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민지 기자] 유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9년 가요계다. 하반기로 갈수록 벌어진 일들이 하나 둘 정리돼야 했지만, 오히려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과 음원 사재기 의혹 등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덕분에 대중은 롤러코스터처럼 격변하는 감정을 맛봤다.
가수들의 각종 범죄는 충격을 안겼고 연달아 들려온 비보는 안타까움을 더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조작 논란과 음원 사재기 의혹은 대중의 불신을 높였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틈에도 방탄소년단과 슈퍼엠의 글로벌 활약 등 기쁜 소식들은 분명히 있었다. 2019 가요계를 BAD, SAD, GOOD 3가지 감정 코드로 정리해봤다.
# BAD
▣ 마약
올해 초 불거진 클럽 ‘버닝썬’ 사태를 시작으로 연예계 마약 사건은 하반기에도 계속 벌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던 박유천,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 몬스타엑스 전 멤버 원호의 마약 투약 혐의는 큰 충격을 줬다.
박유천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과 3월까지 필로폰 구매 및 투약 혐의에 휩싸였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7월 재판부로부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당시 소속사였던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해지하며 연예계를 은퇴했다.
비아이는 지난 6월 마약 투약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대마초 흡연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또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아이콘에서도 탈퇴했다.
비아이가 대마초 흡연 의혹을 받은 후 팀을 탈퇴했다면 원호는 팀 탈퇴 후 대마초 흡연 의혹에 휩싸였다. 코미디TV ‘얼짱시대’ 출연자 정다은의 폭로로 사생활 논란이 불거져 지난 10월 팀에서 탈퇴했던 그는 이어진 정다은의 추가 폭로로 대마초 흡연 의혹을 받게 됐다.
▣ 성범죄
정준영과 밴드 FT아일랜드 출신 최종훈은 여성을 만취시킨 후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고, 불법 촬영물을 공유 및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예능 프로그램과 음악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던 정준영과 최종훈이기에 그 충격을 더 컸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각각 지난달 29일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년과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두 사람 모두 항소했다.
지난 6일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 의해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다. 과거 김건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 모 씨를 대신해 강용석 변호사가 김건모를 고소했으며, 김건모 측 역시 “사실무근”이라며 맞고소를 예고했다. 이후에도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추가 피해자가 나왔다. 이에 대해 김건모 측은 추가 입장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예정된 전국 투어 콘서트는 취소했다.
▣ 학폭 미투
지난해 성폭행 및 성추행 미투가 연이어 제기됐다면, 올해 가요계엔 학폭(학교 폭력) 미투가 등장했다. 지난 5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통해 잔나비의 전 멤버 유영현의 학폭 논란이 증폭됐다. 유영현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팀에서 탈퇴했다.
이어 같은 달 씨스타 출신 효린이 학폭 가해자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효린 측은 “15년 전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 상황이라 사실 관계 확인 중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효린으로부터 학폭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앞서 게재한 글을 삭제하자 “모욕감과 명예훼손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다시 “양측이 긴 대화 끝에 원만하게 잘 협의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베리굿의 다예 역시 학폭 미투를 겪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다예로부터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 작성자는 초등학교 6학년 당시 다예에게 지속적인 학폭 당했고 다예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행동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예 측은 “허위사실”이라며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 ‘프듀’ 조작
그간 Mnet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결과에 대해 의심을 가지는 이들은 많았으나 구체적인 조작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난 7월 ‘프로듀스’ 4번째 시즌인 ‘프로듀스 X 101’ 역시 파이널 생방송 이후 투표 결과 조작 논란이 불거졌고, 이번엔 각 연습생들의 최종 득표수가 특정 숫자의 배수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연출한 CJ ENM 안준영 PD를 비롯한 제작진, 일부 연습생들의 소속사 등은 검찰 수사를 받았고 안 PD는 결국 ‘프로듀스’ 조작 혐의를 인정했다.
이 여파로 ‘프로듀스 48’과 ‘프로듀스 X 101’이 만든 그룹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잠정 활동 중단에 들어갔다. 아이즈원은 예정됐던 컴백을 취소하고 미리 녹화했던 방송 프로그램들에서도 편집됐다. 엑스원 역시 미리 잡혀있던 스케줄을 취소하고 ‘프로듀스’로 탄생한 그룹들이 매년 참석해 신인상을 수상했던 ‘MAMA’에도 이례적으로 불참했다. 두 그룹의 향후 행보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 음원 사재기 의혹
음원 사재기 의혹 역시 의심스러운 정황만 있었을 뿐 공론화되진 않았던 상황이다. 이 가운데 블락비의 박경이 자신의 SNS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을 적어 음원 사재기 의혹에 불을 지폈다.
박경이 실명을 언급한 가수들은 각각 음원 사재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며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바이브 측은 공식입장을 통해 조사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기관에 협조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 기회에 음원 사재기가 뿌리 뽑히길 바란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측 역시 음원 사재기에 대한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파장이 커져가는 음원 사재기가 제대로 파헤쳐질 수 있을지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SAD
▣ 갑작스러운 비보
올해에도 운명을 달리한 연예인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특히 가요계에선 故 설리와 故 구하라의 비보가 연이어 들려와 많은 이를 슬픔에 빠뜨렸다.
