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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활어처럼, 인생은 마라톤처럼, ‘참교육’ 장요훈 [돋보기: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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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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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짧은 순간으로는 부족한,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자꾸만 시선을 붙잡는 배우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 <돋보기:인터뷰>.

활어처럼 튀어 오른다, 연기도 사람도. 어디로 튈지 예상할 수 없고, 살아 있는 힘으로 쉼 없이 움직인다. 날 것의 맛으로 극을 채우는 배우 장요훈은 예측 불가한 것이 매력인 인생을 누구보다 신나게 사는 사람이었다. 

장요훈은 갑자기 나타난 배우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름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래전부터 눈여겨보던 얼굴이다. 그는 연극과 독립영화, 단편영화에서 자신만의 연기를 만들어왔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은 차곡차곡 쌓인 장요훈의 시간이 더 많은 사람에게 닿는 기회가 됐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TV리포트 사옥에서 장요훈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참교육’에서 장요훈은 촉법소년 민지웅 역으로 6화의 중심을 이끌었다. 약자를 괴롭히는 데 거리낌없는 잔혹함과 극한의 공포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처절함까지. 상반된 모습을 오가는 민지웅의 얼굴을 장요훈은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1993년생으로, 올해 33세인 장요훈은 ‘참교육’에서 만 13세 촉법소년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공개 후 “30대가 중학생을 연기했다” 등 나이에 관한 반응 역시 뜨거웠던 바, 이날 그는 “예상했던 부분이라 상처는 전혀 받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었다”며 “어머니는 댓글을 보지 말라고 하시더라”고 웃어 보였다.

‘참교육’은 가장 첨예한 사회적 화두 중 하나인 교육 현장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공개 이후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지만, 그만큼 오늘날 교육 현장의 현실과 사회적 시선에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장요훈에게도 ‘참교육’은 하나의 질문이었다. 그는 “교육 현장에 얽힌 것들이 더 고도화됐다는 것을 느꼈다”며 “내가 학교에 다니던 당시보다 더 복잡해진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영상도 찾아보고 뉴스도 찾아보며 더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민지웅 캐릭터 역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촉법소년’에 얽힌 에피소드를 풀어낸 작품이다. 장요훈은 “작품을 보면 민지웅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가해자에게 서사를 주지 않는 구조가 오히려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명이 되는 장면이 없었다. 내가 봐 온 나쁜 사람들의 모습, 내 안에 있는 닿아있는 지점 등을 가져와서 좀 더 역할놀이 하듯이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김무열을 향한 감사도 함께했다. 장요훈은 “임현묵, 윤태식, 최현준, 촉법소년으로 나오는 4명이 같이 연습실도 빌리고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찍으면 긴장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그때 무열 선배님이 준비한 거 하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정말 멋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일단 하고 안 되면 말고’가 내 가치관이기도 하다. 준비한 것들 같이 보여드리고, ‘일단 긴장하고 쫄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린 장요훈은 “무열 선배님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에게도 그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춤추듯이 연기하는 배우, 노를 젓기 전에 방향을 찾는 배우

움직임으로 사람을 표현할 수 있을까. 어쩌면 배우보다 무용수를 떠올리게 하는 발상이지만, 장요훈의 연기 방식은 감정보다 행동에서 출발했다.

그는 “인물에 접근할 때 행동적인 부분을 더 많이 찾는 편”이라며 “호흡이나 버릇, 몸의 움직임 같은 걸 먼저 만든다. 민지웅 같은 경우 상태가 붕 떠 있고, 어디로 갈지 모르겠는 공의 이미지를 상상했다”고 말했다.

