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양말, 눈빛. 이원근이 영화 ‘여교사'(김태용 감독, 외유내강 제작)에 캐스팅된 두 가지 계기다. 한껏 멋을 부린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알록달록 눈에 띄는 양말,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묘한 눈빛. 김태용 감독은 이원근의 두 가지에 끌려 ‘여교사’의 재하 역을 맡겼다.
올해 첫 문제작으로 평가받는 ‘여교사’는 여교사 효주(김하늘)의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상에 끼어든 후배 여교사 혜영(유인영)과 남학생(이원근)과의 미묘한 관계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변화와 파국을 맞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이원근은 효주와 혜영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무용특기생 재하를 연기했다. 순수와 영악함을 오가는 쉽지 않은 연기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이원근의 묘한 매력 덕분에 가능했다.
“오디션 때 갖춰 입어야 할 것 같아서 청바지에 셔츠, 재킷을 입고 갔거든요. 그런데 웬걸, 양말이 없는 거야. 어쩔 수 없이 알록달록 이상한 양말을 신고 갔어요. 감독님이 그 양말을 특이하게 보셔서 ‘왜 이걸 신었니’라고 물어보셨고, 그때부터 술술 대화가 이어졌어요. 가족관계, 취미, 좋아하는 영화나 노래…. 감독님은 인간 이원근 그 자체에 궁금증을 가지셨어요.”
재하는 알듯 모를듯한 눈빛으로 효주와 혜영의 곁을 오간다. 육체적 관계를 나눈 혜영에게는 마치 한마리 강아지처럼 해맑게, 효주에게는 서늘함과 싱그러움을 동시에 뿜어내는 눈빛을 건넨다.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재하의 애매모호함은 영화 전반에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감독님은 제 눈빛이 속을 알 수 없어서 좋으셨대요. 재하도 마찬가지잖아요. 효주에게 짓는 미소가 진심인지, 계산된 행동인지 단번에 알기 쉽지 않죠. 싱그러운 듯, 영악한 듯, 사랑인 듯, 아닌 듯, 진심인 듯, 거짓인 듯. 건조한 효주와 사랑스러운 혜영의 중간 정도를 기준점으로 잡고 애매모호하게 연기했어요.”
이원근의 오묘한 눈빛은 ‘여교사’에 뛰어들 수 있었던 계기이자 오해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원근은 김태용 감독과 오해하고, 토라지고, 서운해하고, 울고,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했단다.
“감독님께서 ‘너가 나를 불편해하는 것 같다’라고 오해하셨어요. 제 눈빛 때문에요. 전 절대 그게 아닌데. 감독님과 정말 많이 싸웠죠. 서로 아쉬운 소리도 하고, 술 한 잔 마시고 풀기도 하고. 지금은 정말 돈독한 사이가 됐어요.(웃음) 눈빛 때문에 겪은 오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연예계 데뷔하고 줄곧 들어온 소리예요. 차갑다, 먼저 다가가기 힘들다…. 전 그저 낯을 가릴 뿐인데 말이죠. 제가 풀어야 할 숙제죠. 저 막상 친해지면 엄청난 수다쟁이에요.(웃음)”
이원근의 최대 관심사는 늘 사랑이라고 했다. 재하가 혜영에게 처음 사랑을 배우고, 느끼고, 흔들리는 것처럼 한 번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을 던진단다. 받는 것보다 주는 사랑에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예전에 3년 정도 연애한 적 있었는데 잊는 데 3년 걸렸어요. 질투도 심하고, 상대가 저만 좋아해 줬으면 좋겠는 마음도 커요. 사랑하는 사람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든 바로잡고 싶어 하고, 그때마다 감정이 무너져요. 전 사랑에 빠지면 올인하는 스타일이에요. 간이고 쓸개고 다 줄 수 있거든요. 늘 진실된 사랑을 원해요. 서로에게 숨김없는 사랑이요. 계절 때문인지 요즘도 사랑이 너무 하고 싶어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조성진 기자 jinphoto@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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