 시신을 기점으로 걷잡을 수 없는 경계와 의심의 소용돌이로 갑수와 현택을 밀어 넣는다. 이들이 필사적으로 버티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서툰 행동과 빗나간 판단은 묵직한 서스펜스 속에서도 묘한 유머와 실소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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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캐릭터의 몸싸움은 이 작품의 기묘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두 인물의 갈등이 폭발하는 이 장면에서 갑수와 현택의 행동은 필사적이면서도 어딘가 어설프다. ‘폭설’은 인물들의 절박함이 만들어내는 희비극적 아우라 속에 웃음을 배치해 아이러니를 맛보게 했다. 이를 통해 홍의정 감독은 무거운 소재와 범죄 스릴러의 문법을 완전히 비틀어 독특한 영화적 리듬과 반전을 선사한다.

인물들의 삶과 감정이 켜켜이 쌓인 ‘설오역’이라는 공간은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파묘’의 서성경 미술 감독이 참여한 ‘폭설’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철도 용품과 수석, 담금주 등의 소품으로 갑수의 인생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동시에 영화는 백돌과 흑돌, 흑발과 백발, 빛과 어둠 같은 시각적 대비를 배치해 끊임없이 부딪히는 두 인물의 관계를 미학적으로 풀어냈다.

이러한 공간 미학은 영화가 품은 메시지를 한층 묵직하게 강화한다. 퇴직을 하루 앞둔 늙은 역장과 막 첫 인수인계를 시작한 젊은 후임이라는 인물 간의 서사적 대조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설오역은 한때 석탄 운송으로 번성했으나 이제는 잊힌 간이역이다. 이는 평생을 바친 일터를 뒤로하고 퇴장해야 하는 갑수의 삶과 온전히 닮아있다.

삶의 한 장을 마감하는 갑수와 새로운 시작을 열어야 하는 현택의 만남은 생존 사투를 넘어, 시간의 순환과 소멸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외부 세계와의 연결이 끊긴 혹독한 겨울 풍광 속에서 두 남자가 써 내려가는 이 다채로운 서사적 레이어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꺼지지 않을 진한 여운을 선사한다.

여기에 베테랑 제작진의 노하우가 더해져 관객은 실제 폭설 속에 고립된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체감하게 된다. ‘벌새’를 작업하며 시대의 온도를 담아냈던 강국현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눈이 그친 뒤 노을빛에서 차가운 저녁으로 넘어가는 시간과 날씨의 뉘앙스를 세밀한 조명과 설경으로 담아내며 생동감을 높였다. 그리고 황현규 분장 감독은 혹독한 추위 속 피부의 열감, 머리카락에 맺힌 살얼음, 피로의 흔적을 현실감 있게 살려냈다.

이처럼 ‘폭설’은 김윤석과 구교환이라는 대체 불가한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 시너지 위에 홍의정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정교한 프로덕션 미학이 어우러져 장르적 쾌감과 희비극적 여운을 동시에 전한다. 한시도 시선을 뗄 수 없는 묵직한 몰입감과 독보적인 결을 지닌 ‘폭설’은 오는 18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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