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하균신(神)’이라 불릴 정도로 신하균 이름 석자는 곧 ‘연기’로 기억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좋아 막연히 시작한 연기가 그에겐 유일한 탈출구이자 설렘을 주는 일이다.
신하균은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육상효 감독)에서 지체장애인 세하를 연기했다. 얼굴 근육 외에 모든 동작이 제한된 가운데 분노, 슬픔, 체념, 웃음의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이가 충무로에 신하균 말고 몇이나 될까. 표정, 호흡, 대사 하나까지 계산하며 연기에 임한 신하균은 신체적 제약 속에서도 진한 감동을 안긴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어려울 게 없는 연기죠. 그저 가만히 있으면 되니까. 하지만 막상 해보니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계속 머릿속으로 움직이진 않았나 생각해야 하는 와중에 대사 톤, 속도, 감정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힘든 캐릭터임에도 선뜻 마음이 움직였던 건 장애를 바라보는 따뜻하고 색다른 시각 때문이었다. “장애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누구나 부족한 점은 있잖아요. 그럼에도 서로 채우면서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좋았어요. 대사에도 나오지만 일반인과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인과 장애인이잖아요. 같이 고민하고 더불어 살자는 얘길 하고 싶었어요.”
‘나의 특별한 형제’는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 휴먼코미디다. 별명이 ‘강력 접착제’였을 정도로 매일 붙어 지낸 최승규 씨와 박종렬 씨의 사연에서 출발한 영화다.
“실제 주인공 분께서 영화를 굉장히 재밌게 보셨어요. 실제로도 사회복지사로 활동 중이신데, 자립 필요성에 대한 지점, 봉사점수 설정도 재밌게 보셨다고 해요. 라면 에피소드도 실제 에피소드에서 가져왔거든요. 실존인물을 많이 생각해 봤어요. 몸에 불편함이 있으면 어떨까. 세하가 굉장히 공격적이잖아요.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게, 몸은 못 움직이니 입으로라도 세게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언변이 좋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나의 특별한 형제’는 세하와 동구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핏줄보다 진한 관계가 돼 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애틋하게 그려냈다. 실제 신하균에게도 이런 존재가 있을까.
“이런 상대가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죠. 세하와 동구 사이처럼 소울메이트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관계는 없는 것 같아요. 제 성격 자체도 적극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이거든요. 제가 먼저 약속을 잡거나 한 적도 거의 없고, 누가 나오라고 해야 나가는 편이에요.(웃음) 부족한 점이 정말 많고 불안정한데, 작품을 통해 위안받는 편이에요. 관객분들이 제가 출연한 작품을 재밌게 보셨다는 얘길 들을 때 가장 행복해요.”
신하균은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행위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고 했다. 전날 영화 시간표를 보고, 줄 서서 티켓을 사던 단관 개봉 시절을 떠올리며 “영화가 나를 벅차고 설레게 만들었다”고 했다.
“전 모든 영화를 다 재밌게 보는 편이에요. 멀티플렉스가 없던 단관 개봉 시절, 종로에서 주로 영화를 봤거든요. 전날 영화 시간표를 보고, 종로로 향하는 지하철, 매표소 앞에서 줄 서서 티켓을 사고, 영화를 보는 두 시간 과정 자체가 정말 좋았어요. 다른 세상이 열린 기분이랄까. 제가 느낀 그 기분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신하균은 요즘도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고 했다. “출퇴근 시간에 차가 엄청 막히잖아요. 지하철이 진짜 편해요. 물론 제가 출퇴근하는 직업은 아니지만.(웃음) 술을 좋아하니까 차를 잘 안 갖고 다니는 편이기도 하고요. 지하철에서 가끔 알아보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요샌 거의 휴대전화를 보고 계셔서.(웃음)”
‘나의 특별한 형제’를 보고 나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감정이 뭉클 샘솟는다. 그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냐 물었더니 “피해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더 커요”라고 답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큰 노력을 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피해 주기 싫은 건 있어요. 제가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촬영 현장이잖아요. 그곳에서 제 몫을 잘하고, 열심히 하고, 성실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것 아닐까 싶어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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