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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짧은 순간으로는 부족한,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자꾸만 시선을 붙잡는 배우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 <돋보기:인터뷰>.
배우는 허구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존재하지 않는 삶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아 있는 사람처럼 스크린 밖까지 삶의 박동을 끌어낼 때 비로소 관객은 그 연기를 믿게 된다. 김균하는 오랜 시간 그런 연기를 해왔다. 긴 분량이 아니어도, 화려한 수식어가 없어도 그의 캐릭터는 늘 살아 있었다.
1999년 아역 배우로 데뷔한 김균하는 독립영화와 단편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히 연기를 이어왔다. 그렇게 켜켜이 쌓인 시간이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을 만나 더 많은 시청자에게 닿았다.
김균하는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TV리포트 사옥에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참교육’ 6화에서 작업반장 김수겸 역을 맡아 선량함과 광기, 죄책감과 연민이 뒤섞인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작품이 공개된 뒤 쏟아진 반응에 대한 소감을 묻자 김균하는 “길어야 3개월이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담담한 농담이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긴 시간이 있었다.
그는 “99년도에 연기를 시작했다. 모든 배우가 그렇듯 스타를 꿈꾸기도 했고 시상식 소감도 혼자 써보곤 했다”고 말했다.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순간이었다. 김균하 역시 그런 시간을 지나왔다. 지난 2022년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 백도현을 연기했을 당시에도 그는 한 차례 주목 받았다. 그때만 해도 이제 자신의 시간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부푼 마음도 있었다고.
김균하는 “고생이 끝나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계획대로 되는 건 없더라. 좋은 작품은 계속 나오고, 좋은 배우들도 계속 나온다. 그렇게 20대를 지나면서 그런 기대는 많이 내려놓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남은 것은 연기였다. 화제성은 사라지지만 본질은 남는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김균하는 억지로 힘을 주기보다 존재하는 것에 더 집중했다. 그는 “작품과 캐릭터를 좋아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또 새로운 좋은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균하는 “정말 많은 분이 수겸이를 안아주셨다. 그동안 거의 악역을 연기해 왔다. 그래서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사랑받는 것에 늘 조심스러웠다”고 고백했다.
또 “수겸 역시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다. 그래서 사랑받으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많은 분이 인간을 단면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사람 자체로 이해해 주셨다. 내가 아니라 수겸이가 대신 감사 인사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처음 김균하가 바라본 김수겸은 ‘나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김수겸으로 존재했을 때, 김수겸은 더 이상 단순한 악인으로 남지 않았다.
김균하는 “사람은 어떤 사건 속에서 만나면 선인이나 악인일 수 있지만, 인간 자체를 놓고 보면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김균하는 짧은 등장 안에서도 수겸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그는 “특히 민지웅(장요훈)과 만나는 순간마다 수겸이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생각한 6화의 의미였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김균하는 자신의 연기를 혼자 만든 결과라고 말하지 않았다. “‘소년심판’ 때도 느꼈지만 현장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현장 밖에서 훨씬 더 많이 준비해야 한다. 배우들과 계속 만나 연습했고, 공개된 뒤에도 작품을 수천 번 다시 봤다. 조명과 촬영, 의상, 분장까지 하나씩 다시 보면서 정말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완성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운이 참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진한 여운을 남긴 콜라 장면 속 마지만 대사는 대본에 없던 애드리브였다.
김균하는 처음부터 그 대사를 할 생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리허설에서도 여러 차례 고민했고, 끝내 감정을 덜어내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홍종찬 감독은 컷을 외치지 않았고, 김무열은 끝까지 그의 연기를 끌어냈다.
그는 “김무열 선배님이 계속 확신을 갖고 해보라고 기다려주셨다. 편집본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계속 ‘들어와라’는 눈빛을 보내주셨다. 그 덕분에 무엇이든 해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근데 이거 진짜 먹어도 돼요?”
끝까지 참으려 했던 감정은 결국 한마디가 되어 흘러나왔다. 그 짧은 침묵 끝에 남은 것은 배우 김균하가 아니라 김수겸이었다.
김균하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수겸은 어른에게 기대고 싶었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서 그는 연기를 ‘리액션’이라고 표현했다. 사람은 살아가며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반응한다. 배우 역시 상대 배우의 반응 속에서 인물을 완성해 간다. 그리고 김무열은 끝까지 그 반응을 끌어낸 배우였다.
“내가 선배가 된다면 김무열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미소 지은 김균하는 “상대 배우에게서 더 좋은 연기를 끌어낼 수 있는 배우, 그런 것이 ‘위대한 연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중 누구도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다’, 김균하가 전한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말이다.
이 말은 김균하의 연기 인생과 닿아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의 재능을 믿었던 그는 이제 사람을 믿는다. 그 사람, 그 순간, 그 찰나가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인터뷰 내내 김균하는 “운이 좋았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좋은 배우와 스태프, 좋은 순간들을 만났기에 지금의 김수겸이 완성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운은 우연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기하기 위해 수없이 반복한 연습과 작품이 공개된 뒤에도 자신의 연기를 되짚어본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돋보기:인터뷰>로 이어집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강지호 기자, 넷플릭스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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