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연주 기자] 31일 베일을 벗은 ‘범죄도시 3’가 석가탄신일 포함 연휴 3일 동안 유료시사회를 진행해 박스오피스 1위로 우뚝 섰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순 없다. 정해진 개봉일을 지키지 않고 티켓을 판매했다는 ‘변칙 개봉’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7~29일 연휴 동안 ‘범죄도시 3’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사흘간 관객 46만 명을 동원하면서다. 개봉 전부터 누적 관객 수 48만 1178명을 얻은 셈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히 존재하는 극장가,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 등을 고려하면 ‘범죄도시3’를 향한 선풍적인 관심은 호재다. 그러나 예정된 개봉 전 연휴에 시사를 진행해 티켓을 몰아 판매했다는 점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일각에선 유료 시사회 명목으로 개봉일을 앞당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변칙 개봉은 한국 영화산업에서 뿌리 깊은 문제로 꼽힌다. 저예산 영화들의 상영관을 빼앗아 시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고, 이미 개봉된 영화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범죄도시3’처럼 전 시즌이 전부 흥행한 기대작은 경쟁작 입장에선 어떻게든 피해 가고 싶은 대상이다. 개봉 시기가 겹치면 상영관을 얻는 것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범죄 도시3’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측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범죄 도시3’를 포함한 모든 영화가 유료 시사회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극장가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한국 영화를 향한 뜨거운 관심이 왜곡됐다는 이유에서다.
‘범죄도시3’ 배급사 관계자는 “극장에 찾는 관객이 더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과 영화 홍보 일환으로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뜻하지 않은 논란이 발생했다”며 “다른 영화에 피해가 발생할 것을 고려해 2회차로 시사회를 열었고, 감사하게도 많은 관객들이 ‘범죄도시 3’를 선택해 주셨다. 이와 같은 결과는 배급사 측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다른 영화에 비해 시사를 줄여서 진행했다”며 “관객 수를 살펴보면 극장이 호황기였던 때보다 훨씬 적은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등을 차지했다. 그만큼 극장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변칙 개봉’으로 바라보기 보다 극장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작품으로 기대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CGV 관계자는 “유료 시사회는 개봉 전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하나의 서비스”라며 “대부분의 영화가 개봉 전 시사를 통해 관객을 먼저 만날 기회를 얻는다. ‘범죄도시3’의 경우 워낙 뜨거운 관심을 받아서 많은 관객이 몰렸다. 그래서 이 같은 논란이 일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당초 관객의 관심과 반응이 영화의 흥행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선한 의도로 유료 시사회를 기획했다”며 “현재 상영하고 있는 작품 가운데 비슷한 장르의 영화가 있었다면 더 까다롭게 판단했겠지만, 고려할 부분이 없었고 관객의 선택을 받아 이례적인 기록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 또한 “‘범죄도시 3’는 다른 영화와 동일한 요건에서 시사를 진행했다”며 “특정 영화를 편애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종합하면 일각에서 주장한 ‘변칙 개봉’이 아니라는 것이다. 극장을 찾는 관객 수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영화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영화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개봉 전 극장에 등장해 약 50만 명에 가까운 관객 수를 모은 건 엄연히 편법이다. 당장 경쟁작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범죄도시 3’가 남긴 대규모 유료 시사회가 정법으로 여겨지는 건 위험하다. 편법이 정법이 되는 순간 피해를 입은 소규모의 영화는 아무런 구제도 받을 수 없다.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진행하는 게 일종의 룰이라고 해도, ‘범죄도시 3’가 연휴 대목을 노린 사실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순 없다. 가정의 달을 감안해 개봉일을 5월 끝자락으로 미루고, 막판 연휴에 극장가를 습격한 것을 ‘관객을 위한 서비스’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극장가를 찾는 관객을 늘리려는 시도는 좋지만, 이 같은 상황이 전례로 남는 건 위험하다”며 “특히 ‘범죄영화3’처럼 시사회까지 규모가 큰 영화는 다른 영화들이 상영될 기회를 앗아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연주 기자 yeonjuk@tvreport.co.kr /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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