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해인 기자] 류혜영·남윤수 주연의 ‘킬링타임’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일 개봉한 ‘킬링타임’이 금일(27일)까지 20,426명을 동원하는 데 그치며 흥행에 고전하고 있다. 전날 관객수는 2,491명으로 박스오피스 성적은 10위까지 추락다. 이런 흐름이라면 1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한 채 차트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킬링타임’은 몰래카메라 콘텐츠로 명성을 쌓은 인터넷 크루들이 재기를 위해 방송을 준비하다 위험에 노출되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콘텐츠의 생산자가 핏빛 생존 게임의 참가자가 되고, 이 뒤바뀐 구도 속에서 잔혹한 일이 일어난다. 영화는 폐병원의 음침한 분위기와 낡은 구조물이 ‘곤지암’ 같은 호러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며 시선을 끌었다. 이 안에서 도파민에 절여진 인물들의 욕망이 폭발하면서 재미를 쌓아 올린다.
이 작품은 뉴미디어법이라는 가상의 법을 중심으로 있을 법한 미래를 펼쳐 보였다. 콘텐츠 제작에 동의하고 촬영에 임한 이가 사고를 당해도 생산자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파격적인 법은 위험한 콘텐츠 제작에 면죄부를 씌워준다. 위험하고 자극적일수록 시청자가 몰린다는 건 현실의 인터넷 방송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뉴미디어법은 윤리·도덕적인 고민에서 창작자들을 탈주시키며 인간의 목숨을 소재로 삼을 수 있게 한다. 그렇게 ‘킬링타임’은 도파민에 열광하는 세대가 품고 있는 욕망의 그림자를 들춰낸다.

‘킬링타임’의 주인공 주원(남윤수 분)과 연우(류혜영 분)도 자극적인 방송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촬영 중 출연자가 사망하며 비난에 휩싸인다. 그럼에도 이들은 다시 이 방송에 뛰어들어 주목받고자 한다. 영화는 이들의 탐욕이 어떤 결말을 맞는지, 그리고 그들마저 볼거리로 소비하는 시청자를 통해 괴기한 방송 시스템의 섬뜩한 민낯을 비춘다. 이처럼 명확한 메시지를 비롯해 이색적인 공간이 풍기는 공포와 타임 어택에서 오는 갑갑함, 추격전에서 만들어지는 액션의 쾌감 등 ‘킬링타임’은 스릴러 영화로서 매력적인 요소를 다수 갖추고 있다.
물론, 관객이 외면할 만한 이유도 보인다. 영화 속 방송 크루들의 성격이 단편적이고 감정 표정이 과해 어색하다. 이들이 위기를 자초하며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영화를 루즈하게 했다. 가짜 몰래카메라였던 앞부분의 긴장감이 높아 후반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도 아쉽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스트리머’들이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많은 한계, 혹은 숙명을 안고 있었다. 최근 관객은 작품 내에 인터넷 방송이 등장하는 장면에 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몰입도를 깬다는 후기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스트리머들은 현실을 모방하려 하는데, 이는 늘 실패할 수밖에 없다. 조회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스트리머들은 더 자극적이고, 더 리얼하면서도 예상을 깨는 콘텐츠를 매일 생산 중이다.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거칠고 과격한 언어와 행동으로 그들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과거와 달리 이들의 콘텐츠가 주류 문화로 부상하고 있기에 영화가 모방할 때는 더 주의해야 한다. 이제는 배우들이 정제된 언어로 스트리머를 흉내 내는 순간, 가짜와 거짓이라는 것이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괴리감이 크다.

‘킬링타임’에서도 크루들의 연기를 보면서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것 같은 상황인데, 그보다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결국, 가상의 법과 살인 게임을 통해 자극을 올렸지만 ‘킬링타임’ 속 크루들은 현실의 스트리머가 가진 날것의 에너지와 자극을 따라갈 수 없었다. 이제는 스트리머를 비롯해 인터넷 방송은 영화라는 매체가 모방하거나, 중심 소재로 다루기 쉽지 않아 보인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더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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