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두유 노우 탄핵?”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영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 내한 기자회견에는 루퍼트 샌더스 감독과 배우 스칼렛 요한슨, 줄리엣 비노쉬, 필로우 애스백이 참석했다.
취재진의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단연 스칼렛 요한슨이었다. 마블 영화에서 블랙 위도우 역을 맡으며 국내에서도 대중적 인기를 얻은 그는 이번이 첫 내한이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과 월드프리미어, ‘루시’ 당시 내한이 추진됐으나 요한슨은 만삭이었기에 한국 팬을 만나지 못했다.
스칼렛 요한슨은 “늘 한국에 오고 싶었다. 첫 내한이라 기대가 크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캐릭터와 일본 원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심도 깊은 답변이 오가며 현장 분위기는 뜨겁고,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중반 “평소 트럼프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온 바 있다. 대한민국의 박근혜 탄핵 소식을 접했나”라는 한 종편 기자의 질문이 흘러나오며 장내 분위기는 순간 냉랭해졌다. 스칼렛 요한슨의 표정도 함께 굳었다.
스칼렛 요한슨은 “나까지 한국 정치에 끌고 들어간다면 조금 힘들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뉴스를 통해 접했다. 미국 역시 상황이 복잡하다. 한국 정계 관련돼 말씀드리지 않아야 할 것 같다. 다만 트럼프에 대한 언급은 계속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고 정중한 답변으로 확답을 피했다.
영화 외적인, 의도가 다분한 질문에 불쾌할 법도 하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센스 넘치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녹였다. 그는 “투명 슈트를 입는다면 청와대에 들어가 탄핵 관련 정보를 빼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겠다”는 말로 취재진을 폭소하게 했다. 앞서 탄핵 질문에 민감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한 나름의 배려였을 터.
하지만 해당 기자는 기자회견 말미 “이제는 트럼프를 지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에 대한 현재 생각은 어떤가”라고 또 다시 관련 질문을 던졌다. 주최측과 스칼렛 요한슨의 표정이 또다시 굳었다. 오죽했으면 영국 출신 루퍼트 샌더스 감독이 “나는 영국인이라 트럼프 질문을 받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스칼렛 요한슨도 답하기 싫을 것”이라고 했을까.
결국 주최측은 스칼렛 요한슨의 답변을 생략한 뒤 “시간이 다 돼 이쯤에서 마무리하겠다”고 황급히 행사를 끝냈다. 스칼렛 요한슨은 끝인사로 “트럼프 질문 답변을 준비했지만 말씀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통상 약 30분 남짓 진행되는 내한 기자회견은 짧은 시간 탓에 단편적인 질문이 오가기 쉽다.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 “한국 와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은?”이라는 단골 질문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본격적인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 긴장된 분위기를 푸는 아이스 브레이킹용 질문이다. 이번 요한슨 기자회견의 탄핵 관련 질문이 불쾌하고 민망했던 이유는 영화보다 배우의 입을 통해 화제성 이슈를 끌어내기 위한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과연 스칼렛 요한슨은 첫 내한에 한국에 대해 어떤 인상을 얻고 돌아갈까. 우려와 아쉬움이 짙어진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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