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매진임박”
홈쇼핑 채널에서 구매의사가 없던 시청자마저도 긴장하게 만드는 슬로건이다. 보는 순간 상품이 더 좋아보이고, 경쟁심을 부추기는 효과를 지닌다. 물론 상품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하지만, 유통과정에서 상품의 가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아이돌과 매진의 조합은 익숙하다. 아이돌은 앨범도 팔고, 콘서트 티켓도 판다. 어디 그뿐인가, 티셔츠, 가방, 수건을 넘어 잡화영역 전반에 걸쳐 상품을 생산한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정해진 수량을 다 팔았다면, 그게 바로 매진이다.
그런 아이돌이 아예 쇼핑채널에 등장했다. 전방위적인 판매 마케팅이 되겠다. 아이돌 중 처음으로 슈퍼주니어가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해 11월 정규 8집 20만장 판매 공약을 내건 슈퍼주니어는 CJ오쇼핑과 손잡고 패딩점퍼 판매자로 나섰다. 애드리브와 라이브 공연에 익숙한 멤버들은 천역덕스러웠다. 21억 원의 매출, 완판을 기록했다.
재미를 봤던 CJ오쇼핑 측은 오는 12일, 슈퍼주니어와 함께 마스크 팩을 판매한다. 이번에도 쇼핑브랜드 ‘슈퍼마켓’으로 적극 나선다. 8집 리패키지 앨범 발매 프로모션 일환이다. ‘CJ오쇼핑 단독 슈퍼주니어 특별 패키지 상품’ 구성까지 챙기며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그룹 오마이걸은 첫 유닛 오마이걸 반하나를 롯데홈쇼핑에서 홍보했다. 지난 3일 새벽 방송으로 오마이걸은 유닛 앨범과 맨투맨 티셔츠를 한정판으로 묶어 판매했다. 이번에도 결과는 완판. 멤버들이 직접 옷을 입고, 새 앨범을 소개했다. 신곡 무대까지 꾸몄으니, 팬들에게도 볼거리가 충분했겠지.
슈퍼주니어와 오마이걸이 컴백을 알리고 앨범을 판매했다면, 아이콘은 자회사 제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앞선 두 팀과 마케팅 노선 자체가 달랐다. 지난 3월 29일 방송된 롯데홈쇼핑에서 아이콘은 YG엔터테인먼트 계열 YG푸드에서 내놓은 제육, 소 불고기 제품을 광고했다. 자체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연관됐다고 하지만, 관련성을 모르는 대다수는 그저 고기 파는 아이돌이었을 뿐.
이런 시도를 마냥 좋게만 보지 않는 시각도 존재한다. 아이돌을 무대가 아닌, 홈쇼핑으로 내몰았다는 지적이다. 신비로운 이미지로 기품있는 자태를 보여야 하는 ‘내 아이돌’이 홈쇼핑에서 매진을 유도하다니. 마치 생계에 떠밀리듯 판매자가 된 상황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을 테지.
하지만 이번 소비형태를 통해 아이돌은 정체성을 직접 알린 셈이다. 아이돌은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이 분업화로 만들어 내고 있는 상품이다. 일각에서는 아이돌을 상품으로 보는 시선 자체를 부정한다. 아이돌에게도 넉넉한 시간과 여유를 허락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하지만 성공을 좇는 아이돌에게는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 사생활을 운운하며 시간을 쓰기엔 기회도 부족하다.
홈쇼핑 채널 출연은 단순 아이돌 홍보 전략만이 아니다. 먹고 살기 힘든 구조에 맞서 아이돌이 택한 수단이다. 곳곳에서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다고 해도, 아이돌은 이미 포화상태다. 어쩔 수 없다. 뭐든 찾아 나서야 한다.
매진기록 달성을 위해 오늘도 아이돌 시장은 분주하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각 홈쇼핑 채널 프로그램 캡처(슈퍼주니어, 오마이걸,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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