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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방대한 시간을 기록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 작품이 관객을 찾아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시간을 필름에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비포 선라이즈'(1996)를 시작으로 ‘비포 선셋'(2004), ‘비포 미드나잇'(2013)까지 같은 인물을 주기적으로 카메라에 담으며 시간의 흐름을 목격하게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보이후드’는 6살 주인공이 18살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차곡차곡 촬영해 시간과 삶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대부분의 영화는 긴 시간을 압축해 서사를 구성한다. 모든 걸 다 보여줄 수 없기에 생략이 필수이며, 필요한 경우엔 아역 배우나 특수 효과 등의 힘을 빌려 다른 시간대를 표현하고는 한다. 그런데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배우들 곁에서 틈틈이 그들의 변화를 필름에 옮겨왔고, 진짜 시간만이 전할 수 있는 진실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도 방대한 시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조현병 증상으로 고통받는 누나와 그를 돌봤던 가족의 20여 년을 따라가며 질문을 던진다. 정신적으로 불안해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때로는 폭력성을 드러내는 구성원을 품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 이 영화는 한 가족이 조현병에 맞섰던 고통스러운 과정을 옮기며 관객에게 고민을 공유한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작업이 극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더 생생하고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다.

사실, 20년짜리 촬영을 기획하는 건 드문 일이다.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도 최초엔 영화를 위해 카메라를 든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의학적 도움을 기대하며 누나의 조현병 증상을 기록해 나간 것이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출발점이었다. 즉, 누나를 향한 애정과 진심이 있었기에 시작될 수 있었고, 고통과 혼란 속에서도 기록을 지속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이 다큐멘터리로서 돋보이는 건 카메라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에 있다. 후지노 토모아키는 다큐멘터리의 감독이자 관찰하는 가족의 일원이었기에 누구보다 가까이서 대상의 진짜 삶과 조현병의 영향을 생생히 담아낼 수 있었다.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이식했다는 점도 돋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최초엔 영화로 기획된 영상이 아니었기에 카메라의 구도가 애매하고, 잡음이 많이 들어가 있는 등 촬영에서 투박함이 자주 보인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실제 일상을 촬영했다는 걸 뜻하고, 그래서 관객은 리얼한 순간을 만날 수 있다. 인터뷰 역시 식사 자리의 대화처럼 자연스럽다.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가족이었기에 형식적이고 작위적인 요소를 덜어내고 인물들 내면의 목소리를 끌어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누나의 갑작스럽고 기이한 행동도 가감 없이 담았다. 이는 가장 큰 충격을 줬고, 동시에 조현병 증상을 바로 곁에서 체험하게 하며 가족의 상황에 이입하게 했다.
다큐멘터리의 화자는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감독의 주관적인 태도를 다수 볼 수 있는 영화다. 이런 요소는 작품의 출발점이 다큐멘터리가 아니었기에 더 뚜렷이 보였을 수도 있다. 카메라를 들었던 후지노 토모아키는 누나를 향한 애정이 있었고, 그래서 단순한 기록자에만 머물 수 없었다. 중간중간 부모에게 누나를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고, 때로는 그들을 향한 불만과 원망이 느껴지는 장면도 있다. 실제로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은 이 작품이 조현병 대응의 실패 사례라며, 의료 기관에 더 일찍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고 ‘어떻게 해야 했을까?’가 부모를 비판하는 성격을 가진 작품은 아니다.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은 인터뷰에서 부모님 역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부모도 딸의 행복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이를 인지한 감독의 부모를 향한 애잔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을 종종 만날 수 있다. 졸업 후 집을 떠나야 했던 후지노 토모아키와 달리 그의 부모는 끝까지 딸을 곁에서 품고 돌봤다.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지만, 딸을 위해 자신들의 인생을 걸고 방법을 찾으며 부모로서 최선을 다했다. 아들로서 그 과정 역시 목격했기에 후지노 토모아키는 부모를 비판할 수 없었고, 때문에 딜레마에 빠져야 했다.
이런 주관적인 요소는 다큐멘터리의 원칙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했을까?’에서 후지노 토모아키의 독특한 위치는 가족의 서사를 가장 리얼하게 옮기면서도, 카메라가 그들의 진심까지 닿는 동력이 될 수 있었다. 객관성과 주관성이 절묘하게 얽혀 이 영화만의 독특한 힘을 끌어낼 수 있었다. 1980년대 정신병원의 불안한 환경과 정신병을 향한 편견 속에 감독의 가족은 스스로 길을 찾으려 했다. 감독이 실패라고 인정한 기록에서 관객은 제목처럼 질문을 던지고, 과거와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조현병뿐만 아니라 유사한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함께 해답을 찾을 용기를 주는 작품도 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필름 속 인물들은 점차 활기를 잃어간다. 영화는 20여 년의 시간을 꽤 촘촘히 전개하는데, 관객은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의 부모가 급격히 노쇠해 가는 걸 볼 수 있다. 그들이 딸의 조현병을 함께 견디며,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는 걸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이 역시 실제 기록된 영상으로 시간의 경과를 봤기에 선명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이처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가족의 고뇌와 고통, 그리고 행복을 바랐던 마음을 밀도 있게 담아내며 관객의 마음을 크게 흔든다. 영화는 감독의 누나가 길가에 서서 떠나는 그를 응시하는 걸 카메라에 담으며 막을 내린다. 조현병과 싸우며 고독했을 누나의 삶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고, 서로를 향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진한 여운을 맛봐야 했다.

후지노 토모아키는 조현병 이전의 누나가 그리웠고, 언젠가 누나를 되찾을 수 있을 거란 바람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가족의 붕괴를 목격하면서도 카메라를 끌 수 없었던 그의 아픔은 상상하기 어렵고, 그럼에도 묵묵히 촬영을 이어갔다는 데에선 경외감을 갖게 한다. 후지노 토모아키가 방대한 시간과 진심으로 쌓아 올린 기록 앞에 압도당했고, 그만큼 마음이 아렸던 작품이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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