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어느 자리에서 누구와 함께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사람.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경쾌한 에너지를 담아 주변 공기를 한껏 띄우는 사람. 배우 김혜수 얘기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데뷔 30년을 훌쩍 넘겼다. 김혜수는 스스로에 대해 “보기와 다르게 세지 않다. 그래서 힘들다”라고 털어놨다.
“배우들 중에는 기질이 강한 사람이 있는데, 저는 기질이 아니라 체력이 강해요. 배우라는 게 집요하고 강해야 하잖아요. 물론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없던 센 기질이 생기기도 했죠. 그렇다고 해서 촬영장에서 가만히 앉아 카리스마를 내뿜을 필요가 뭐가 있나요. 너무 피곤하지 않아요? 이상한 공기 내뿜으면서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고.(좌중폭소)”
카메라 밖에서는 다정하고 유쾌한 김혜수이지만 작품 안으로만 들어오면 유독 강해지는 것이 사실. 데뷔 초 ‘첫사랑’ 등 몇 편의 작품을 제외하면, 대중에게 깊게 각인된 대표작 ‘타짜’, ‘도둑들’, ‘차이나타운’ 등 모두 그의 당당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를 십분 활용했다.
영화 ‘미옥'(이안규 감독)도 마찬가지. “장르가 누아르인데 주인공이 김혜수”라는 광고 카피처럼, 김혜수는 남성 배우의 전유물로 여겨진 누아르물 안에서 당당히 제 존재감을 드러냈다. ‘차이나타운’에 이어 배우 그 자체로 한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셈.
“남성 중심의 영화가 많은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할리우드도 마찬가지죠. 그런 가운데 ‘김혜수표 누아르’라는 타이틀이 부각되다 보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에요. 제가 아닌 그 누구라도 계속 도전해줬으면 좋겠거든요. 김혜수에 한정된 것이 아닌, 김혜수라서 가능한 것 말고요. 분량을 떠나, 왜 여성 캐릭터는 주체적이지 못할까에 대한 아쉬움이 있잖아요. 여성 배우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와주길 진심으로 바라는 분들이 많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관객은 응원할 준비가 됐으니 계속 도전하고 만들어야죠.”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 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과 그를 위해 조직의 해결사가 된 임상훈(이선균)의 물고 물리는 전쟁을 그린 영화.
“저는 일찍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생활 반경이 굉장히 편협해요. 그렇다 보니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제 자신과의 간극이 큰 편이죠. 연기란 건 결국 그 간극을 줄여나가는 일 같아요. 제가 나현정에게 공감했던 것은 직업으로서의 일에 대한 생각이에요. 나현정도 분명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싶을 거예요.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한데, 저 역시 지금이라도 배우를 관둬야 하나 늘 고민하거든요.(울먹) 저는 운이 좋은 케이스예요. 보여지는 것과 본질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꽤 있죠.”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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