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2019년 12월 첫 날, 배우 이재욱은 데뷔 1주년을 맞았다. 단 1년 만에 그는 빠른 성장을 거뒀다. 특히 이재욱의 존재 가치가 높은 이유는 22세의 어린 나이에 놀라운 연기력을 갖춘 정통 배우라는 점이다. 그는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재학 중이다.
이재욱은 1년 동안 무려 세 작품을 찍었는데, 그 속에서 보여진 연기가 다 달랐다. 데뷔작인 tvN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스페인 유학생 마르꼬 한 역을 연기하며 개성 강한 모습을 보여줬고,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에서는 주연급인 설지환 역을 맡았다. 30대를 연기한 이재욱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연하남’의 매력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이어 이재욱은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첫 주연을 꿰찼다. 이재욱은 극중 만화 ‘비밀’의 남자 조연이자 스리고 서열 3위 백경 역을 맡았다. 오직 사업 생각만 하는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고 비뚤어진 인물이다.
그나마 백경의 옆에 있어준 사람은 은단오(김혜윤 분)였다. 은단오는 백경을 10년간 짝사랑했지만, 자아를 찾은 후 하루(로운 분)와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 뒤늦게 은단오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백경은 슬픈 짝사랑을 펼쳤다. 짠하고 지켜주고 싶은 남자 백경, 무엇보다 이재욱의 감정 연기가 돋보이며 시청자를 ‘서브 앓이’에 빠지게 만들었다.
매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 이재욱. 실제의 그는 젊은 신인 배우답게 풋풋하고 순수했다. 연기 칭찬에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자신의 성격은 설지환과 백경을 반반 섞은 것 같다고 말하는 이재욱. 백경을 떠나보내는 소감과 그의 연기 이야기를 전한다.
–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시청률은 낮았지만 의미있는 작품일 것 같다. 이재욱에게 ‘어쩌다 발견한 하루’란?
“촬영이 끝나고 일주일도 안 됐는데 스태프분들, 배우분들 모두 다 보고 싶어요. 2019년에 좋은 역할을 연기하게 돼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새로운 발견’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좋은 성적이라고 제 자신한테 얘기하고 있어요.”
– 화보 인터뷰를 보니까 자주 가던 카페에서 인기를 실감한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나?
“‘어쩌다 발견한 하루’ 초반에 인터뷰 한 건데, ‘검블유’가 끝나고 알아보시는 분들이 좀 있으셨어요. 종업원분들, 알바생분들도 저를 모르셨다가 사인도 해달라고 하고, 쿠키 같은 것도 주시고 하시더라고요.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방송될 때는 바빠서 사람들을 잘 못 만났는데, 현장에서 확실히 실감을 한 것 같아요. 팬분들도 구경하러 와주시고요.”
– 종방연 분위기는 어땠나? 약간 취한 듯한 SNS 라이브 방송이 화제였다.
“저를 보러 팬분들이 와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했는데, 꽃다발을 종방연 때 처음 받은 거거든요. 그래서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라이브를 켰던 것이고, 종방연 분위기는 SNS에 돌아다니는 것보다 좋았던 것 같아요.”
– 백경이 가장 불쌍한 캐릭터인 것 같은데, 어떤 점에 포인트를 뒀나.
“극 안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인 것 같아요. 다들 주변에 말동무, 혹은 친구, 연인이 존재해요. 한 인물씩은 존재를 하는데 백경이만 존재하지 않아서…가장 외로운 인물, 비극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후반부에 넘어갈 수록 외롭고 힘든 부분이 더 많아졌죠.”
– 백경은 대학생 때 모습이 안 나왔다. 어떻게 됐을까. 백경에게도 사랑이 찾아왔을까.
“열린 결말이니깐요. 대학생 시절이 아니고 다른 작품으로 갔을 때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백경이의 결말에 만족해요. 힘들어했던 것, 아팠던 것을 다 내려놓고 ‘비밀’이라는 세계에 만족한 것이니깐요. 다 마무리를 짓고서 잠들었다고 표현을 하잖아요. 백경이의 결말은 작품으로 봤을 때 좋았다고 생각해요.”
– 백경의 미간 연기가 화제였는데?
“‘검블유’ 때부터 얘기가 나왔는데, 저도 표정을 그렇게 쓰는 줄 몰랐어요. 그거를 의식하면서 연기를 하면 연기를 못 하게 되니깐 개의치 않고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 사극 연기를 해보니깐 어땠나?
“너무 어렵더라고요. 선배님들한테 조언을 많이 구했었어요. 특히 최진호 선배님께 계속 물어보고, 조언을 구했던 것 같아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정식으로 사극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 최진호에 대해 SNS에 글을 올린 것도 봤다. 많은 도움을 주셨나?
“선배님은 정말 좋은 분이세요! 현장에서 만나면 따뜻하게 해주시고, 항상 저를 위해서 연기해주시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팬분들에게도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얘기해주시고 싶었어요.”
– 백경이 ‘능소화’와 ‘비밀’ 쉐도우에서 은단오를 죽이지 않나. 캐릭터가 너무 어두워 보일까봐 걱정하는 팬들이 많더라.
