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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배우 톰 홀랜드가 마블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최근 마블의 성적이 좋지 않다”라는 말이 언젠가부터 익숙했고, 또 식상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이후 이런 류의 문장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많이 썼던 것 같다. 그만큼 최근 마블 영화는 오락 영화로서 재미가 부족했고, 실제 스코어도 좋지 못했다.
올여름 개봉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마블의 길었던 부진에 종지부를 찍었다. 드디어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으로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오늘 700만 고지를 넘었고, 해외에서는 ‘아바타’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기록을 소환하며 역대급 속도로 흥행 질주 중이다. 이 정도까지 흥행을 예상할 수는 없었지만, 시사회에서 본 이 작품은 어떤 확신을 갖게 했다. 최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영화들과는 분명 다르다는 거였다.
이번 작품은 영웅 하나에 온전히 집중하며 드라마를 강화했다. 모처럼 MCU 단일 영웅 작품에서 인물의 딜레마와 고민이 밀도 있게 담은 작품이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진 피터 파커(톰 홀랜드 분)의 변화가 중심에 있다. 세상을 구하는 데에만 몰두하는 그는 고독감 속에 점점 피폐해져 간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시리즈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실천하는 영웅의 삶은 행복한 일상을 사는 친구들과 대비되며 안쓰럽게 그려진다.
또한, 유전적 변이라는 설정은 피터를 새로운 단계로 이끌며 서사와 액션 모두를 풍성하게 했다. 소년미를 발산하던 피터가 내외면적으로 성숙한 존재가 되는 과정은 연민과 공감을 끌어낸다. 인물에 이입할 요소가 많았던 덕분에 액션의 쾌감도 배가될 수 있었다. 최근 마블의 작품에서도 화려한 액션을 볼 수 있었지만, 영웅 자체의 서사가 비어 있던 탓에 감흥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번 작품은 캐릭터 성장의 서사와 액션의 업그레이드가 맞물려 있었고, 액션에도 캐릭터의 감정이 묻어 있어 타격감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완결성에 있다. 최근 마블 영화는 한 편으로는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왔다. 주인공의 서사보다는 MCU 내에 있는 영화와 드라마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 왔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후 관객은 더 강한 무언가를 기대했지만, 최근 MCU 작품들은 진짜 재미와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확인하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허무함과 짜증을 유발했다. 이는 스스로 진입장벽을 만드는 요소로 작동해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과거 ‘어벤져스’의 주축이었던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는 개별 영화의 서사 완성도도 뛰어났다. 이들의 초기 3부작에서는 각각 영웅의 탄생, 성장, 성숙의 과정이 담겼고, 각각의 영화는 시작과 끝이 명확히 있었다. 더 거대한 악당의 존재가 예고되기는 했지만, 개별 영화만으로도 관객을 만족시킬 힘이 충분히 있었다. 이 시기엔 영화들을 모아 세계관을 구축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고, 관객 역시 이에 크게 거부감이 없었다. 재밌는 작품이 더 재밌는 작품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즐겼다.
MCU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으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에 이 세계관은 한 편의 영화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 있었다. 이후 신작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나왔던 영화와 드라마의 시청이 필수였다. 마블은 여기서 덜어내는 선택 대신, 더 확장하려는 악수를 두고 만다. 낯선 영웅들의 매력을 어필하기도 바쁜데 영화 내에서 설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고, 이는 부실한 완성도로 이어졌다. 여기에 정치적 올바름 등의 메시지를 억지로 부각하려는 시도는 마블의 추락을 가속화했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마블의 최근 이런 행보를 따르지 않았다. 앞선 영화들이 영화가 아닌 거대한 예고편, MCU의 일부를 전시한 푸티지처럼 보였다면, 이번 영화는 영웅의 고민과 성찰이 제대로 담긴 ‘시네마’였다. 이제라도 정신을 차린 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왜 진작 이러지 못해서 팬들의 원망을 샀는지 안타깝기도 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판권 구조는 매우 복잡한데, 마블이 완전히 소유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런 특수한 구조가 최근 마블 영화의 폐단으로부터 ‘스파이더맨’을 지킨 게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도 갖게 한다.
올해 말, 마블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복귀하는 ‘어벤져스: 둠스데이’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뜯어보면 불안 요소가 훨씬 많다. 앞서 부실했던 개별 영화들의 시너지를 마냥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MCU의 복잡한 세계관을 정리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는 게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랑하던 마블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기만 해도 성공적일 것 같다. 이런 불안감을 깨고 ‘어벤져스: 둠스데이’는 마블의 정상화와 함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까.
일단,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MCU의 부활을 제대로 알리며 바통을 넘겼다. 기회를 살리는 건 마블의 몫이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소니픽처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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