설리는 지난 10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밝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였기에 그의 비보는 더욱 갑작스러웠고, 소식을 접한 이들은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어 지난 11월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 가요계는 다시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앞서 구하라는 설리의 비보에 “네 몫까지 열심히 살게”라며 슬픔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물론, 전 남자친구인 최종범과 폭력 및 협박 혐의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던 상황이라 안타까움은 더 컸다.
▣ 아이돌 활동 중단 및 탈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잠정 활동 중단과 팀 탈퇴 역시 잦은 한 해였다. 올해만 12명이 넘는 아이돌들이 활동 중단 및 팀 탈퇴를 했다. 다이아의 제니, 베리굿의 다예, 위키미키의 최유정, 트와이스의 미나, 아스트로의 문빈 등이 건강 상의 문제로 팀 활동을 잠정 중단했으며 최근 세븐틴의 에스쿱스, 정한과 우주소녀의 엑시와 다원, 강다니엘도 잠정 활동 중단을 알렸다.
AOA의 민아, 온앤오프의 라운, 더보이즈의 활, 스트레이 키즈의 우진, 모모랜드의 연우와 태하, 체리블렛의 린린, 코코로, 미래 등은 팀에서 나갔다. 유독 혼란스러웠던 가요계 분위기 속에서 유난히 자주 들려온 아이돌들의 활동 중단 및 탈퇴 소식은 팬들에겐 큰 아쉬움을 자아냈다.
아울러 공황장애와 극심한 스트레스를 활동 중단 및 탈퇴의 이유로 든 경우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현아처럼 직접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힌 이들도 있다. 이에 연예인들의 정신 건강을 제대로 관리해줄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 GOOD
▣ 방탄소년단, 슈퍼엠의 글로벌 활약
좋지 않은 소식이 많았던 2019 가요계지만,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일이 하나도 없던 것은 아니다. 방탄소년단과 슈퍼엠이 전 세계를 무대로 펼친 활약은 음악팬들에게 흐뭇함을 안겼다.
글로벌 인기를 자랑하는 방탄소년단은 올해도 눈에 띄게 좋은 성과를 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월 열린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 한국 가수 최초로 시상자로서 자리했다. 이어 지난 5월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참석해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3년 연속 수상했고 올해 처음 노미네이트 된 ‘톱 듀오/그룹’ 부문에서도 상을 받았다. 지난 11월엔 ‘2019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팝/록 장르 페이보릿 듀오 오어 그룹’과 ‘투어 오브 더 이어’,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며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방탄소년단은 월드 투어를 통해서도 막강한 파워를 보여줬다. 지난 10월 해외 가수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독 스타디움 콘서트를 성료한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이어가 누적 관객 100만 명의 스타디움 투어를 마쳤다.
SM엔터테인먼트의 프로젝트 그룹 슈퍼엠 역시 글로벌 활약을 펼쳤다. 엄청난 인기를 자랑하는 샤이니, 엑소, NCT의 멤버들이 모인 그룹인 만큼, 데뷔 쇼케이스를 할리우드에서 여는 등 남다른 행보를 펼친 슈퍼엠에 대한 음악팬들의 기대가 높았던 상황. 슈퍼엠은 지난 10월 13일(현지시간) 데뷔 앨범으로 ‘빌보드 200’ 앨범 차트 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그 기대에 부응했다.
뿐만 아니라 빌보드 ‘아티스트 100’에서도 1위를 차지했고 ‘톱 앨범 세일즈’, ‘디지털 앨범’, ‘월드 앨범’, ‘톱 커런트 앨범’, ‘인터넷 앨범’,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 트로트의 부흥
그간 마이너 장르로 취급되던 트로트가 올해엔 많은 이가 찾아서 듣는 장르로 거듭났다. 가장 큰 기여를 한 가수는 바로 송가인과 유산슬(유재석)이다.
송가인은 TV조선 ‘미스트롯’에 출연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송가인 신드롬’을 만들었다. 지난 11월 송가인이 데뷔 8년 만에 처음 개최한 단독 콘서트 ‘어게인’은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암표가 쏟아지는 상황도 벌어졌다. 송가인의 단독 콘서트 ‘어게인’의 실황을 담은 방송이 MBC 특집으로 편성되기도 했으며 내년 MBC 설 특집 프로그램으로 ‘송가인의 두 번째 리사이틀’이 방송될 예정이다.
송가인이 트로트 열풍을 이끌었다면, 유산슬은 이를 뒤에서 밀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재석은 MBC ‘놀면 뭐하니?-뽕포유’를 통해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했다.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와 ‘사랑의 재개발’은 성인가요 음원차트 1, 2위(11월 17일 오후 1시 멜론차트 기준)까지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국민 MC로 불리는 유재석이 유산슬이라는 이름으로 트로트 음반을 내며 트로트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김민지 기자 kimyous16@tvreport.co.kr / 사진=TV리포트 DB, Mnet, 포켓돌스튜디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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