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손효정 기자] SBS 드라마 ‘스위치-세상을 바꿔라(이하 ‘스위치’)’에 출연한 배우 배민희가 ‘신스틸러’로 주목받았다. 극중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검사장 진경희 역을 연기했다. 실제의 배민희는 한 송이 장미꽃 같았다. 19세부터 연기를 시작한 그는 강인하고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소탈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더욱 매혹적인 향을 내뿜었다.
◆ ‘스위치’ 검사장 연기는 70점
배민희가 ‘스위치’에서 맡은 진경희는 일명 ‘걸크러쉬’ 캐릭터였다. 배민희는 단발 헤어스타일에 똑부러지는 목소리와 딕션으로 캐릭터를 표현해냈다. 실제 검사가 연기를 하는 인상을 줬다. 배민희는 실제로 법 쪽에서 일하는 사람을 만나보고, 법정물을 보면서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정치적 싸움이 치열한 검사 사회 속에서 검사장이 된 여자라면, 어떻게 살았을까 고민했어요.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검은 정장을 입고 더 열심히 전투적으로 싸웠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머리도 칼단발로 자르고, 화장도 별로 안 하고, 나이의 무게를 표현하기 위해 소리도 낮게 잡아보고… 카리스마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스위치’에서 진경희는 차장검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다. 극중 후배 검사 오하라(한예리)가 존경하는 검사였던 그녀는 유혹에 흔들리고 만다. 금태웅(정웅인)에게 10억을 받고 악당의 편에 서게 된 것. 배민희는 진경희를 ‘현실적인 악역’이라고 생각했다.
“절대 악역보다는 현실적인 악역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정의로우려고 했으나 유혹에 약한 인간이었던 거죠. 그러지 않게 살아가려고는 하지만, 그렇게 큰 돈을 준다고 하면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배민희에게 ‘스위치’는 4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이다. 배민희는 ‘스위치’ 현장 분위기가 최고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배민희는 1인 2역을 하면서 극을 이끌어간 장근석을 새롭게 봤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쫑파티 때도 얘기했지만, 장근석이란 배우를 이번에 처음 만난 거거든요. 좋은 배우인 것 같아요. 1인 2역, 두 가지 역할이 가능하고, 주인공으로서 선후배를 다 아우르면서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더라고요. 본인이 다운 되면 전체가 다운된다는 것을 아는 베테랑 배우였어요. 드라마가 잘 된 거에는 근석이의 비중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배민희는 ‘스위치’ 속 자신의 연기에 대해 ’70점’을 줬다. 캐릭터에 혼연일체 된 연기를 보여줬지만, 스스로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듯 했다. “연기를 하면서 배우들과 합이 잘 맞았고,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부족한 것이 느껴져요. 조금 더 정의롭든지, 조금 더 악역이었든지 하면 시청자분들이 느끼기에 더 시원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조금 애매한 부분들이 표현하기 어려웠죠.”
◆ 고3 때부터 연기, 21년차 베테랑
배민희는 떡잎부터 남다른 배우였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인 1997년, KBS 공채 19기에 최연소 나이로 합격하며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중학생 때부터 CF 모델을 했어요. 연극, 뮤지컬하는 선배님들을 보면서 제대로 연기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는 공채 밖에 데뷔하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서, 슈퍼탤런트 대회에 나가게 된 거죠. 교복을 입고 가서 시험을 봤어요. 모르니깐 용감하다고, 하나도 안 떨었어요. 그 모습을 귀엽게 봐주셔서 합격한 것 같아요.”
그러나 너무 이른 나이에 연기를 시작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슬럼프도 남들보다 일찍 온 배민희는 자의로 배우 활동을 쉰 적도 있다. “드라마를 두 개씩 겹쳐서 할 정도로 달리다가 왜 하는지 모르겠고, 너무 힘들더라고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때, 3~4년 정도 크게 쉬었어요. 대학원을 가고 열심히 놀았는데, 그게 좋은 휴식이 돼서 밤새우고 일하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어요. 다시 스타트하고, 큰 역, 작은 역 가리지 않고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배민희는 아직 인생작은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6개월 동안 출연한 ‘망설이지마’가 가장 애착이 가고 기억에 남는다고. 배민희는 ‘망설이지마’에서는 아나운서, ‘대풍수’에서는 노국 공주, ‘유령’에서는 컴퓨터 박사, ‘스위치’에서는 검사장 등, 신분이 높은 역할들을 주로 맡았다. 배민희는 “검사 역을 앞으로 계속 연기한다고 해도 캐릭터가 다르고 보여줄 것이 다르기 때문에 이미지 걱정은 없다”면서도 “다음에는 소시민의 일상을 보여줄 수 있는 평범한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배민희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다. 어떻게 꾸미고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 보인다. 그만큼 캐릭터를 연구하고 몰입해 연기한다는 것을 뜻한다. 배우라는 이름을 얻은 지 21년이 됐지만, 자만하지 않았다. 겸손하고 노력을 계속하는 그. ‘신스틸러’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올해 마흔 살이 됐어요. 부끄러운 선배, 어른이 안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고, 후배들한테도 많이 배워요. 사람다운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하시는 선배님들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제가 그분들을 따라가려면 나이도 멀고, 노력도 멀고, 아직은 동경하는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손효정 기자 shj2012@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댓글0