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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배우 유아인은 영화 ‘버닝'(이창동 감독)을 찍고 난 후 “알에서 새로 깨어난 기분”이라고 했다. 줄탁동시(啐啄同時). 몸에 잔뜩 묻은 나쁜 연기 습관, 때를 모두 벗어던지기 위해 몸부림친 유아인과 그런 장을 만들어준 이창동의 상호작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버닝’은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세 젊은이 종수(유아인), 벤(스티븐 연), 해미(전종서)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 한 사건을 그린 작품. ‘밀양’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전도연), ‘시’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이다.
유아인은 ‘버닝’에서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를 연기했다. 종수는 오랜만에 재회한 어렸을 적 친구 해미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해미를 통해 알게 된 정체불명의 남자 벤을 만나면서 일상이 무너진다. 금방이라도 발화할 듯 뜨거운 감정과 예민한 내면을 오가야 했던 ‘버닝’. 불안하고 어설픈 청춘, 그래서 더 애달팠던 ‘완득이’에서의 호연을 기억하는 이라면 ‘버닝’ 속 유아인의 모습이 더욱 반가울 터.

“최근 저의 흥행작들은 익스트림한 감정을 표현하는 캐릭터가 많았죠. ‘버닝’의 종수 같은 연기를 허락하는 현장이 많지 않아요. ‘버닝’처럼 균형감을 요구하는 현장도 많지 않고요. 드라마는 더더욱 그렇죠. 정해진 쇼트 안에서 누가 더 크게 파장을 일으키냐의 싸움이거든요. 마치 올림픽에서 전투를 벌이는 듯 연기해야 하는 현장이 많아요. 보통 종수처럼 연기하면 ‘그거 슬픈 거야, 좋은 거야, 뭐야?’이러고 물어보곤 해요. 그 지점이 제가 신인부터 힘들어했던 고민이죠. ‘버닝’으로 그러한 갈증이 해갈되는 기분이었어요. 이물감 없는 결정 같은 연기에 대해 고민할 틈도 없이 때가 탔어요. 산화됐죠.”
오랜만에 힘을 뺀 연기를 펼친 ‘버닝’ 현장. 덕분에 그는 차기작 ‘국가부도의 날’에서 몸이 뒤틀리는 경험을 했다. 그이답지 않게 수차례 NG를 내고 헤매는 순간도 있었다.
“‘국가부도의 날’ 현장에서 정말 힘들었어요. 이창동 감독님 현장만의 고유한 것들이 있잖아요. 노을을 찍기 위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리고, 하늘, 공기, 빛 모두 최대한 실제적 감각을 담고자 하는 노력이요. 어디가 더 좋고 안 좋고를 떠나, 거기에 익숙해진 탓에 그다음은 힘들었죠. 현장의 스피드에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죠. 외적인 연기적 표현도 주저하게 됐고.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NG를 정말 많이 냈어요. 자괴감에 빠졌다니까요. 그래도 ‘버닝’ 이후엔 이전보다 죄의식, 모욕감이 덜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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