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꼭 그렇게 연기를 잘 했어야 속이 후련했냐~!!!”
배우 민진웅이라 쓰고, tvN ‘혼술남녀’가 찾은 원석이라고 읽는다. 극중 노량진 공무원 학원의 민교수 역을 맡은 민진웅. 그의 강의 필살기는 스타 패러디다. 민진웅은 매 회 다른 스타 성대모사를 소화하며, 시청자의 마음에 녹아들었다. 이제 그는 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됐다.
민진웅은 ‘베테랑’ 유아인을 시작으로, ‘태양의 후예’ 송중기, ‘시그널’ 이제훈, ‘내부자들’ 이병헌, 서경석의 공무원 CF, ‘곡성’의 황정민&김환희, ‘해바라기’ 김래원 등을 패러디했다. 100% 똑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특징을 기가 막히게 잡아낸다. 그는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며, ‘신스틸러’를 넘어 ‘심스틸러’로 등극했다.
민진웅이 이처럼 웃기는 연기만 잘 했다면 지금의 호평을 받을 수는 없었을 것. 민진웅은 ‘반전 정체’로 시청자를 울렸다. 극중 민진웅은 매일 밤 10시만 되면 집에 가면서, 와이프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아픈 어머니의 병간호를 해왔던 것. 민진웅은 강의를 하느라 어머니의 임종도 못 지켰고, 혼이 나간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지켰다. 민진웅은 절제된 감정 연기로 쓸쓸함을 더해 호평을 이끌었다.
실제로 만난 민진웅은 신인답게 쑥스러움이 넘치고, 사람 냄새나는 배우였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서, 지금도 지하철을 애용한다고. 앞으로 더욱 유명한 배우가 되어도, 지금 모습 그대로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 ‘혼술남녀’에는 어떻게 캐스팅됐나.
“오디션을 봤어요. 원래는 동영 씨 역할로 오디션을 봤거든요. 작가님이랑 PD님이랑 성대모사할 줄 아니라고 물어보셔서 잘 못한다고 답했어요. 1부 ‘어이가 없네’ 해보라 해서 했는데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그때 ‘어이가 없네’도 처음 해 본 것 같아요. 김래원 선배님 거는 어려서부터 많이 따라 했었는데 ‘어이가 없네’는 처음인 것 같아요.”
– 수많은 성대모사 중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제껏 했던 것들이 안 똑같던 것은 알고 있는데, ‘내부자들’, ‘곡성’ 할 때 분장한 것이 재밌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눈 뒤집는 것이 웃겼어요. 김래원 선배님 성대모사도 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 하석진 씨가 민진웅 씨 성대모사를 굉장히 좋아한다던데?
“엄청 좋아해요. 특히 김래원 선배님 성대모사했을 때 되게 좋아했어요. 원래 ‘해바라기’에서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라는 대사에 욕이 붙잖아요. 연습할 때 장난으로 욕을 했어요. 스태프 빵 터지고, 석진이 형이 너무 웃어서 촬영을 못 하는 거예요. 방송 모니터링하고도 맨날 ‘진짜 짱이다’, ‘너 미친 아이 같아’라고 해주시고요. 약간 병맛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형이 그런 욕심이 있어요. 형을 알고 나서 ‘문제적 남자’를 보는데, 형의 유머 코드가 웃긴데 다른 분들이 안 웃어주시더라고요.”
– 앞으로 하고 싶은 패러디가 있다면?
“댓글을 다 보는 편인데, 디오니소스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디오니소스가 뭐지, 인터넷 용어인가 하고 검색해봤어요. 보니까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작진분들께도 의견을 전달했어요. 제가 ‘원장님, 늦어서 죄송합니다’면서 악기 연주를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지금까지 방송된 것 중에서는 10화(어머니 임종 에피소드)가 기억 남고, ‘곡성’ 패러디를 한 6화도 기억에 남아요. 제 스토리가 시작되는 화였잖아요. 백숙 집에서 얘기하고. (황우)슬혜 누나가 우는 장면이 짠해서 좋았어요. 얼마 전에는 강사 5명이 주고받는 신을 찍었는데, 저희들끼리 진짜 터졌어요. 방송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요.”
– 10화 장례식 신으로 시청자를 울렸다.
“모든 것은 다 김원해 선생님 덕분입니다. 선배님이 나오시는 순간 감정이 올라왔어요. 감정이 주체가 안 됐는데, 선배님 덕에 절제된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정말 존경스러웠고, 감사했어요. 평소에도 현장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선배님을 만난 것은 좋은 점 밖에 없어요. 선배님이 ‘아수라’ 때 다른 면도 보여주고는 했지만, 밝고 그런 역할 많이 했잖아요. 현실에서 진짜 김원해 선생님은 다정다감하고 좋은 어른이세요.”
– 사실은 아내가 아니라 아픈 어머니 때문에 집에 일찍 귀가하는데, 미리 알고 있었나.
“시놉시스에는 없었어요. 드라마 시작하기 전에 회식을 했는데, 감독님, 작가님한테 제가 ‘맨날 10시에 가는데, 제 생각에는 갈 때 좀 더 즐겁게 가면 어떨까요’ 했는데, ‘헉’ 이러시는 거예요. 혹시나 알아버리고 연기할 때 계산을 해서 연기하면 안 되니깐요. 네가 말한대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대본 받아보고, 와이프가 아프다거나 꼭 집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앞으로 황우슬혜 씨와 연결되나? 실제 사이는?
“다들 누나와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아직까지는 대본에 나온 것이 없어요. 실제로는 하늘 같은 선배님이시죠.”
– 주원 씨와 절친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 뭐라고 응원해줬는지.
“제가 연예인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두 명 밖에 없어요. 주원이랑 (고)경표. 주원이는 운동하는 데서 만났는데, ‘형, 잘했어. 재밌어. 좋아. 좋아’라고 해주더라고요. 경표는 ‘질투의 화신’ 보는 데 진짜 멋있게 나오는 거예요. 응원 문자 보냈는데 경표도 재밌게 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박)정민이는 학교 같이 다니고 그래서 옛날부터 친구였어요. ‘동주’ 배우 단톡방이 있는데, 저랑 정민이랑 (강)하늘이 등 있어요. 정민이가 기사 링크해서 올리더라고요. 드디어 연예인 됐다고 축하한다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죠. 하하. 하늘이도 서글서글하고 좋은 애예요.”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