비언어적인 표현도 그의 연기 방식 중 하나였다. 그는 “민지웅이 코를 만지는 버릇도 여러 개를 만들어보다가 선택한 것”이라며 “그 시기의 활기왕성한 모습이나 특징이 은근히 드러날 수 있는 게 무엇일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한계도 분명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장요훈은 “일상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을 표현하는 건 아직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진지하고 감정적인 부분을 연기할 때 긴장이 계속되더라”며 “이 부분이 발전하고 싶은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장요훈은 인터뷰 내내 자신의 미래를 거창하게 말하지 않았다. 스타가 되고 싶다는 말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방향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물이 들어올 때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노를 잡으면 방향을 잃는다.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진선규 선배님 인터뷰에서 인상 깊게 읽었다. 물론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참교육’ 이후 과거 장요훈이 입시 연기를 가르쳤던 제자가 남긴 글 역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제자가 연극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더라”며 “그걸 보면서 ‘그 기분 잊지 마’라고 했는데, 그게 결국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처음 연기를 좋아했던 이유는 인기 때문이 아니었다”며 “‘잠깐의 반응’보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마음을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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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럽지 않은 쓸모…장요훈의 연기 철학

색이 선명한 장요훈의 연기는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렵다. 아이스크림으로 치면 ‘슈팅스타’ 같고, 장르로 치면 SF 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담백하다.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참교육’ 전부터 그는 자신의 색을 마음껏 펼쳐왔다. 영화 ‘스포일리아’, ‘블랙홀을 여행하는 메탈밴드를 위한 안내서’, ‘시지프스의 공전주기’, 연극 ‘싱크홀은 사실 콧구멍이야’, ‘오월의 하루’, ‘ZOOM IN: 체홉’ 등 그의 무대는 계속 이어졌다.

결국 장요훈의 본질은 의미와 닿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는 배우였다. “시대에 필요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한 장요훈은 “원래는 몸이 왜소하고 하다 보니까 피해자 역을 맡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참교육’은 반대의 캐릭터였지만, 전에 했던 작품들처럼 메시지가 좋을 것이라는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끝난 이후에도 작품에 관해 계속 이야기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가 좋다. 그리고 그런 작품이라면 내가 어떤 식으로 쓰이건 좋다. 당연히 연기를 엄청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칭찬받고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작품을 통해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진심을 고백했다.

장요훈은 연극 무대와 독립 영화 현장을 향한 사랑도 전했다. 그는 “동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기도 하고,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 내가 기부를 하거나 엄청난 일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나 한 명 살아 있어서 세상에 안 좋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선한 영향력까지는 아니어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아니고 싶다. 쓸모 있는 존재, ‘좋은 쓸모’를 가진 존재이고 싶다”고 전했다.

‘소위 유명 배우란 좋은 배우라기보다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 안타깝지만 대체로 좋은 배우는 유명 배우보다 가난합니다. 하지만 좋은 배우가 되면 부끄러울 일이 없습니다’, 장요훈이 전한 연출가 故이상우의 책 ‘야생연극’ 속 글이다.

이 말은 앞서 언급한 장요훈의 방향성에도 큰 힘이 됐다. 그는 “방향성 잃지 말고 그냥 하던 대로 하자는 마음이다. 하던 대로 내 페이스대로. 마라톤 선수가 육상 선수를 이길 수 없고, 단거리 선수가 육상 선수를 이길 수 없지 않나. 나는 마라톤 선수라고 생각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난쟁이 어릿광대’에 실린 ‘만년에 성공한 예술가가 가장 행복하다’는 말처럼 나는 죽기 전에만 딱 잘 되면 좋겠다”고 능청스러운 말 속에 무거운 진심을 담아 말했다.

“사실 지금도 성공했다”며 웃어 보인 장요훈은 “매체를 통해 내 연기를 재미있게 본 분들이 내가 독립 영화를 하고, 연극을 할 때 보러 와주시면 좋겠다. 26일에 수원미디어 센터에서 GV를 한다. 무료이니 꼭 와 달라”고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활어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날 것의 맛대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튄다. 그 움직임 자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이날 만난 배우 장요훈도 그랬다.

장요훈은 한없이 가벼운 것 같다가도, 한없이 무거웠다. 어쩌면 중력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그 태도가 지금의 장요훈을 가장 장요훈답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명한 배우보다 부끄럽지 않은 배우를, 빠른 성공보다 오래 달리는 배우를 꿈꾸는 장요훈은 자신의 속도로 다시 관객을, 대중을 찾아올 예정이다.

돋보기 TMI.

인터뷰 당일 입은 바지는 동묘에서 천 원에 산 것,

힙합 비트를 틀어 놓고 대사 연습을 하는 편,

좋아하는 라면은 진라면 순한맛.

강지호 기자 / 사진= 강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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