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홍상수 감독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18일(현지시각)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폐막식이 열렸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초청된 ‘밤의 해변에서 혼자’ 김민희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았다. 한국배우가 이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김민희가 최초다.
김민희는 시상식에서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정말 자랑스럽다. 내가 오늘 받는 이 기쁨은 홍상수 감독님 덕분이다. 존경하고 사랑한다”라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모습을 연기했다. 가짜, 환상이 아닌 진실된 사랑을 원하는 모습이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홍상수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이 자리는 김민희를 위한 자리”라며 답변을 피했다. 대신, 흐뭇한 표정으로 김민희를 바라보고 트로피를 들어주는 다정한 모습으로 곁을 지켰다.
배우로서 화양연화의 순간이었다. 데뷔 초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던 패셔니 스타가, 세계 3대영화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순간은 그 자체로 영화 같았다. 김민희는 ‘씨받이’ 강수연(베니스영화제), ‘밀양’ 전도연(칸영화제)를 이어 세계 영화인을 홀린 여배우로 발돋움하게 됐다.
1990년대 중반 잡지 모델로 데뷔한 김민희는 1999년 KBS2 드라마 ‘학교2’를 통해 배우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하지만 이후 작품에서 숱하게 발연기 논란에 휩싸이며 배우보다는 패션 아이콘으로 불렸다.
하지만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굿바이 솔로’를 시작으로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권칠인 감독), ‘여배우들'(이재용 감독)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에서 점차 배우의 향기를 뿜어냈다. 특히 변영주 감독의 ‘화차’로 제 존재감을 드러낸 이후 ‘연애의 온도'(노덕 감독), ‘아가씨'(박찬욱 감독)를 통해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숙제도 남아있다. 불륜 논란이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 감독과의 관계로 모든 것을 잃은 여배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홍상수 김민희가 불륜 보도 이후 촬영한 작품인데다 내용까지 두 사람의 사생활과 닮아 있다. 국내 활동은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국내외 언론은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대해 불륜 스캔들에 대한 항변이 담긴 영화라고 평했다. “왜들 가만히 놔두질 않는 거야”, “난 이제 남자 외모 안 봐. 잘생긴 남자는 다 얼굴값 해. 나 진짜 많이 놀았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 다 해”라는 대사가 의미심장하다.
홍상수와 김민희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 외에도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이자벨 위페르와 함께 한 ‘끌레르의 카메라’와 지난 1월 서울 일대에서 촬영한 신작까지 두 편의 신작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베를린 현지에서 또 다른 신작을 촬영할 계획이다.
김민희는 수상 기자회견에서 “상업영화를 하는 것은 내게 큰 의미가 없다. 이번 수상이 어떤 영향을 끼칠진 모르겠지만 기쁘고 감사하다. 우리 영화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그것만으로 기쁘다”고 했다.
세계 예술영화 시장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민희. 하지만 언어의 장벽, 스캔들 논란, 도덕적 비난은 그가 뛰어넘어야 할 당면과제다. 전도연, 강수연은 영화제 수상 이후 국내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언제까지 홍상수의 뮤즈로만 자리할 순 없는 노릇아닌가. 배우로서, 자연인로서 김민희의 앞날에 걱정과 기대가 함께 쏟아진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베를린영화제 및 KBS2 드라마 ‘학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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