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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렇게 토벌하는 게 맞겠지?”…’극장판 치이카와’의 서늘한 반전 [씨네:리포트]

작성자 아바타 최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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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최민준 기자] *해당 리뷰 기사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작고 동그란 몸집에 단순한 표정, 긴 대사 없이도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캐릭터들. 겉모습만 보면 ‘치이카와’는 영락없는 어린이용 팬시 콘텐츠다. 그런데 극장을 나서는 어른 관객들의 표정은 묘하게 복잡하다. 귀여움으로 단단히 포장된 이 세계 안에 노동과 생존, 욕망과 죄책감이라는 꽤 무거운 질문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내 개봉한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첫날부터 극장가의 판도를 바꿨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작품은 개봉일 하루 동안 12만 2,293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개봉 전 사전 예매 관객만 21만 명을 넘겼고, 예매율은 41.4%에 달했다. 앞서 열린 프리미어 시사회의 평균 좌석 판매율도 92.1%를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7월 먼저 개봉해 누적 흥행 수입 165억 엔, 관객 1,133만 명을 기록하며 일본 역대 박스오피스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은 일러스트레이터 나가노의 인기 시리즈 ‘치이카와'(한국명 ‘먼작귀’)의 첫 극장판이다. 나가노가 영화화를 위해 직접 쓴 장편 에피소드 ‘세이렌 편’이 바탕이 됐고, 각본 작업에도 나가노가 직접 참여해 원작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야기는 토끼가 “섬에서 간단한 토벌만 해도 보수 100배”, “한정 섬라멘과 디저트까지 사실상 무료”라는 전단지를 들고 오면서 시작된다. 치이카와와 가르마(하치와레), 토끼(우사기)는 물론 수상함을 눈치챈 해달까지 결국 배에 오르고, 이들은 원주민이 하나둘 사라지는 낙원 같은 섬에서 거대한 세이렌의 정체와 마주한다.

▲ 달콤한 전단지 한 장, 낙원행 티켓일까 미끼일까

‘치이카와’의 세계는 처음부터 다정하지 않았다. 몽글몽글한 주인공들은 풀을 뽑고 채집을 하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몬스터를 토벌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꾸린다. 자격증 급수에 따라 맡을 수 있는 일과 보수가 달라지니, 시험 공부에 매달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수험생이다. 일을 마친 뒤 맛있는 것을 사 먹고 갖고 싶던 물건 하나를 손에 넣는 작은 기쁨으로 버티는 일상은 어른 관객에게 이상하리만치 익숙하다.

극장판은 이 ‘소확행’의 욕망을 도입부부터 한껏 부풀린다. 일당의 100배, 공짜 산해진미, 환영 노래가 울려 퍼지는 섬. 지나치게 달콤한 조건 앞에서 관객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떠올리게 된다. 판타지 모험의 외피 아래 욕망에 대한 풍자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다. 그리고 영화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오래된 진리를 이 작은 생명체들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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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마다 관객이 기대는 지점도 다르다. 소심한 치이카와에게서 자신을 보는 사람이 있고, 끝까지 긍정을 잃지 않는 가르마에게서 위로를 받는 사람도 있다. 예측할 수 없는 토끼의 행동은 개그를 넘어 서사를 흔드는 변수로 활약한다. 아이들은 슬랩스틱과 단순한 표정 연기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따라가고, 어른들은 그 너머의 현실을 읽는다.

▲ “정말 이렇게 토벌하는 게 맞겠지?”…귀여운 탐정의 침묵

영화의 진짜 힘은 후반부에서 드러난다. 이야기가 매듭지어지는 듯한 순간, 관객은 그동안 본 장면들의 의미를 뒤늦게 다시 맞춰야 한다. ‘탄산’, ‘알았다’ 같은 중의적 대사와 곳곳에 숨겨진 상징들이 복선으로 깔려 있어, 한 번 보고 끝내기 아까운 구조다.

이 작품은 선과 악을 가르는 대결로 흘러가지 않는다. 사건의 바닥에 깔린 구조적 원인을 따라가는 방식은 오히려 ‘모래그릇’ 같은 사회파 추리물에 가깝다. 여기서 치이카와는 일종의 탐정이 된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도 곰돌이 포셰트를 꼭 쥔 채 끝내 입을 열지 않는다. 범인을 밝혀내는 것으로 끝나는 추리물의 공식을 뒤집는 선택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겹쳐지는 구도 속에서 누가 옳은지 쉽게 판정할 수도 없다. “정말 이렇게 토벌하는 게 맞겠지?”라는 가르마의 대사가 오싹하게 들리는 이유다. 극 중 흐르는 노래의 가사에도 뜻이 숨어 있고, 마지막 쿠키 영상은 끝나지 않는 복수의 순환을 암시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결국 ‘영원한 관계’라는 주제에 닿는다. 다카하시 루미코의 ‘인어의 숲’, 데즈카 오사무의 ‘불새’가 영생의 고독을 그렸듯, 이 작품도 사랑하는 이들과 영원히 함께하는 삶이 축복인지 저주인지를 묻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이어지는 쿠키 영상까지 챙겨 봐야 비로소 이야기의 마지막 조각이 맞춰진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전국 극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민준 기자 / 사진=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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