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고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난다…60여 년 만에 재해석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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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20세기를 대표하는 고전이 스크린으로 이식돼 관객을 찾아온다.
20세기 문학의 지형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던 위대한 거장 알베르 카뮈의 불멸의 고전이 돌아온다.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매혹적인 시네아스트로 불리는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이방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과 함께 7분간의 뜨거운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전 세계 영화계에 강렬한 파란을 예고했다. 이후에도 프랑스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제51회 세자르상에서 4개 부문 후보 지명됐고, 제31회 뤼미에르상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촬영상을 석권하며 최다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67년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해석 이후 약 60여 년 만에 스크린에 이식된 ‘이방인’은 카뮈의 원작 소설이 지닌 뼈아픈 부조리의 세계관을 충실히 계승하는 동시에 현시대의 시선을 바탕으로 날카롭게 재해석을 시도한 작품이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구현한 ‘이방인’의 매혹적인 면면을 짚어봤다.

알베르 카뮈의 전설적인 아우라는 이 영화를 단단히 지탱하는 축이다.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사상가이며,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삶을 탐구했다. 1942년 출간된 그의 첫 장편 소설 ‘이방인’은 삶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마주한 작품으로 인류의 실존적 사유에 큰 자극을 줬다. 이 소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던 청년 뫼르소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뒤 마주하는 법정과 부조리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문학과 철학에 큰 영향력을 끼친 ‘이방인’에 철학자 롤랑 바르트와 장 폴 사르트르는 “건전지의 발견에 비견할 사회적 사건”, “열정적이되 절제된 문학”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후에도 ‘시지프 신화’, ‘페스트’ 등의 작품을 발표한 그는 만 44세에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처럼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상가인 알베르 카뮈의 고전을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현대의 감각으로 치밀하게 재구축했다.
작업을 위해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알베르 카뮈의 딸인 카트린 카뮈와 교류하며 작가의 삶과 숨결을 밀착 취재했다. 카뮈가 실제 머물렀던 방과 집필 테라스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 전반에 리얼리티와 사유의 깊이를 더했다. 이와 함께 원작에 흐르는 부조리의 뼈대 위에 프랑스-알제리 간 식민의 역사와 소외된 이들의 서사를 겹겹이 덧입히는 시도를 했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카뮈가 작품 속에 실마리만 남겨두고 더 발전시키지 않았던 이야기를 내가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연출 소감을 전했다.

이 치밀한 세계관의 중심에는 유럽 영화계가 주목하는 대체 불가능한 신예 뱅자맹 부아쟁이 있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썸머 85’로 뤼미에르상 신인남우상을 거머쥐며 이름을 알렸던 그는 다시 한번 프랑수아 오종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이번 작품에서 뱅자맹 부아쟁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청년 ‘뫼르소’의 공허하고도 서늘한 내면을 완벽하게 체화해 냈다. “연기가 아니라 카메라 앞에 존재하는 한 인간의 진실을 원했다”라는 오종 감독의 디렉팅 아래, 침묵하는 얼굴과 절제된 몸짓만으로 고독과 실존적 불안을 표현해 냈다. 이 작업을 통해 뱅자맹 부아쟁은 제31회 뤼미에르상 남우주연상, 제51회 세자르상 남우주연상 노미네이트 등 찬란한 성취를 이뤄냈다.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은 극을 더 풍성하게 했다. ‘퐁네프의 연인들’, ‘홀리 모터스’의 드니 라방이 음침하면서도 묘한 연민을 자아내는 이웃집 노인 살라마노 역으로 분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추락의 해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스완 아를로가 뫼르소의 마지막 고해성사를 재촉하는 교화 신부로 등장해 폭발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한, 세자르상 남우조연상에 빛나는 피에르 로탱과 오종의 영원한 페르소나 레베카 마르데르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가세해 극에 촘촘한 입체감을 구축했다.
흑백 미장센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은 영화 ‘이방인’의 독보적인 성취 중 하나다. 당시 알제리를 세트와 의상을 리얼하게 구현하기 버거워 선택된 흑백 연출은 인물의 몸짓과 침묵에 관객의 시선을 온전히 집중시키는 미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정적인 카메라 워크와 절제된 앵글은 알제리를 마치 ‘잃어버린 낙원’처럼 낯설고도 매혹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하늘에서 모든 것을 관조하는 듯한 부감 샷, 태양의 강렬한 열기와 대비되는 서늘한 명암, 의도적인 아웃포커싱 등 세심한 촬영 기법들은 인물의 독특한 시선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이방인’은 문학적 거장의 사유와 현대 시네아스트의 대담한 연출력이 만나 탄생한 지적이고도 매혹적인 마스터피스다. 원작의 명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신화가 될 이 영화가 국내 관객에게 어떤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알베르 카뮈의 작품 세계를 독창적인 방법으로 스크린에 이식한 ‘이방인’은 오는 30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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