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소소한 일상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관객과 만났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온다는 한자성어다. 대사에서 이를 직접 언급하는 ‘흐르는 여정’은 이별 뒤의 재회를 준비하는 춘희(김혜옥 분)의 시간을 따라간다.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고, 그와 함께했던 것들이 바라지 않게 손보는 춘희의 시간은 고요하게 흘러간다. 그러던 중 자유분방하면서도 정 많은 이방인 민준(저스틴 민 분)이 춘희 삶에 불쑥 들어온다.
민준은 춘희의 남편이 남긴 그랜드 피아노의 선율을 깨우며 그녀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과거를 회상하는 데만 머물던 춘희의 하루는 민준과의 교류로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한다. 여기에 민준의 제자인 성찬(박대호 분)까지 이들의 일상에 들어오면서 춘희의 삶은 더 소란스러워진다. 영화 속 인물들은 인간관계에 결핍을 안고 있는데 피아노를 매개로 교류하며 정을 나누고 화음을 만들어 간다.
서로 다른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내리사랑을 실천하며 따뜻한 서사를 구축한다. 춘희는 민준을 아들처럼 대하고, 그가 어머니를 찾는 여정을 적극 지원한다. 그리고 민준은 재능이 있지만, 홀로 설 수 없는 성찬을 가르치며 다음 세대에 꿈을 심어준다. 대가 없는 사랑을 베푸는 인물들의 소소한 일상이 마음을 녹이고, 덕분에 영화를 보는 동안만큼은 세상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자극적인 사건 없음에도 이들의 미래가 궁금했고, 정겨운 대사 속에 미소도 지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춘희·민준과 유사 가족으로 함께하는 성찬은 그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 조금씩 세상으로 걸어나온다. 이 소년의 성장 서사는 함께하는 삶의 가치와 가능성을 증명하며 감동을 안긴다. 춘희가 다음 세대에 뿌린 씨앗이 후반부 공연장을 가득 채운 성찬의 음악으로 돌아오게 함으로써 연대가 가진 힘을 보여줬다. 음악을 매개로 인물들을 연결하던 ‘흐르는 여정’은 아름다운 연주신으로 여운을 극대화하며 객석까지 울림을 전한다.
이웃의 정과 음악의 감성으로 훈훈함을 느끼게 했던 ‘흐르는 여정’은 춘희의 뜻박의 선택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움과 아픈 몸 때문에 정신과 육체가 지쳐가던 춘희는 존엄사를 택한다. 민준·성찬과의 행복한 미래를 응원하며 이야기를 따라오던 관객에게는 충격적인 전개다. 그리고 ‘존엄사’ 자체가 가진 논쟁도 여전하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관객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춘희의 선택을 삶을 포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스스로 끝을 정해뒀기에 남은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내려 한다. 평생 동안 쌓아왔던 걸 자신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남기고, 베풀면서 삶을 정리해 나가면서 보람을 느낀다. 죽음을 끝이 아닌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인 인간의 태도에서 아이러니하게 더 여유로운 분위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춘희의 선택에 완벽히 동의하지 못할지라도 존중은 할 수 있게 연출된 영화다.

그렇게 ‘흐르는 여정’은 삶의 마지막을 고민하게 하고, 세대 간의 교류를 통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영화였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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