“맞아요. 시놉시스부터 백경은 ‘비밀’과 ‘능소화’에서 자아가 없는 인물이고, 악역이라고 나와 있어요. ‘비밀’에서 백경은 A3지만 조연에 가까운 인물이거든요. 단오가 하루와 사랑에 빠지면서 재가 개입하는 인물인데, 너무 캐릭터가 세고 거친 것 같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어요. 감독님께서 ‘능소화에서 악역으로 나오는 것이어서, 이 정도까지 가야 전작과 맞물려서 갈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분노, 강한 감정을, 후반부에는 부드러워진 감정에 포커스를 두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까도 얘기했듯이 15부에서 단오에게 위로 받는 신이에요. 현장에서도 슬퍼서 울었던 신인데, 백경이라는 인물은 18년 동안 위로를 받은 적이 없는데 자아를 찾은 상태에서 단오에게 위로를 받잖아요. 단오가 떠나가면서 하는 위로라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많이 샀던 것 같아요.”
– 백경을 연기하면서 참고한 캐릭터가 있나?
“‘사도세자’의 유아인 선배님, ‘상속자들’ 김우빈 선배님 캐릭터가 되게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말 그대로 정말 참고만 한 것 같아요. 누군가를 참고할 수 없는 백경이만의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죠.”
– 김혜윤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혜윤 누나랑 정말 잘 맞았어요. 개그 코드도 잘 맞는 것 같고, 워낙 활발하고 긍정적이라 현장에 있으면 힘도 많이 받고요. 엄청 많이 친해져서 다음 작품 봤으면 좋겠어요. 누나가 현장에서 ‘오빠’라고 부른 것은 리딩 끝나고 만났을 때 ‘검블유’에서 30살 역할을 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생긴 것도 그렇게 생겼다면서 놀렸어요.”
– 로운 씨와는 극중 라이벌 관계였는데, 실제 사이는?
“로운 형은 개그 욕심이 있어요. 하루랑 상반되는 성격이에요.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면 저는 로운 형이라고 생각해요. 로운이 형도 다음 작품에서 만났으면 하는 형이에요. 좋은 형이었고 친구였어요.”
– 메이킹 영상을 보니깐 현장 제작기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현장의 스태프분들이 유독 좋았던 것 같아요. 촬영 장비가 신기해서 보니까 선뜻 ‘해볼래?’ 이런 분들도 계셨고, 장비를 다 만져봤는데 스태프분들을 더 존경하게 된 것 같아요. 연출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기는 해요.”
– 백경에게 무슨 말을 남겨주고 싶나.
“‘능소화에서 있던 설정값, 환경은 너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싶어요. 18살이 감당하기에 힘든 환경이었고, 너무 마음 아픈 캐릭터였죠.”
– ‘검블유’ 팀과 연락 계속하는지? 이다희가 뭐라고 해줬나?
“‘검블유’ 촬영과 ‘어하루’ 촬영이 한 달 정도 겹쳤어요. 두 작품을 하고 있다 보니깐 현장에서 컨디션이 온전히 못됐어요. 그때마다 (이)다희 누나가 위로도 많이 해주고 현장에서 많이 풀어주시기도 하셨어요.
‘검블유’ 팀에서는 (권도은) 작가님이 ‘어하루’를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활발하신 성격인데 ‘진짜 재밌다’고 연락이 많이 오셨어요. 초반에는 매회마다 연락을 해오신 것 같아요.”
– 실제는 연상, 연하, 동갑 중 어떤 이성상을 선호하나?
“저는 구별을 두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이성, 이상형도 딱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에요. 마음이 잘 맞고 긍정적이고, 자기 일을 사랑하고, 그런 여성분이 이상형일 것 같아요.”
– 아들이 잘 돼서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데?
“지금도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고, 정말 좋아하시죠. 그런데 아직까지도 낯설어하세요. 어머니 성격상 자랑하셨을 것 같은데, 어머니 말씀으로는 안 하셨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누나도 워낙 바쁘셔가지고…누나도 TV를 보다가 저를 보면 낯설어하세요.”
– 차기작으로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를 선택했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이장우라는 캐릭터인데, 해천시에서 나고 자란 긍정적이고 밝고 유쾌한 친구예요. 백경이랑은 상반된 매력을 보여드릴 것 같아요. 최근에 대본리딩은 참석을 못하고, 식사자리에 참석했어요. 감독님이 정의하시길 ‘따뜻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배우분들도 다 성격이 정말 좋으셔서 기대 돼요.”
– 하는 작품마다 다 잘돼서 좋기도 하지만 부담도 될 것 같다.
“매 작품마다 부담이 있어요. 캐릭터를 대중분들에게 재미나게 풀어드리고, 좋은 볼거리가 되고 싶고,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롤모델은? 꼭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롤모델은 누구 한 분을 지정할 수가 없더라고요. 현장에서 선배님들을 뵈면 다들 정말 대단하시고 배울 점이 많아요. 저는 나중에 나이가 들고 기회가 된다면, ‘범죄와의 전쟁’ 하정우 선배님 역할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어떤 배우보다도 좋은 배우가 되기 보다도 좋은 사람이 되고싶습니다. 두 달 동안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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